<祐含칼럼> 아부다비 루부르, 광주 루부르
| 2024. 03.21(목) 14: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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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광주는 전남도청이 무안 남악으로 옮겨간 뒤라서 도심 공동화가 광주의 큰 걱정거리였다. 광주일보 논설위원이었던 필자는 문화부문 대표질의자로서 전남도청 자리에 지어질 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의 ‘문화발전소’가 되어야 한다고 건의했고 대통령은 ‘기필코’ 만들어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오랜 진통 끝에 완공된 아시아문화전당은 문화발전소가 되지 못했다.
필자는 그날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의 공동화를 극복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빌바오시 정부는 위기 속에서 미국 구겐하임미술관과 협약을 맺었고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쇠락한 공업 도시 빌바오를 세계적 예술 도시로 바꿔 놓았다.
이 미술관은 개관 당시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앞질러 온 선물’이라는 평가도 있었고 해마다 200만 명에 가까운 외지 관광객이 찾는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일찍이 메사추세츠 공대 마크 슈스터교수가 지적한 ‘도시의 문화발전소는 미술관과 박물관’이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지난 2017년 아랍 에미리트 수도인 아부다비에도 국립박물관 루브르 아부다비가 문을 열었다. 2007년 프랑스와 루브르 분원을 짓기로 합의하면서 ‘미술관도 작품으로 만든다’는 내용을 포함 시켰다.
‘빛의 건축가’로 유명한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그 자체가 예술품이다. 커다란 방패 형태의 원형 돔에 뚫어진 모양이 다른 구멍 7850개를 통해 들어온 빛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장 루벨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프랑스 건축가이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사막에서 시작했다. 사막 평지인 사디야트 섬 해안에 건물공사를 다 끝낸 후 바닷물을 채우는 방식으로 세워졌다. 그래서 밖에서 보면 바다 위에 떠있는 것 같고 안에서 보면 미술관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와 찰랑거리는 모습이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환상적 풍경이다. 여기에 프랑스에서 대여하거나 증여한 작품부터 아부다비에서 수집한 작품까지 약 35,000점이 전시되는 아부다비 루브르는 지금 세계의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세계최초의 유니버설 박물관일 뿐만 아니라 아랍 에미리트의 야망과 성취를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으로 부각 되고 있는 것이다. UAE는 석유 시대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5년에 걸쳐 60억 달러를 더 투입해 박물관을 건설하고, 아부다비 구겐하임도 추진 중이다. 2025년 완공되는 문화예술 단지에는 회교·기독교·유태교 간 대화의 장이 될 ‘아브라함 패밀리 하우스’도 들어선다. 이미 2만 명이 문화·예술 부문에서 일하고 있고, 앞으로 4년 동안 추가로 1만5000개 일자리가 더 만들어질 것으로 UAE는 기대하고 있다.
광주시가 광주비엔날레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엔날레관 건립을 추진 중인데, 광주지역 문화예술인들과 깨어있는 시민들의 바람을 흘려듣고 공모를 진행해 말썽이다. 광주시는 ‘절차상 하자 없음’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우리 시대에 역사에 남을 만한 건축물 하나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광주시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비엔날레관 재설계를 위한 서명운동까지 들어갔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왜 광주는 세계적 거장인 장 루벨이나 프랑크 게리의 작품을 가질 수 없는 것인가.
<문화통 발행인>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