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문화수수께끼> 양세바위라는 명칭은 왜 붙여졌을까?
| 2022. 09.21(수) 09: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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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가 정명공주에게 준 무토사패가 하의3도 농민봉기의 씨앗
‘하의도(荷衣島)’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것과 1946년에 일어난 하의도 7.7 농민항쟁이 떠오른다. 섬에 가보면 왜 하의도라고 부르는지, 농민혁명이 왜 일어났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하의도라는 이름은 신라 말기 이곳에 들렀던 도사 한 사람이 섬의 형국이 마치 연꽃이 물에 떠 있는 듯하다고 하여 연하(荷)자와 옷의(衣)자를 써서 하의도라고 불렀다고 하고, 농민항쟁은 누가 들어도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달에 풀어보는 전라도문화 수수께끼는 농민봉기와 뿌리를 맞대고 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의도 오림리 뒷산에는 바위 두 개가 서 있다. 하의 초등학교 정문에서 보면 마치 남성의 불알같이 보인다. 누군가 오줌을 싸다가 급하게 도망가느라 놓고 갔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아들을 원하는 어머니들은 이 바위를 보고 아침저녁으로 치성을 드렸다는 영험한 바위다. 그래서 먼 옛날에는 ‘불알 바위’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언제부턴가 양세바위라고 부르고 있다. ‘양세(兩稅)’란 양쪽에서 세금을 거두어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양세란 조정과 홍씨집안 두곳에 세금을 내야 했다는 슬프고 아픈 역사가 스며 있다.
선조는 인목대비(1584-1632)를 맞아 이듬해 정명공주를 얻었다. 선조는 이 정명공주를 유달리 예뻐해 정명공주와 결혼하는 사람에게는 삼도(전라도 충청도 경상도)의 땅을 주겠다고 했다고 전한다. 선조의 뒤를 이은 광해군은 인목대비와 정명공주를 서궁에 유폐시키고 공주의 동생 영창대군에게는 역모죄를 씌워 죽였다. 선조의 다섯 번째 아들인 정원군의 큰아들이 인조반정으로 왕위에 올라 광해군을 몰아냈는데 이때 정명공주의 나이가 겨우 스물하나였다.
인목대비는 결혼을 서둘러 세 살 아래인 홍주원(洪柱元,1606-1672)을 부마로 맞았다. 인조는 정명공주와 결혼한 풍산 홍씨에게도 삼도(三道)가 아니라 삼도(三島, 하의삼도)의 농지 20결(약 8만평)을 4대에 걸쳐 무토사패(無土賜牌)로 주었다. 무토사패란 토지의 소유권은 농민에게 주고 세금만 징수할 수 있는 토지를 말하는데 이 땅은 임란 이후 섬주민들이 100여년에 걸쳐 개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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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5대손인 홍상한(洪象漢, 1701-1769)은 조정이 정했던 4대가 넘었음에도 징수권을 반환하지 않고 오히려 하의도 전체 토지에 도세(島稅)라는 것을 만들어 세금을 징수함으로써 농민들의 저항을 받게 된 것. 그리하여 1723년 하의도 사람들은 정명공주방을 고소했으나 패소했고 1768년 또다시 탄원서를 올리게 되는데 그 당시의 ‘비변사등록’(제 52책 영조 44년, 10월 초7일)에 보면 ‘하의도와 상태도는 모두 정명공주방에서 절수한 땅이다. 사여(賜與)는 20결에 불과했고 그 뒤 섬사람들이 사비와 물력으로 제방을 쌓아 농사지을 땅을 만들었습니다’라고 하면서 홍씨가문에서 절수 받은 20결의 궁전에서 쌀 20두를 내고 있는데 그것 외에 민전(民田)에도 이를 걷게 되면서 민전은 관에 23두 외에 다시 40두를 더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영조는 20결에 대해서만 세금을 거두라고 어지(御旨)를 내렸으나 이 어지는 탈취당해 불태워지고 말았다. 1779년 하의도 사람 윤세민과 김호율(김호건 이라고도함)이 섬사람들의 진정서를 들고 한양으로 올라가 궁궐의 신문고를 두드렸다.
이들로부터 딱한 사정을 들은 정조임금은 도조(賭租, 남의 논밭을 빌려서 부치고 세로 내는 곡식) 수취를 금하는 어제문(御製文)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정명공주방이 노비를 풀어 윤세민 일행을 겁박해 유배를 보내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물론 이 같은 일은 하의도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곳곳에서 농민봉기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한제국이 국가의 소유로 빼앗아
1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1870년 전라감찰사 이호준이 하의3도 농민들의 소유권을 인정해주었다. 그런데 1897년 대한제국이 들어선 뒤 왕실의 재산을 관리하던 내장원(內藏院)이 하의3도를 국가의 소유로 빼앗아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정명공주의 8대손 홍우록은 친일세력과 손잡고 홍씨가문의 사유지로 토지대장을 만들고 대리인을 보내 소작료를 징수하려 했다. 섬사람들이 거부하자 폭력배를 동원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면장이던 김준열이 심하게 맞아 후유증으로 죽는 일이 일어났다. 1914년 하의3도 부녀자 단체인 내녀회(內女會) 회원 수십 명이 배를 타고 상태도로 건너가 일본인 하수인 노릇을 하던 박공진과 박용진를 비롯 동조자들의 집을 부셔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목포로 도망간 박공진의 고발로 경찰과 병력 700여명이 3척의 경비선을 타고 하의도에 들어와 100여 명을 목포형무소에 수감시키게 된다. 이에 섬사람 1천여명이 목포형무소와 경찰서로 몰려가 농성을 시작했고 수백명이 체포되었다.
1916년 7월 하의3도 주민들은 ‘하의소작투쟁위원회’를 결성,소작료 불납동맹을 결의하고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부당 이익 반환소송을 제기하게 되는데 이미 하의도 토지는 일본 오사카의 재벌 우콘곤자에몬(右近權左衛門)에게 팔린 뒤였다. 우콘은 국회의원 가미나미 신조에게 팔았고 가미나미는 도쿠다야시치에게 소유권을 넘긴 상태였다.
하의3도 토지되사기운동도 실패
1924년 하의3도 주민들은 하는 수없이 ‘하의3도 토지 되사기 운동’을 시작했지만 실패했다. 1928년에는 하의농민조합을 결성해 일본인 소유주 도쿠다에 대항했다. 1928년 10월 광주지밥법원 형사합의부가 ‘하의농민조합사건 예심종결결정서 및 판결문’을 발표하자 하의농민조합은 오사카 하의노동회를 통해 일본농민조합전국대회에 ‘전투적 일본 농민제군에 호소함’이란 격문까지 발표했다.
1945년 해방이 되자 땅을 되찾았다는 환희와 감격에 들떴다. 그러나 기 기쁨도 잠시 뿐, 미군정은 신한공사를 발족시켰고 하의도 도쿠다 농장사무실에는 신한공사 하의출장소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신한공사가 소작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이에 하의도 사람들은 소작료 불이행을 결의했고 1946년 7월 17일 소작료를 징수하기 위해 상태도 닭머리(鷄頭)선착장으로 상륙하려는 신한공사 직원들과 충돌하게 된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소작료 징수 작전이 펼쳐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급기야 경찰이 총을 발사했고 이에 분노한 주민들이 신한공사 직원과 경찰을 붙잡아 분풀이를 하게 된다.
목포경찰은 무안과 나주 경찰의 협조를 받아 오림리에 들이닥쳐 농민봉기 가담자들을 하의 지서로 끌고 갔다. 이들을 목포경찰서로 연행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주민 500~600여명이 삽시간에 웅곡리 선착장에 모여들었다. 경찰과 신한공사 직원들이 배를 타고 도망치면서 선착장을 향해 발포한 총에 농부 김점배가 사망하고 김봉남이 다리에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분노한 주민들이 마침내 하의지서와 신한공사하의출장소를 불태워버렸다. 이날이 음력 7월 7일이라 ‘하의도 7.7농민봉기’ ‘하의도 7.7농민항쟁’이라고 부른다.
미군정청은 다음날은 양력 8월 4일 농민봉기를 공산도배의 책동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진압에 나선다. 이른바 오림리 학살사건이다.
땅주인이 9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1994년 특별조치법으로 토지소유권 획득
하의도의 땅은 이처럼 일제강점기를 거쳐 미군정과 정부수립에 이르는 동안 땅 주인이 9번이나 바뀐 우여곡절 끝에 1994년 특별조치법에 의거 주민들에게 토지소유권이 돌아오게 된다.
지난 2004년 개관한 하의3도농민운동기념관에는 토지항쟁기념실, 농경문화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토지항쟁기념실에는 '역사의 땅', '항쟁의 땅', '평화의 땅' 등 토지항쟁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기념관은 조선 선조의 딸 정명공주가 하의도 홍씨 집안으로 출가하면서 국가로부터 세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것을 계기로 지난 1960년대까지 하의 3도 주민들의 토지탈환 항쟁의 역사를 기록해 놓고 있다.
한편 하의3도 농지탈환운동은 조선왕조 이래 350여 년 동안 지속된 세도가와 권력자들에게 부당하게 땅을 빼앗긴 하의3도(하의도, 상태도, 하태도)사람들이 땅을 되찾기 위해 머나먼 한양까지 올라가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소송과 재판까지 불사하며 저항했지만 권력과 결탁한 세도가의 위세에 눌려 원통한 세월을 보내다 일어난 사건이다.
그런 점에서 양세바위는 양쪽에 세금을 바치고 살아야 했던 하의도 사람들의 억울함을 말해주는 상징적 바위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문화通 취재팀>
*이글 속의 하의도 농민항쟁관련 부분은 미술평론가 김종길이 쓴 ‘하의3도 농민항쟁사와 민중미학’에서 일부 발췌, 인용하였음을 밝힌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