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祐含칼럼> 18분 문화도시, 광주
| 2021. 06.09(수) 10: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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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도시 파리’에는 ‘도보와 자전거로 통행하는 푸른 도시’, 시민 모두의 평등을 지향하는 ‘평등도시’와 ‘연대 도시’, 근거리 서비스에 기반한 ‘15분 도시’ 등 다섯 가지가 들어 있다.
이 가운데 특별히 마음을 사로잡은 공약이 15분 도시다. 도시 전체를 15분 생활권으로 조직하여 걸어서 15분 이내에 다양한 소상점, 학교, 문화시설, 의료시설, 공공서비스를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모든 길에서 100%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며, 장애인의 이동이 자유로운 도시로 전환하고, 파리 어디에 살든지 200m 이내에서 녹색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부러운 계획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광주시가 ’18분 문화도시 구현‘을 약속했다. 광주시가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출범시킨 문화예술미래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지만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로서는 매우 적절한 판단을 했다고 할 수 있다.
‘18분 문화도시’는 성인들이 보통걸음으로 18분쯤 걷는 거리, 즉 1km마다 문화공간을 두어서 적어도 시민들의 문화향수권은 아시아에서 최고의 수준으로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그리고 이 구상은 결코 허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계획이라는 점에서 성공적 문화도시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등산 자락에 의재미술관이 있고 바로 아래쪽에 무등현대미술관과 드영미술관이 있다. 그리고 전통문화관- 우제길미술관-국윤미술관-동구문화센터가 있고 왼편으로 갤러리 생각상자, 오른쪽으로 전남대병원 갤러리, 문화전당- 예술의 거리-광주극장-빛고을시민문화관-광주향교가 있다. 고개를 넘으면 소암미술관과 금호평생교육관으로 이어진다.
동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문화공간들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또 광주시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응집력이 큰 5개의 복합문화센터와 전통생활음악당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이런 문화공간들이 완공되면 광주는 그야말로 문화향수권 차원에서는 최고의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
돌아보건대 아시아문화전당 같은 거대한 복합문화공간이 시민의 문화향수권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바로 내가 사는 곳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같은 취미를 가진 시민들이 모여서 또 다른 꿈을 이야기하는 도시가 진정한 문화중심 도시다. 다시 말해 삶이 문화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항구도시 롱비치에는 ‘에그 헤즈(Egg Heads)란 독서모임이 7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다. 1952년 여섯 명의 여성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이 모임은 그들의 남편이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들이고 독서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에 모여 독서 토론을 벌이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자녀들이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한다고 한다. 지금 롱비치에는 이와 유사한 독서클럽이 130개나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재즈 음악의 발상지 뉴올리언스에는 언제나 재즈 음악이 흐르고 발레의 도시 모스크바 시민들은 발레 한편을 관람하기 위해 아
르바이트를 서슴지 않고 당일에는 아끼는 최고의 옷으로 입고 극장을 찾는다는 사실, 진정한 문화도시의 모습이 아닐는지.
겉모습이 화려한 문화도시가 아니라 문화의 물결이 골목골목으로 스며들고 문화의 숨결이 우리의 가슴속에 메아리치는 진정한 문화도시의 꿈, 18분 문화도시 광주가 기다려진다.
지형원/ 문화통 발행인
지형원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