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고흥 포두면 길두리 안동
| 2020. 12.24(목) 15: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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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걸은 80고령에도 이순신의 조방장으로 다시 나서 옥포해전 승리로
11월의 바람이 차다. 고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란 커다란 간판이 여러 곳에 내걸려 있다. 고흥 전체가 아름다운 미술품을 보는 것 같은 미술관이라는 뜻일 것이다.
사실 고흥은 전남에서 해남 다음으로 큰 군이다. 면적이 807㎢, 인구 6만5천명, 해안선의 길이만 744km에 이르는 웅군(雄郡)이다. 1박 2일 취재팀이 찾아가는 마을은 고흥군 포두면 길두리 안동마을이다. 비봉산에서 바라본 마을의 형국이 마치 기러기가 내려앉는 것 같아 붙여졌다고 한다. 실제로 마을의 생김새가 산비탈을 중심으로 기러기 날개처럼 퍼져 있다. 오른쪽은 해창만으로 넓은 평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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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雁洞)은 삼국시대 고분군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보다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자까지 3대가 왜적에 항거한 충절의 마을이다. 3대라 하면 정걸(丁傑, 1516-1597) 장군과 아들 정연(丁淵, ?~1598), 그리고 손자 정흥록(丁弘錄)을 일컫는 말이다. 정걸장군은 왜구가 진도·강진 등을 침범한 1555년 을묘왜변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고, 임진왜란의 첫 대첩인 옥포대첩을 비롯해 충청수사로 참전한 행주산성전투 등에서 큰 공을 세웠다. 나라가 위태롭게 되자 77세 고령임에도 이순신 장군의 조방장(助防將)으로 다시 전선에 뛰어들었던 진정한 장수였다.
그 아들 정연은 임진왜란에서 아버지를 도왔고 정유재란 때 흥덕전투에서 순절했다. 손자 정흥록은 1597년 정유재란 때 무안현감으로 근무할 때 명량해전에 참전하였고, 1598년 12월 낙안군수로 재직하다가 부조(父祖)의 제사를 받들겠다고 사직하여 충효를 실천하였다.
이들 3대의 우국충정의 흔적은 차츰 찾아보기로 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갔으나 부조묘도 없고 규모를 갖춘 사당이 보이지 않는다. 오래전에는 집안에서 제사하던 사당이 있었으나 화재로 소실되었고 문중의 여러 위패를 모시는 안동사가 마을 초입의 왼쪽 언덕에 있는데 소박하기 그지없다. 생가터에는 교회가 세워져 있고 종가도 안동으로 이거 했는데 모습이 초라하다.
임란 의병장 고경명(高敬命))과 고종후(高從厚) 고인후(高因厚) 3부자의 위패를 모시는 광주 포충사나 나주 김천일 장군의 사당인 정렬사, 화순 최경회 장군의 사당에 비하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높은 무관 벼슬 ‘행의흥위부호군’ 올라
정걸은 흥양현(고흥군) 길두리에서 태어났다. 생년에 대해서는 1514년생이란 설과 1516년생 설이라는 것이 있는데 당시의 문집과 계첩(契帖) 등으로 미뤄볼 때 1516년 생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동호선생 문집의 병자계첩과 유한잡록에는 병자년생 동갑내기 35명의 이름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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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담보가 크고 용맹스러웠다고 전한다. 1544년 무과에 급제하여 선전관과 서북만호를 역임했다. 을묘왜변 때 큰 활약을 보여 훗날 경상우수사, 전라좌수사, 절충장군(折衝將軍,정3품 당상관) 그리고 무관으로서는 가장 높은 벼슬인 행의흥위부호군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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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묘왜변이란 조선과 일본 사이의 외교가 원활하지 못하고 일본 국내 사정이 혼란했던 1555년(명종 10년) 왜구가 강진 진도 제주 등 남해안 일대에 처들어와 약탈하고 노략질 한 사건이다. 조정에서는 이준경(李浚慶,1499~1572)을 전라도 순찰사로, 김경석(金景錫)을 전라우도방어사로, 남치근(南致勤?~1570)을 전라좌도방어사로 임명하여 방어에 나섰다. 정걸은 이준경의 군관으로 차출되었으나 이준경의 형이자 전주 부윤이었던 이윤경의 휘하에서 유충정(柳忠貞)과 함께 싸워 왜구 100명을 참수시켰다. 이준경은 이 공로로 전라도 관찰사 및 순찰사로 승진하고 정걸은 남도포 만호로 임명을 받는다.
정걸은 이후 각종 전투에서 혁혁한 전과를 거둬 부안현감. 훈련원 판관, 당상관인 경상우수사, 전라수사 등을 거쳐 장흥부사, 창원부사, 종2품 전라병사까지 오르게 된다. 이로 인해 3대가 증직(贈職)을 받게 되는데 당시 부모는 동일한 관직을, 조부모는 한 단게 낮고 증조부는 2단계 낮은 증직이 부여되었다, 부친 정승조는 가선대부 형조참판 겸 동지의금부사, 모친 이씨는 정부인(貞夫人)으로, 그리고 조부 정자행(丁自行)은 통정대부 공조참의, 조모김씨는 숙부인, 증조부 정성(丁性)은 통훈대부 사옹원정, 그리고 증조모는 숙부인으로 증직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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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고령에 이순신의 조방장으로 충성
정걸 장군의 가장 큰 업적은 80고령에 이순신의 수군조방장으로 흔쾌히 나서 나라를 구하는데 앞장선 일이다. 정걸장군은 1587년부터 1589년까지 전라우수사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있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이순신의 수군 조방장으로 나아가 한산도에 머물며 큰 공을 세웠다. 또 이듬해는 충청수사로 임명돼 권율이 이끄는 행주대첩에 화살을 공급하여 위급을 면하게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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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4월 부산을 침략하여 북으로 진격한 왜병은 한강을 건너 평양으로 향했다. 전라좌수영 절도사 이순신과 경장 정걸이 지휘한 전라좌수군은 본영(여수)을 두고 경상도로 원정하여 적을 무찌른다.
왜군은 보급로가 끊긴 채 북진하다 정걸이 충청수군절도사로 서울의 관문인 한강에서 북진을 차단하자 허리가 잘려 다시 남해로 내려오게 된다. 이때 한산도에 머물던 이순신은 3번의 장계문을 올린다. 첫 번째 장계문에는 “이 원수를 갚기 위해서는 정걸을 남쪽으로 보내주십시오”라고 썼다. (1593년 5월 10일)
두 번째 장계문은 “삼가 아룁옵니다. 잔악한 적들이 명나라 위업을 겁내어 다투어 바다를 건너 달아나려 합니다. 이 길에서 적을 치지 못하면 천지에 사무친 치욕을 씻을 수 없을 것이라 밤낮으로 마음 졸입니다. 업디어 원하옵건데 조정에서는 충청도 수군 정걸이 밤낮없이 뒤따라 오도록 하심 바랍니다.”
세 번째 장계문에는 “거제현 앞 바다에 머물러 있는 데 충청수사 정걸이 내려와서 (초1일) 합세하여 적의 형세를 면밀히 살피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난중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진왜란의 첫 대첩인 옥포대첩에서 이순신 장군은 임금에게 충청수군절도사(호서주사) 정걸을 빨리 보내 달라고 요청한 대목이다. 나라에서는 한양의 관문인 한강을 지키는 임무로 정걸을 충청도수사로 전보시키게 된다.
훗날 이순신은 왕에게 ‘80 고령에도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구국일념으로 싸웠으니 군의 본이 되게 은사(恩賜)하소서’라고 상소하게 된다. 은사란 오늘날의 훈장으로 왕에게 훈장을 상신했던 것이다.
이 일 이외에도 이순신과 정걸의 관계는 매우 깊다. 난중일기에 정걸의 이름이 30회 이상 등장할 정도다. 1591년 이순신이 전라좌수사로 발령할 때 정걸은 전라좌수사 경장으로 임명된다. 경장이란 나라의 중요한 병영에 초임자를 보낼 때 유능한 경험자를 왕의 특명으로 보낸 특수직을 일컫는다. 이순신의 전략과 전술을 지도했다고 할 수 있다.
정걸이 언제 이순신의 경장 또는 조방장으로 활동했는지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유추해볼 수는 있다. 즉 이순신 장군이 1591년 2월 진도군수와 가리포첨사로, 13일에 전라좌수사로 천거 및 발탁이 되는데 바로 류성룡의 역할인 것이다. 당시 류성룡은 1591년 1월 29일에 우의정으로 임명받는데 이조판서를 겸임한다. 이때 바로 이순신을 천거 발탁한 것이다. 이때 남해안의 많은 수령들과 水軍의 지휘관들이 류성룡의 추천으로 임명되는데 이때 정걸 장군도 이순신의 조방장으로 천거된 것으로 보인다. 정걸의 전술에 관한 기록이 선조실록, 징비록 등에도 나온다.
“유성룡(柳成龍)이 이르기를 15일에 정걸이 수군을 이끌고 곧바로 용산창(적의 군량창고) 아래에 다달아 왜적을 향하여 포를 쏘고 창에 불을 질렀는데 강변의 적의 숫자는 2만여 명이고 정걸이 거느린 우리 군은 수백 명에 불과하여 피곤하고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고 썼다. 다른 기록에는 “정걸의 군사가 부교(나무다리)를 끊었다.” 는 대목도 있어 그가 얼마나 뛰어난 전술가였는가를 증명해준다. 정걸은 옥포대첩 후 전라도 전체를 지켰다.
특히 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에서 정걸장군에 대해서만은 존경하는 호칭인 영공(令公)이라 썼다. 난중일기는 1592년 초부터 93년 10월까지 쓴 전장일기로 조방장 또는 충청수사로 표현하였으나 정걸에게는 정영공(丁令公)으로 표현한 대목이 많다.
정걸은 고령임에도 한산도 진중에 머무르다 1595년 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50년 관직을 통해 종 2품 가선대부로 물러나 고향에서 2년 뒤 97년 여름 8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가 타계한 다음 해 2월 이순신도 노량해전에서 순국하니 조선의 명장 두 사람이 나란히 세상을 떠난 것이다. 한편, 정걸은 고흥 안동사와 금산 금곡사에 배향돼 제향되고 있다.
판옥선을 제조했다는 기록도 있어
정걸의 을묘왜변때 활약상은 1572년 10월과 11월 그 외아들 연에게 내려진 교지에서 알 수 있다, 10월의 교지는 을묘년에 녹도(고흥 도양읍 일대)에서 왜구를 소탕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으며 11월의 교지는 제주에서 왜구를 무찌렀음을 보여준다. 을묘왜변 이후 정걸은 남도포 만호로 승진하였고 다음 해 또다시 쳐들어온 왜구도 모두 무찔렀다.
명종실록 권 20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전라우도수사 최호(崔豪)는 왜적이 몰래 초도(여수 삼산면)에 정박하였을 때 적의 선봉을 보고는 지레 겁을 먹고 후퇴하여 피하고 진격하지 않았고 남도포 만호 정걸이 홀로 총진격하여 힘써 싸워서 전선(全船)의 왜적을 전부 잡았습니다. 그런데 최호가 계문할 때에 공을 자기에게 돌려 가선대부에까지 올랐으므로 남방 사람들이 지금도 통분해 하고 있습니다.”
정걸이 왕조실록에 실질적으로 등장하여 조정의 주목을 받은 첫 순간이다. 정걸은 이때 죽음을 겁내지 않고 적진에 홀로 뛰어들어 대승을 거두었다. 이때 그의 나이 42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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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순신을 만나기 전에는 부안현감을 거쳐, 종성부사로 있으면서 여진 정벌과 국경 수비에 공을 세웠고 경상우도와 전라좌우도 수군절도사, 전라도 병마절도사 등의 요직을 거침으로써 전술 전략의 최고 전문가로 자리매김 했다.
부안읍지에 정걸이 1556년부터 1561년까지 5년간 부안현감으로 재직했고 태안도 왜구 토벌공로로 진오교위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경상우수사, 전라좌수사, 장흥부사, 창원부사, 전라도병마절도사, 전라우수사, 전라좌도수군조방장, 충청수사, 통제사, 수군조방장 등을 역임했다. 남도포 만호와 부안현감을 지냈기 때문에 진도의 남도석성과 부안읍성 어딘가에는 장군의 숨결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난중일기와 선조실록 등에는 정걸 장군이 판옥선을 만들고 무기를 개발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영조 때 어사 이이장(李헧章)이 순시 중에 부안현에서 낡은 ‘판옥선’을 발견하고 왕께 그 판옥선을 수리하여 사용하겠다고 상소하는 대목이 있다. 이때 영조는 “그 배는 옛 명장(名將) 정걸의 솜씨이니 손대지 말고 그대로 보관하여 기념토록 하라’(영조실록)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군선인 판옥선은 을묘왜변이 일어난 1555년 9월에 처음 시험되었고 그로부터 1년 지난 1556년 상당량이 건조되었다.(김재근 조선왕조군선연구) 이때는 정걸이 을묘왜변 참전 후 녹도와 제주로 후퇴한 뒤 왜구를 추격하던 시기로 판옥선을 시험 운행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충무공전서>
“정걸이 교체된 후 새로 충청수사 구사직(具思稷)에게 전선을 더 주조하여 모두 60척 그리고 사후선(伺候船, 적군의 상황을 살피는 군선) 60척을 기일에 맞춰 건조하게 하였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자료는 1593년 정걸이 충청수사에서 교체되자 얼마 동안 전선을 새로 건조하고 있다가 이순신 진영에 합류했으며 새로 충청수사로 부임한 구사직(具思稷)에게 정걸이 건조하고 있던 전선을 더 확대하도록 이순신으로부터 요청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판옥선은 1555년(명종10) 군선을 새로 개발한 것이다. 판옥선은 구조와 기능이 혁신적으로 변모한 전투함으로 종래의 군선에 비해 선체가 커서 노군(노를 젓는 군사)의 수를 늘릴 수 있어 기동성이 좋아졌다. 또 2층으로 되어 있어 노군과 군사들이 방해받지 않고 전투에 임할 수 있었다. 판옥선은 임진왜란 중 조선 수군이 완승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즉 옥포해전·당포해전·한산해전·부산해전 등 주요 해전에 동원된 군선 중에서 3척의 거북선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판옥선이었다. 그때 판옥선의 크기는 저판(底板) 길이 50~55척, 탑승 인원 130명 정도로 파격적으로 컸다. 후대로 내려오면서 크기가 점점 커져 정조 때는 저판 길이가 90척, 일반 판옥선의 저판 길이가 70척 정도였고 탑승인원도 160명 내외로 늘었다. 호남절의록에도 이런 기록이 있다.
“충무 이공(李公)은 공(宋德馹)을 장선사(裝船使) 겸 주사전부장(舟師前部長)을 삼았는데 공은 나대용(羅大用) 정걸(丁傑) 등과 함께 거북선을 늘렸다. 또 판옥선 전선을 만들고 화전(火箭) 철익전(鐵翼箭) 대총통(大銃筒)을 만들었다.”
정걸이 판옥선을 만들고 신무기를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들과 손자, 사위가 모두 전선에
정걸장군은 광산김씨 현감 석백의 딸과 결혼해 1남 2녀를 두었다. 아들이 정연이며 사위는 송응기(宋應璣)와 황민후(黃敏厚)이다. 큰사위 송응기는 여산송씨 송순의(宋純 義)의 아들인데, 전라병사로서 이순신의 절친인 보성의 선거이(宣居怡) 장군의 처남이자 최대성·황응후의 처남이다. 다시말하면 선거이와 최대성 황응우 세사람이 동서간이면서 송응기의 매제들이다. 둘째사위 황민호는 황희정승의 8대손으로서 송응기의 매제인 황응우의 막내동생이다.
송응기의 사위로 압해(영광)정씨 정원발(丁元發)이 있는데, 부친은 정경운(丁慶運)이고 숙부가 400년간 잊혀져 있다가 지난 2월 발굴된 이순신의 조방장인 정응운(丁應運) 장군이다.
정연은 1574년 무과별시 병과에 급제했고 부친의 공로로 종8품 수의부위 품계를 받았다. 제주에서 왜구 2명을 사로잡아 정8품 승의부위가 되었으며 이후 부친이 부안 현감으로 있을 때 태안의 왜구를 무찌른 공로로 정6품 진용교위에, 1579년 종5품 산계인 충의교위가 되었다. 또 정략장군(定略將軍)에 올라 충자위중부장에 제수되었고 전라병영 우후(虞候) 오위도총부, 영광군수 등을 역임했다.
손자 정홍록은 1591년 무과 병과에 급제했으나 3년 뒤 부친과 조부의 덕으로 종5품 현신교위에 올랐다. 이후 무안현감, 낙안군수에 올랐다. 1597년 정유재란 때 무안현감으로 명량해전에 참전하였고, 1598년 12월 낙안군수로 재직하다가 부조(父祖)의 제사를 받들겠다고 사직하여 충효를 실천하였다.
홍록은 아들 엽(燁)과 환(煥), 그리고 두 딸을 두었는데 엽(燁)이 효행으로 역참을 관리하던 종6품 외관직인 흥양찰방을 지냈다. 두 딸은 남이령(南以)과 이첨(李籤)에게 시집을 갔다. 정엽의 장인은 난중일기에 군관으로 등장하는 송두남(宋斗南)인데 호남절의록과 선무원종공신록에는 실려있지 않다.
사당도 없이 위패만 안동사에
정걸장군의 묘는 안동마을에서 10여km 떨어진 도화면 유주산 동쪽 불순동에 있다. 3단으로 된 묘역 중앙에 부친 정승조와 모친 이씨의 합분(合墳)이 있고 그 윗단에 정걸과 정부인 광산 김씨의 쌍분이 있다. 맨 아랫단에는 하인의 묘가 있는데 비록 하인의 몸이었지만 가문을 위해 살았던 자를 선영에 같이 모신 것은 후손들의 따스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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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걸의 묘비는 1914년 조선후기 문인 송병화가 찬(撰)하고, 유허비는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청송 심선택이 찬했다. 신도비는 안동마을 길가에 있는데 왼쪽의 비가 신도비이고 오른쪽은 유허비다. 이 신도비는 1946년 김응찬이 찬(撰)하고 1971년 14세손 종악 등이 세웠다고 기록돼 있다.
증조부 정성의 묘는 안동마을로 들어가기 전 포두석재 길목에 위치하고 있으며 ‘성균지사 증통훈대부사옹원정 숙인 오씨 합장’이라는 묘비가 있다. 좌측에는 1904년 기우만이 찬하고 신철휴가 쓴 묘비가 있다. 정성은 정극인의 손으로 부친은 정극인의 둘째 칠현인데 칠현이 고흥 포두의 입향조이다.
아들 정연과 손자 정홍록의 묘는 포두면 길두리 안동마을 입구 안동사로부터 우측 100m 지점에 있다. 봉분은 2개이며 정연과 숙부인 박씨의 합장묘, 손자 정홍록과 숙부인 정씨 합장묘가 있다. 원래 안동마을에 정씨들의 사당이 있었으나 1960년대 후반 화재로 전소되었다.
1785년 여산송씨와 고흥유씨, 영광정씨가 두원면 운곡리에 운곡사를 설립했다. 여산송씨 가문에서는 송간(宋侃) 송대립(宋大立) 송심(宋諶)을, 고흥 유씨 가문에서는 유탁(柳濯)을, 영광정씨 가문에서는 정운희(丁運熙)를 모셨다. 정운희(1566~1635)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을 도와 피난선 10여 척과 군량미를 후원하고 의병을 모집한 사람이다.
그 후 1796년 여산송씨 문중에서 서동사를 설립해 송간, 송대립의 위패를 모셔가자 같은 해 송인(宋寅)과 압해정씨 정걸이 추배되었다. 그러나 운곡사는 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훼철되기에 이른다. 이후 1960년 유덕산 기슭 고흥유씨 집성촌인 고흥읍 호동리에 운곡사를 복설하였다, 이곳에는 고흥송씨 9위와 남양 송씨 6위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영광정씨들은 선조의 위패를 모실 곳이 없어지자 1974년 길두리 안동마을에 안동사를 건립했다. 안동사는 3칸이며 여기에 4칸의 강당(승유재)과 관리소 등이 있다. 이곳에는 상춘곡을 쓴 조선전기의 문신이자 대학자인 불우헌 정극인을 주벽으로 하여 좌우에 7기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좌로부터 정덕주 정운희 정걸 정극인 정귀수 정연 정홍록 등의 신위가 모셔져 있으며 1987년 정효목(丁孝穆)을 추배하여 8위를 봉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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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가문에서는 정걸-연-홍록 3대 이외에도 난중일기에 등장하는 공신들이 많다. 종사관 정경달, 조방장 정응운(丁應運), 정응두(丁應斗) 등 11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난중일기 연구가 박갑로 영남 이순신연구소 소장은 “한 가문에서 난중일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이렇게 많은 가문이 드물다.”면서 “대종회 차원에서 학술회의를 개최해 이들의 업적을 조사하고 또 사위나 처가 쪽까지 연결하면 매우 중요한 사료가 될 수 있다.” 고 말한다.
유물과 유적은 대부분 사라지고 교지 34장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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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걸장군 가문의 유적과 유물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교지는 다행히 34장이 남아 있는데 종손 정종욱씨가(45세) 보관해오다가 지난 2005년 국립진주박물관에 관리를 위탁한 상태다. 교지는 국왕이 신하에게 관직이나 관작, 자격 시호, 토지 노비 등을 내려주는 문서다. 교지는 가문의 영예를 나타내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가문들이 많다.
종가에는 46세 종손의 셋째 동생인 상회(75)가 살고 있는데 초가를 와가로 바꾼 평범한 고택이다. 건립연대가 100여년 정도. 종가 바로 오른쪽에 사당이 있었는데 60여년 전 화재로 전소하는 바람에 남은 유적과 유물이 따로 없다. 정걸장군의 가문에 전해지고 있는 교지는 모두 34점이다. 정걸에게 내려진 교지 6점, 아들 정연에게 내려진 12점, 손자 정홍록에게 내려진 9점이다. 정걸장군에게 내려진 교지는 주로 조선 전기의 중앙관제인 오위(五衛)에서 이름이 보인다. 절충장군 정3품, 부호군 종 4품, 부사과 종6품, 부사진 종5품 교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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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마을에는 마석과 연자방아가 있다. 마석은 장군이 말에 오를 때 사용하던 원형 석주석이고 연자방아는 종가에서 직접 사용하던 것이다. 원래 2쌍이 있었으나 1기는 남쪽 담장밑에 묻었다고 전하며 1기만 마을 입구에 남아 있다. 또 다른 유적으로는 정걸 장군이 귀향할 때 선조가 선배들과 말년을 보내라는 뜻으로 하사한 7인정이란 정자가 있었는데 일제때 없어졌다. 정자의 위치는 후동마을 남쪽 길두천을 끼고 솟은 안산에 있었다고 전한다. 현재의 공원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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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걸장군이 귀향해서 기념으로 7그루의 느티나무(槐木)을 심은 것인데 현재는 전동마을에 2그루, 삼정마을에 3그루가 남아 있다, 이들 괴목은 수령 400년이 넘는 노거수로 고흥군이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불우헌 정극인의 5세손- 칠현이 고흥 입향조
정걸은 압해정씨 영광파 후손으로 상춘곡으로 유명한 불우헌(不憂軒) 정극인(丁克仁, 1401~1481)이 그의 5대조이다. 정극인(26세)은 삼준, 칠현 등 두 아들을 두었는데 장남 삼준(27세)이 창원으로, 차남 칠현(27세)이 고흥으로 이거해 고흥 입향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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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현이 정걸의 고조부이며 증조 정성(丁性)은 진사시에 합격한 선비인데 정걸이 2품의 고관에 오르자 통훈대부(通訓大夫) 사옹원정(司饔院正, 궁중에서 음식을 총괄하던 직책)을 증직 받았다. 조부 정자행(丁自行)은 벼슬이 없고 부친 정숭조(丁崇祖)는 내금위와 어모장군(禦侮將軍) 행부사직(정3품 당상관)을 지냈다.
정극인은 경기도 광주의 도모포에서 출생하여 관향인 영광으로 이거했다가 처가가 있는 전북 태안에 정착해 살았다. 17세 때 소과에 장원하고 29세 때 생원시에 합격, 성균관에 입학했으나 대과에 급제하지는 못했다. 1436년 기근이 심해 민생이 피폐해져 갈 때 임금이 흥천사 중건 등 대규모 불사를 일으키자 태학생을 이끌고 항의했다가 함경도로 귀양을 가게 된다. 이후에는 다시 태안으로 낙향하여 ‘불우헌’이란 정자를 짓고 문인으로서의 삶과 인근의 자제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한다.
뒤늦게 성균관의 천거를 받아 광흥창 부승(廣興倉 副丞)으로 출사했다가 1453년 전시(殿試) 정과(丁科)에 급제하여 전주향교 교수, 성균관 주부 영임, 그리고 1469년(예종1년) 사간원 정언(정6품)을 지냈다. 그는 불교를 배척하다 벼슬자리에서 물러났다. 1472년 교육에 힘쓴 공로로 뒤늦게 삼품 산관(散關)이 내려지자 감격하여 불우헌가와 불우헌곡을 지었다.
모두 7장으로 이뤄진 불우헌 곡은 벼슬에서 물러나 자연에 묻혀 책과 거문고와 바둑과 장기를 두며 소일하는 모습. 향리의 소년들과 공부하기 위해 타지에서 찾아온 학동들을 모아놓고 교육하는 즐거움,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남에 임해 베풀어준 임금의 은덕, 태평성대에 춤을 추고 노래하며 성덕을 기리는 모습, 자기 분수를 지켜 안빈낙도하는 심정, 삼품삼관의 유서를 받고 성은에 감격하는 모습, 작자 자신의 생활하는 모습을 노래로 지어 세상 근심을 떨쳐버리는 모습을 담은 가사이다.
국문학사 적으로 불우헌곡 이전의 경기체 가사들은 악장이라는 국가적 소용이었다면 불우헌 곡은 개인적 소용으로 지어진 첫 작품이라는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극인의 후손들은 대대로 문과의 집안이었으나 흥양(고흥) 이거 후 무과로 전환하였다.
丁씨 시조는 당나라 승상을 지낸 정덕성
우리나라 정(丁)씨의 시조는 당나라 문종 때 대승상을 지내고 무종때 대양군에 봉해진 정덕성(丁德盛)이다. 853년 (당나라 선종 7년, 신라 문성왕 15년) 군국사(軍國事)로 직간을 하다가 압해도(押海島)에 유배되었다가 사면되었으나, 돌아가지 않고 신라에 귀화했다.
우리나라의 정(丁)씨는 모두 정덕성(丁德盛)공의 후손이며, ≪압해정씨대동종안보 (押海丁氏大同宗案譜) 및 압해정씨대동보(押海丁氏大同譜)≫에는 우리나라의 모든 丁씨를 압해정씨(押海丁氏)로 통일하였다. 장남 정열도(丁烈道)는 신라에서 오성군(筽城君)을 받고 차남 정응도(丁應道)는 금성군(錦城君)을 받게 된다.
고려조에 이르러 오성군의 후손으로 무관인 정진(21세, 丁晉)이 있으며 그의 손자 23세 찬(贊)이 영성군(靈城君)이 되어 영광 땅을 받아 영광파의 중시조가 된다. 정찬은 공민왕 때 밀직부사를 지냈다.
창원파는 신라에서 금성군을 받았던 응도의 후손으로 윤화(16세)가 중시조이며 나주파는 응도의 후손으로 윤종(16세)이, 의성군파는 응도의 후손으로 천간 (22세)이 중시조이다. 창원과 진주에 고분 문화재로 지정된 압해정씨들의 묘가 여러 기가 있는 것은 신라시대 큰 활약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압해정씨 시조묘는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면 가룡리에 있다. 압해면사무소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는데 현재 묘 3기와 제각이 보존돼 있다.
“역사적 진실 토대 위에 현창 사업 필요”
3대가 순절한 충효의 고장 길두리 안동 일대를 둘러보고 나오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역사적으로 3대가 나라를 위해 순절한 가문이 얼마나 될까? 뿐만 아니라 옥포해전, 한산대첩, 부산포해전 대승의 견인차였고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적으로 불 때 현창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취재 길에 들은 얘기지만 30여년 전까지 중학교 교과서 ‘행주기행의 글에 정걸의 성씨가 ‘정(鄭)씨로 되어 있다가 문중에서 뒤늦게 발견해 교정을 요청함으로써 수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걸에 대한 조사가 얼마나 소홀했는가를 알 수 있다.
난중일기 연구가 박갑로 영남 이순신연구소장은 “정걸 3대의 충절은 난중일기 전체를 통틀어서도 흔치 않은 일로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문중이 협력하여 사우를 세워 후세교육에 활용할 만한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박소장은 이미 언급한 사실 이외에도 “정걸은 행주대첩이 있기 전에도 경기도 해안에 주둔해 있으면서 권율, 선거이, 김천일, 허욱 등과 연계해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면서 다음의
<연려실기술>의 자료를 제시했다.
“권율(權慄, 1537~1599)이 수원에서 고양의 행주산성으로 나아가 주둔하였는데 군사를 나누어 4천여명을 병마절도사 보성의 선거이(宣居怡,1550~1598)에게 주어 금천에 머물러 성원하게 하고, 권율은 1만여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양천강을 건너서 행주에 진을 쳤다. 한편 창의사 김천일(金千鎰, 1537~1593)은 강화로부터 나와 해안에 진을 치고 충청감사 허욱은 총진에 진을 치고, 충청수사 정걸도 응원하기로 하였다.”
<신 흥양지>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정걸은 또 행주의 전투에서 충청수사로서 배를 타고 한강으로 나아가 군기와 총통, 철익전을 실어서 도원수 진중에 운반하였다. 권율공이 그 힘에 의지하여 크게 이겼다. 논공할 때에 포상이 미치지 못하자 사람들이 많이 유감스러워하였다.”
정씨들 종문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국가와 지자체가 중심이 된 현창사업이 꼭 이뤄져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해군에서는 해군 군함의 명칭을 ‘이순신함’‘나대용함’ 등으로 붙이고 있는데 새로운 군함의 명칭은 ‘정걸함’이라고 명명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근현대 인물 다수 배출
정씨 가문에서는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문인인 불우헌 정극인을 비롯 조선 후기의 실학자를 대표하는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등을 배출했고 근현대에 들어서도 유명인사를 다수 배출했다. 정계의 정일권(丁一權) 전 국무총리·국회의장, 정래혁(丁來赫) 국회의장,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 정세균(丁世均) 국무총리, 정해창(丁海昌) 법무부장관, 대통령비서실장, 정재석(丁渽錫)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 정해식(丁海植) 충북지사, 정옥근(丁玉根) 해군참모총장, 정희성(丁熙聲) 예비역 육군준장, 정만길(丁萬吉) 광업진흥공사 사장(예비역육군중장), 정규성(丁奎成) 주)코스모스백화점 회장 등이다.
광주전남지역에서도 정명섭(丁明燮) 3·4·6대 국회의원, 정득규(丁得圭) 전남대 총장, 정영식(丁榮植) 행자부차관, 정병석(丁炳錫) 전남대총장, 정병휴(丁炳烋) 조선대 총장, 정채봉(丁埰琫) 아동문학가, 정광수(丁珖秀) 판소리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정명호(丁明鎬) 전남대의대교수(한국 심혈관스텐트연구소장), 정래정(丁來正) 6·7대국회의원, 정시채(丁時采) 국회의원·농수산부장관, 정권진(丁權鎭) 예비역 육군준장, 정명현(丁明鉉) 조선대 약대학장, 정정섭(丁正燮) 목포교대 학장 등 정계 재계, 학계에 많은 유명인사를 배출했다.
한편, 이번 취재 자문을 맡아주신 분은 정종욱(45세) 정종형(45세) 그리고 박갑로 영남이순신연구소장 등이다.
글 : 지형원<문화통 발행인> / 사진 : 임철진<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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