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화순 한천면 정리
능성구씨 700년 터전…시조-2세-시랑중파 파조가 살던 곳
인조의 어머니 인헌왕후 관향이라 하여 능주목으로 승격돼
| 2020. 07.20(월) 09: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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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마치 꽃송이가 사발에 소복이 얹힌 흰 쌀밥처럼 보여 ‘이밥나무’라고 부르다가 이밥이 이팝으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또 꽃이 입하(入夏)에 피기 때문에 입하목(入夏木)이라 부르다가 ‘이팝’으로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전라북도 일부 지방에서는 이팝나무를 ‘입하목’ 또는 ‘이암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팝나무는 한 해의 풍년을 점치는 나무로도 알려져 있다. 흰 꽃이 많이 피는 해는 풍년이, 꽃이 많이 피지 않은 해는 흉년이 든다고 믿어 왔다.
전라도에서 만나는 이팝나무의 눈꽃은 슬픔이기도 하다. 해마다 5.18 무렵이면 거리거리마다 붉은 장미와 이팝나무가 그날처럼 흐드러지게 피는데 하얀 눈꽃은 마치 소복한 여인이 멀리서 흐느끼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여기에 걸쳐진 붉은 장미. 정말 묘한 감정으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달에 찾아가는 능성구씨(綾城具氏) 집성촌인 화순군 한천면 정리(정동마을)는 조선시대 능주목 관할이었던 곳이다. 능주목은 지금의 전라남도 화순군 능주면·도곡면·도암면·이양면·청풍면·춘양면·한천면을 포함하는 넓은 지역이었다. 고을의 치소는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 일대에 있었다.
한천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하여 붙여졌을까? 한천면 도덕산 줄기에 물이 차가운 샘이 있는데 본래의 이름이 원수천(源水泉) 한천(寒泉)이라 불렀다. 오늘날의 한계리(寒溪里)라는 명칭은 본래 냉정리(冷井里)에서 유래했으며 한천면 소재지에서 영외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참샘으로 부르는 샘은 원래 찬샘(冷泉)이었던 것이 변한것으로 보인다.
내친김에 능성(綾城)에 대하여 알아보자. 오늘날 화순군 능주면의 옛 지명으로 백제 시대에 이릉부리현(爾陵夫里縣) 또는 죽수부리현(竹樹夫里縣)·인부리현(仁夫里縣)·연주부리현(連珠夫里縣) 등으로 불렸다. 부리는 오늘날 향리(鄕里)와 같은 뜻이다. 757년(신라 경덕왕 16)에 능성군으로 바꾸고 무주(武州 : 광주)의 속현이 되었으며 부리(富里)·여미(汝湄. 화순읍) 등의 현을 관할했다.
940년(고려 태조 23)에는 능성으로 개칭하였고, 1018년(현종 9) 나주의 속현이 되었다가 1143년(인종 21)에 능성현으로 승격했다. 1416년(태종 16) 화순을 병합하여 순성현(順城縣)으로 불렸다가 1418년 화순이 분리되었다.
임진왜란 때는 다시 화순을 병합하기도 하였다. 인조반정이 있은 지 10년 후인 1632년 인헌왕후의 관향이라 하여 능주목으로 승격했고 이릉(爾陵)이라고도 불렸다. 1895년(고종 32) 나주부 소속의 능주군이었고 1896년 전라남도 능주군으로 개편되었다. 1908년에 능주군이 화순군을 병합하였으나 1914년 능주군을 화순군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능주면이 화순군에 편입되었다.
시조는 고려 공신 구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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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성구씨는 화순 능주가 관향이다. 시조 구존유(具存裕)는 고려의 공신으로 벽상삼한삼중대광(壁上三韓三重大匡) 검교상장군(檢校上將軍)을 지냈다. 벽상삼한삼중대광은 공신의 품계로 정1품에 해당하며 검교상장군이 벼슬인데 오늘날 육군참모총장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능성구씨의 시조인 구존유가 1224년 주잠과 함께 중국에서 도래하였다는 설이 있으나 능성구씨대종회는 나주나 능성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토착 성씨라고 정리하고 있다. 그 근거로 중국에 있는 신안 주씨의 기록에도 구존유는 고려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 몇 가지 증거를 이야기하고 있다.
백제가 멸망(660년)한 뒤 나주에서 포로로 잡힌 백제 장군 구도(具道)의 아들 구단서(具端舒)가 있고, 궁예의 태봉국 시중(侍中)이었던 구진(具鎭)이 918년(태조 1) 나주도 대행대(大行臺) 시중에 임명되었으며, 1101년(고려 숙종 6년)에 탁라(?羅) 성주(星主)인 배융부위(陪戎副尉) 구대(具代)가 유격장군에 임명되었던 사실을 《고려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세종실록지리지의 능성현 토성조(土姓條)와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능성현 토성조(土姓條)에도 구씨(具氏)를 능성현(綾城縣)의 대표적인 토착 성씨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신안 주씨들은 구존유(具存裕)가 1224년 주잠과 함께 중국에서 건너왔고 구존유(具存裕)가 주잠(朱潛, 1194~1260)의 사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능성구씨대종회도 구존유(具存裕)가 주잠(朱潛)의 사위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구존유(具存裕)는 신안주씨와의 사이에 평장사(정2품 관직) 민첨(民瞻)을 두었고 민첨(民瞻)은 외아들 연(恬)을 두었다. 연(恬)은 의(宜), 천용(天容), 예(藝) 등 세 아들을 낳아 벌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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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의(宜)는 해()-서윤(瑞玧)으로 이어져 7세 들어 현좌(賢佐), 현노(賢老) 형제를 두는데 이들이 판사파와 전서파의 파조가 된다. 능성구씨는 7세 들어 모두 12개 파조로 나뉘게 된다. 그리고 천용(天容)의 후손은 식(軾)-록(祿)을 거쳐 7세 영량(英良)이 시랑중파 파조가 되며 예의 아들 영검(英檢)은 위(褘) 흥(興) 의(義) 등 세 아들을 두는데 위(褘)의 네 아들 홍(鴻)이 좌정승파, 성량(成亮)이 판안동파, 성노(成老)가 도원수파, 성덕(成德)이 재신파의 파조다.
흥(興)의 세 아들 현보(賢輔)가 랑장파, 현기(賢器)가 감무파, 충노(忠老)가 임천군사파 파조가 되며 의(義)의 두 아들 성미(成美)와 원립(爰立)이 참판파와 문천군사파의 파조가 되어 12파조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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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에 具씨 4명 등장
이들 가운데 재신파는 북한에 있어 자세히 알 수 없고 전서파와 임천군사파는 후손이 없어 현재 남한에는 9개파만 존재한다. 이 가운데서는 좌정승파, 판안동파, 도원수파의 후손들이 조선조에 와서 가장 많은 인물들을 배출하여 크게 번창했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나오는 인물이 4명이나 되고 구희를 비롯 충신들이 많았다.
화순 능주를 비롯 광주 전남지역 대부분의 구씨들은 시랑중파의 후손들이며 럭키그룹 구인회(具仁會), 구자경(具滋暻), 구본무(具本茂), 구광모(具光模) 등은 강원도 도원수를 역임한 도원수파의 후손들이다.
시조인 구존유(具存裕)의 단(壇)과 2세 민첨(民瞻)의 묘는 화순 한천에 있고 3세 연(恬)의 묘소는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 선동마을에, 그리고 4,5,6세의 묘소는 충청도 당진에 모셔져 있다. 충청도에 집단촌의 형성된 것은 3세가 벼슬을 하고 이곳에 터를 잡은 뒤 후손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능성구씨 집성촌은 전북 익산· 함열, 인천시 강화군, 충남 공주, 당진, 경기도 광주, 하남, 충북 보은, 음성, 옥천, 경북 김천시 등이다. 전남에서는 화순 한천면 정리, 천계동 주암리(舟岩里) 춘양 용곡리, 강진 성전, 광산 본량 동림리, 전남 광양, 담양 용면 두장리, 봉산면 죽림리 등이나 현재는 대부분 흩어져 살아 집성촌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천면 정리에 능성구씨 성역
화순군 한천면 정리에는 시조인 구존유(具存裕)와 부인 신안주씨의 단(壇)과 제실인 영모재가 있으며 그 위에 2세 민첨(民瞻)의 묘가 있다. 능성구씨 족보상에는 ‘천태산 좌록 풍취라대혈에 안장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실전하여 이곳에 단(壇)을 세웠다. 화순 한천 정리에 세워진 단비(壇碑) 후기문에 따르면 시조와 배위인 주씨의 묘소도 실전되어 묘제(墓祭)를 드릴 곳이 없어 1925년에 후손들이 아들인 평장사공 민첨(民瞻)의 묘소 왼쪽에 설단(設壇)했다. 그러나 이곳이 좁고 험준하여 1979年 봄 대종회 총회를 거쳐 지금의 연주산(連珠山) 아래 정동(政洞) 임좌원(壬坐原)으로 옮겼다. 비문은 구문(舊文)을 옮겨 새기고 구비(舊碑)는 단중(壇中)에 매안(埋安)하였으며 후기를 새겨 놓았다.
“부군(府君)의 세대(世代) 이미 멀고 사적(史蹟)이 미상하여 행치이력을 알 수 없으나 미미한 몸으로 발신하여 공경(公卿)의 지위에까지 오르셨으니 이것으로 반드시 재덕을 겸비함이 남보다 탁월하셨음을 알 수 있다. 부군(府君)의 후손들이 번창하여져 경사로움이 헤아릴 수 없으며 학덕과 공렬, 훈업과 명성이 세세로 부절하였음이 사책에 실리어 후세에까지 빛나겠으니 어찌 그의 어지신 덕택이 후손에 미침이 아니랴. 우리 종족은 마땅히 보본추원(報本追遠)의 성의를 다해야 할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2세 민첨(民瞻)과 부인 면천복씨의 묘소는 이곳에서 100여m 위쪽에 있는데 호남 8명당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다. ‘천녀득공혈’로 알려진 이곳은 풍수가 아니라도 혈맥이 묏자리로 뻗어 내려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나 가파르던지 묘를 쓰고 상을 차려놓으니 제물이 흘러내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고위와 배위를 나란히 모시지 못하고 상하봉으로 모셨다고 한다. 그 아래 산 중턱에 7세 시랑중파 파조 영랑의 묘와 후손들의 묘소 몇 기가 있다.
능성구씨들은 매년 음력 3월 1일 오전 이곳에서 시조와 2세 민첨(民瞻)의 시제를 모신 뒤, 오후에는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 선동에서 3세조를 향사한다. 그리고 다음날인 2일에는 충남 당진의 신암사에서 4,5,6세조의 제사를 모시는데 판안동파 후손들이 많이 퍼져 전국에서 모이는 큰 행사가 된다.
충남 당진의 신암사(申庵寺)는 대한불교조계종 7교구 본사인 수덕사의 말사로 송악읍 가교리에 있다. 1200년대 고려의 공신이었던 구예(具藝 4세)의 부인 여주신씨가 남편의 극랑왕생을 기리기 위해 창건했다고 전한다.
창건 당시 불상은 인도에서 가져왔으며 신씨가 세운 암자라고 하여 신암사라고 부른다. 대웅전 앞에는 당시 건립한 7층 석탑이 있다. 대웅전 안에는 보물 제987호인 당진신암사금동불좌상이 있는데 순동으로 만들어져 장정 50명이 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 절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얘기가 전해진다. 구예(具藝)가 원나라로 가는 길에 자결을 하려는 자를 만나는데 그 사연을 들어 본 즉 억울한 세금 때문임을 알고 대신 세금을 내주어 살려주었다. 그가 원나라에서 돌아오자 은혜를 갚겠다고 찾아와 그를 종으로 삼았는데 풍수지리에 능해 지금의 신암사 터를 잡아주었다는 것이다.
수령 550년의 느티나무 2그루 성역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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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성구씨들이 대대로 터를 잡아 살았던 한천면 정동은 화순-보성·장흥간 국도를 따라가다 모산교차로에서 왼쪽으로 빠져나가 직진하면 된다. 오른쪽에 있는 금전 저수지를 지나 조금만 가면 한천면 소재지가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올라가다가 매봉산과 연주산이 이룬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야트막한 산자락에 아래 작은 마을이 있다. 이곳에도 옛날에는 50여 호가 살았을 법한데 지금은 20여 호가 남아 있다. 능성구씨들이 화순에만 700여 호가 살았다고 하며 정리에도 자작일촌했으나 지금은 몇 가구가 남아 있지 않다. 정동을 지나 더 이상의 길은 없고 산을 넘어야 한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충효문이 길손을 맞는다. 이 충효문은 청계 구희, 수문장군 구주, 오봉 구두남 등 능성구씨 세 사람의 충과 효를 기리는 비각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가면 시조 구존유와 배위 신안주씨의 단과 비석이 연주산 자락에 널따랗게 조성되었다. 입구 주차장에는 2002년에 세워진 구자경 공적비와 2세 민첨 부부의 비가 세워져 있다. 마을 쪽으로 향해 꺾어 돌면 550년 수령이 느티나무 2그루가 넓은 성역을 호위하고 있다. 이 느티나무는 지난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바로 곁에 영모재(永慕齋)와 관리사가 있다. 영모재 현판은 이 마을 출신의 유명한 서예가 근원 구철우 선생이 썼다.
마을 가운데에 시랑중파의 종가가 있었으나 지금은 다른 성받이가 들어와 새로 집을 지어 살고 있다. 종가 터 입구에 서예가 ‘근원 구철우 생가’ 표시가 있는 허름한 집이 남아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종가터와 근원 구철우 생가로 들어가는 입구에 2층 높이의 큰 대문이 복원돼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 준다. 후손 가운데 뜻이 있는 누군가가 마을에 터를 잡아 종가를 지켜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종손을 따질 필요도 없다. 뜻이 있는 사람이 집을 지어 역사를 새기고 오래도록 지켜가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종가가 아니겠는가?
후손들 가운데 武人들 많아
시조 구존유는 벽상삼한삼중대광(壁上三韓三重大匡) 검교상장군(檢校上將軍)을 지낸 것으로 되어 있다. 벽상삼한삼중대광은 품계이고 검교상장군이 벼슬인데 오늘날 육군참모총장정도라고 할 수 있다. 2세는 구민첨은 평장사를 지냈고, 3세 면성부원군 구연(具恬)은 문하좌정승을 지냈다, 4세는 면성부원군 구예(具藝), 5세는 전리판서를 지낸 면성부원군 구영검(具榮儉), 6세는 면성부원군 문정공(文貞公) 구위(具鉥)와 문하찬성사(門下贊成事)를 지낸 구흥(具興)과 공조전서를 지낸 구의(具義)가 있다.
고려 말 좌시중(左侍中) 7세 문절공(文節公) 구홍(具鴻)은 조선의 개국에 협력하지 않고 은둔하여 고려에 대한 절의를 지켰다.
능성구씨는 무인들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병마절도사·수군절도사를 지낸 구사직(具思稷), 훈련대장 등을 지낸 구굉(具宏), 어영대장인 구인후(具仁?), 총융사(摠戎使)인 구인기(具仁), 어영대장인 구문치(具文治), 총융사인 구감(具鑑), 훈련대장인 구성임(具聖任), 훈련대장인 구선복(具善復) 등이다. 이 중 구굉·구인후·구인기는 인조반정의 공으로 정사공신에 녹훈(錄勳)되었다.
또한 세조 때 우의정과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을 지낸 구치관(具致寬), 강릉대도호부사 구치홍(具致洪), 성종 때 상주목사를 지낸 구치명(具致明), 경상우도절도사를 지낸 구겸, 중종반정(中宗反正)의 정국공신(靖國功臣)인 구현휘(具賢暉)·구수영(具壽永), 성종 때 좌리공신(佐理功臣)인 능원군 구문신(具文信) 등이 있다.
중종의 부마 구사안(具思顔), 인조의 외조부이며 이조판서·좌찬성·숭록공신(崇祿功臣)에 오른 구사맹(具思孟), 시문에 뛰어나고 관찰사·참판·대사헌을 지낸 구봉령(具鳳齡) 등이 있다. 조선의 왕족으로는 원종의 비 인헌왕후(조선 제16대 왕 인조의 어머니)가 있다. 능성구씨는 영조대(英祖代)에 이르기까지 조선왕조 권력의 핵심에서 가문의 세를 떨쳤다.
《능성구씨사료집》에 따르면 조선시대에 총 562명의 과거 급제자를 배출하였는데, 그 가운데 문과 55명, 무과 363명으로 무과 출신이 절대적으로 많다.
영암읍사무소 앞 능성구씨청렴시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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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군 영암읍사무소 앞에는 정부인능성구씨청념시혜비가 있다. 이 비는 1920년에 영암군 시종면과 곤이종면(오늘날 서호면)의 소작인 일동이 능성구씨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비이다. 일부자료에는 영암읍 회문리 군부대로 가는 길에 있다고 되어 있으나 문화통 취재팀이 영암읍사무소 앞 5개 비석 가운데 하나가 능성구씨청렴시혜비인 것을 확인하였다.
능성구씨는 남편 조계환(曺桂煥)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집안 살림을 관장하면서 소작인들에게 많은 선정을 베풀었는데 그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소작인들이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대부분의 비석이 주로 남성을 위해 세워진 다른 비석들과 달리 여성을 기리는 비석이라는 점도 보기 드문 시혜비다.
비석의 앞면에는 ‘통정대부 행의금부도사 조계환배정부인능성구씨청렴시혜비(通政大夫行義禁府都事曺桂煥配貞夫人綾城具氏淸廉施惠碑)’라고 쓰여 있다.
인헌왕후 관향이라하여 능주목 승격
인헌왕후 능성구씨(1578~1626)는 선조 11년인 1578년 아버지 구사맹과 평산 부부인 신씨의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 구사맹(1531~1604)은 1558년 식년 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승문원 정자로 관직 생활을 시작해 7년 전쟁 중이던 1597년(선조 30년) 의정부 우참찬으로 왕자를 호종했다. 어머니 신씨는 7년 전쟁의 용장 신립의 누이였다.
능성구씨는 어릴 적부터 남달리 총명하고 효성과 우애도 깊었다. 음식을 먹다가 오물이 섞여 있어도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조는 1590년 인빈에게서 태어난 다섯째 왕자인 정원군의 가례를 치르기 위해 친히 간선을 하게 되는데 두 차례나 구하지 못하다가 능성구씨를 한 번 보고는 금방 마음에 들었다. 그해 10월 3일에 혼례를 치르고 연주군부인이 되는데 소학을 배우면서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뜻을 깨달을 정도로 영리하고 인품도 따스했다고 전한다.
광해군 15년인 1623년 3월 반정으로 아들인 능양군이 보위에 올라 인조가 되자, 연주군부인은 연주부부인이 되고 따로 계운궁의 궁호를 받았다. 계운궁은 능양대군 종(倧), 능원대군 보(), 능창군 전(佺)과 1녀를 두었다. 큰아들 능양대군이 훗날 인조다.
능창군은 궁마술에도 능해 말 타기와 활쏘기를 잘했으나 광해군으로부터 역모혐의 국문을 받고 강화도 교동도에 유배되었다가 열여섯의 나이에 목매 자진하였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계운궁은 한 점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남편 정원군은 비통함을 이기지 못하고 술로 세월을 보내다 세상을 뜨자 물 한 모금 입에 넣지 않았으며 3년 상을 미음으로 연명하였다고 전한다.
그러다가 1623년 인조반정으로 맏아들 능양대군이 왕위에 올라 아버지 정원대군을 원종으로, 어머니 계운궁은 인헌왕후로 추존하였다. 또한 어머니의 본관인 능성현을 능주목으로 승격시켰다. 인헌왕후가 묻힌 곳은 경기도 김포시의 장릉이다. 처음에는 육경원이라 하다가 남편인 정원대원군과 합장하여 흥경원이라 했으며 추존한 뒤 능으로 승격되었다.
능주 포충사에 구희 등 5충신 배향
능주 포충사는 임진왜란 (1592년~1598년) 당시 순절한 충의공 최경회, 경암 문홍헌, 청계 구희, 상의재 오방한, 을묘왜변(1555년,명종10년) 때 순절한 월헌 조현 등 능주 출신의 다섯 충신을 향사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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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군 한천면 모산리 산15번지에 있는데 조광조를 기리는 죽수서원과 나란히 있다. 이곳은 400여 년 전 임금이 포충사로 사액(賜額)한 사우의 원지(原地)이다. 여기에 모셔진 능주 출신 4충신(최경희 문홍헌 구희 오방헌)은 2차 진주성 싸움(1593년 6월 19일~6월 29일) 때 구원군이 없는 상황에서 주야로 10일 동안 항전하다가 진주 남강에 투신해 최후를 맞았다.
고경명 장군의 큰아들 고종후, 나주 출신 의병장 김천일 장군도 이때 투신 자결했다. 또 한 분은 역시 능주 출신으로 임진왜란 37년 전인 을묘왜변 때 달양포(해남군 북평면 남창리) 첨사로서 왜구를 물리치다 절변산 전투에서 전사한 조현 장군이다. 포충사에서는 매년 능주향교 주관으로 제례를 지내오고 있다.
능주를 흐르고 있는 충신강이라는 명칭도 이들 충신들로 인해 유래되었다. 능주 잠정리 충신강변 도로에 있는 삼충각은 최경회, 문홍헌, 조현 등 세분 충의의 얼을 기리기 위해 1685년(숙종 11년)에 건립한 3동의 정려각이다.
삼충각 전면을 바라볼 때 좌측 건물이 최경회의 정려이며 가운데가 조현의 정려, 오른쪽이 문홍헌의 정려이다. 3동 모두 거의 같은 구조의 정면 1칸, 측면 1칸의 맞배집이다. 내부에는 비(碑)는 없으며 정려 현판만 걸려 있다.
구희(具喜, 1552~1593)는 어려서 기대승 문하에 들어가 수학했으며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 고경명이 의병을 모집하자 쌀 100석을 군량미로 내놓고 자신도 의병에 가담해 금산전투에 참가했다. 주장인 고경명이 전사한 뒤 우의병장 최경회(崔慶會)를 보좌하며 황간·영동·금산·무주 등지에서 싸우다가 이듬해 최경회와 함께 진주성에 합류했다. 1953년 6월 29일 진주성이 함락하자 최경희 문홍헌 등과 함께 투신했다. 그의 장인인 전용관(田用灌)도 금산싸움에서 전사했다.
구희는 시를 잘 지어 싸움터에서 쓴 진중시(陣中詩)를 많이 남겼으며 저서로 청계집 3권 1책이 있다. 구희는 1625년(인조 3) 군기시주부(軍器寺主簿)에 추증되고, 숙종 때에는 정려가 내려지고 통정대부(通政大夫)에 가자(加資)되었다. 1860년(철종 11)에 다시 이조참판에 추증되었다.
구제길 능성구씨 광주전남종회장 겸 능주 포충사 보존회장은 “포충사라고 하면 대촌에 있는 고경명·고종후·고인후 3부자와 유팽로·안영 등 5인을 기리는 사액사당만 생각하는데 능주에도 인조가 사액한 자랑스런 사당이 있다.” 면서 “늦었지만 대대적인 현창사업을 벌여 후세들에게 자랑스런 문화유산으로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三忠一孝門 6·25 때 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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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성구씨들은 나주 문평 반암마을에 있었던 삼충일효문(三忠一孝門)이 6·25때 소각되어버린 것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삼충은 구체증(具?曾), 구체민(具?閔), 구영무(具英武) 등 삼충신과 효자 구석우(具錫祐)를 기리는 문으로 집안 대대로 지켜왔으나 6.25동란 때 소실 된 것. 당시 문중의 어른들이 현판이라도 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불 속에 뛰어들었다. 다행히 3개의 현판은 건졌으나 나머지 2개는 소실되고 말았다.
이후 종가에서 보관해왔으며 불행하게도 종손이 일찍 타계하는 바람에 차종손인 구복규 전남도의원이 간직하고 있다. 문중에서는 기회가 닿은 대로 시조단이 있는 한천 정리에 복원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 현판은 능성구씨 삼충일효문이라는 비문과 4명의 증직(贈職)과 벼슬을 새기고 충신지려(忠臣之閭)라고 새겨져 있다. 이들 삼충신의 후손 가운데 평북 태천현감을 지냈던 구제충(1848~1898)이 있었으나 후손이 끊기는 바람에 현판을 다 보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근현대 인물들
능성구씨 가문에서는 주로 좌정승파, 판안동파, 도원수파의 후손들이 조선조에 와서 가장 많은 인물들을 배출하여 크게 번창했다. 근현대에도 럭키그룹을 창업회장 구인회(26세)를 비롯해 구자경(27세) 구본무(28세) 구광모(29)로 이어지는 가문과 구본민 전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은 도원수공파의 후손들이다.
현대의 인물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구승희 청와대 사정비서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구본선 대검찰청 차장검사, 구자영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구현모 KT 대표이사, 구홍모 육군참모차장 등이 있다.
광주·전남출신인 시랑중파 후손으로는 일본 와세다대학 영문과 출신으로 자유당 국회의원을 역임한 구흥남(具興南. 1914~1966. 능주), 전남도지사와 국회의원을 지낸 구용상(具龍相. 1935~1995) 등이 있는데 구용상은 구흥남의 5촌 조카이다. 구순학 전 화순군수(28세), 구충곤(具忠坤. 26세) 화순군수, 구본철 대검차장(28세), 구길선 전 광주지법순천지원장(27세), 구제길(具濟吉. 27세) 광주·전남종회장, 구봉우 복지tv 사장(26세), 언론인 구양술 (27세), 구길용 뉴시스광주·전남본부장(27세), 구복규 전도의원(31세) 등이 있다. 정동 출신의 서예가 근원(槿園) 구철우(26세, 具哲祐.1904~1989)는 의재 허백련의 제자로 동국진체 서예의 맥을 이었으며 특히 묵매가 유명하다.
화순지역 능성구씨 집안에서는 현대 들어 사법고시 합격자를 다수 배출했다. 줄잡아 10여 명이 넘고 부부검사도 있다.
취재에 도움말을 주신 분은 구희환(30세), 구찬우(26세) 종회고문, 구충근(28세) 구익순 광주전남종회사무총장(29세) 등이다.
글 : 지형원<문화통 발행인>
사진 : 임철진<사진작가, 편집위원>
▲ 죽수서원(竹樹書院) :
화순군 한천면 학포로 능주포충사 바로 곁에 있다. 입구가 같다. 죽수서원은 왼쪽으로 포충사는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1986년 9월 29일 전라남도문화재자료 제130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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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수서원은 기묘사화로 능성현에 유배되었던 조광조(趙光祖)와 학포(學圃) 양팽손(梁彭孫)을 배향하고 있다. 1570년(선조 3)에 능성현령 조시중(趙時中)의 협조로 지금의 자리에 서원을 짓고, 죽수(竹樹)라는 사액을 받았다. 죽수라는 이름은 능주가 죽수부리라는 이름으로 부른 데서 유래한다.
조광조가 유배된 지 25일만에 사약을 받고 죽자, 양팽손은 몰래 시신을 거두어 화순 쌍봉사 골짜기 대감골에 장사를 지냈고 이듬해 시신을 거둬 선생의 고향인 경기도 용인의 심곡에 안장했다.
1568년(선조 1)에 조광조가 영의정으로 추증되었고 이듬해 문정(文正)이라는 시호를 받게 되자 조정에서는 조광조를 향사할 서원을 건립한 것이다. 1613년에 중수하였고, 1630년 유림들과 조정의 김장생(金長生) 등이 뜻을 모아 양팽손도 추배하였다. 그러다가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헐려 겨우 단을 마련하여 제향하여 왔다. 1971년 제주양씨 후손들이 도곡면 월곡리에 죽수서원을 복원하였다. 1983년 다시 한양조씨 조국조(趙國朝)를 중심으로 한 후손들이 본래의 위치인 모산리에 복원을 추진, 월곡리의 건물을 이전 신축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주자묘(朱子廟) :
주자묘는 조선 성리학의 근간이자 주자학의 시조가 되는 주희(朱熹)를 배향하는 사당으로 화순군 능주면 천덕리 회덕마을에 있다. 이곳에 주자묘가 있게 된 것은 주자의 증손인 청계공 주잠이 고려 1224년(고종 11년) 뱃길로 나주 영산포를 거쳐 정잿몰(현 남정리 1구)에 살면서 증조인 주희의 제사를 모신 것에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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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는 신안주씨의 동국시조이며 주잠이 4세손인 셈이다. 주자묘는 1905년(광무 5년) 4월에 영모당(永慕堂)으로 건립되었다. 그러나 건물이 퇴락하여 1978년 11월 신축 준공하면서 주자묘로 명칭을 변경했다. 주련과 현판은 1905년 건립 당시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주자묘 앞에는 1991년에 후손이 청동으로 제작하여 세운 ‘주자공상(朱子公像)’이 있다. 현재 건물 내부에는 주희를 비롯하여 주희의 증손인 청계공 주잠과 주잠의 손자인 문절공 주열, 주열의 장자인 정숙공 주인장, 문간공 주인원, 참의부사 주인환의 위패가 함께 모셔져 있다. 원래는 주자묘 옆에 있는 동원사에 주희를 뺀 나머지 5위를 향사했는데 현재는 주자묘에서 함께 봉행된다.
주자묘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 팔작지붕 콘크리트 건물이다. 화려하게 붉은 색과 청색 계열로 단청을 하였으며 벽마다 주자학의 시조인 조희의 삶을 조명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건물의 기단부를 70㎝ 막돌 2단 기단 위에 세워져 있다. 주자묘 좌편에는 1985년에 세운 동원사가 있다. 동원사는 원래 청계공 주잠, 문절공 주열, 정숙공 주인장, 문간공 주인원, 참의부사 주인환 등 5위를 향사는 곳이다.
동원사 아래쪽에는 1971년 건립한 회덕재(懷德齋)가 있는데 회덕사기(懷德祠記)에 의하면 동원사가 원래 회덕사였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현재 신축중인 서재(西齋) 뒤편, 동원사 아랫쪽에 회덕재를 복원할 계획이다. 주자묘 앞에는 관리사인 동재(東齋)가 있는데 현재는 영모당(永慕堂)으로 되어 있다. 영모당은 원래 현재의 주자묘 자리에 있었던 건물이다. 1978년 11월 9일 현재의 주자묘 건물을 신축하면서 영모당은 관리사로 사용하고 있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