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문화수수께끼> 함평 해수찜의 비밀
陶石의 녹염·게르마늄이 해수로 방출되고 해로운 성분은 흡착시켜
쑥·산모초 등 약초 넣으면 게르마늄, 구리, 아연 등이 효과 증대
| 2018. 04.24(화) 10:03 |   |
|
소문을 듣고 왔다는 사람, 방송을 보고 왔다는 사람, 친구 따라 왔다는 사람 등 가지가지였다. 두 어 시간 이용하고 어떤 효과를 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찜질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의 얼굴은 맑고 뽀얀 것은 사실이다.
“확실히 개운합니다. 겨울이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오려고 합니다.” 대전에서 친구들과 함께 아침 일찍 나섰다는 50대 후반의 주부들은 대만족(?)이라면서 시골할머니가 손수 기른 농산물까지 푸짐하게 사가지고 돌아갔다.
도대체 해수찜에는 어떤 효험이 있을 것일까? 함평 손불의 해수찜은 수십 년 전부터 함평과 영광일대에서는 유명했다. 특히 신경통, 산후통, 관절염, 피부염 등의 만성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노년층 주부들이 즐겨 찾는다.
해수찜으로 유명한 함평군 손불면 궁산리는 주포(酒浦)와 가깝다. 그러나 지금의 주포는 일제시대 간척사업이 이뤄진 뒤 새로 생긴 것이고 옛날의 주포는 간척지 안쪽 깊숙이에 있었다. 궁산리라는 지명은 간척지 제방이 막아지기 전 바다의 형태가 마치 활처럼 생긴데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시위(줄)가 둑이고 바닷물이 반달모양으로 깊숙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그 깊숙한 곳에 주포가 있었고 이곳에서 황석어 파시(波市)가 열렸다. 함평사람들은 주포를 술항개(술항구) 수랑개(수렁이 있는 개천)이라고 부른다.
|
손불면 신흥마을은 간척이 된 뒤에 새로 생긴 마을이다. 그래서 신흥이란 이름이 붙었다. 신흥마을에는 현재 해수찜 업소가 두 곳 있다. 한때 (88년~2011년까지)는 3곳이 있었는데 대구사람이 운영하던 업소는 없어지고 함평 해수찜을 운영하던 사람이 다시 ‘신흥’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또 한 곳은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주포 해수찜이다. 주포해수찜이 원조라는 것은 분명한데 그 역사를 놓고는 약간의 견해차가 있다. 주포해수찜 쪽에서는 5대를 이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자기들이 시작했던 60년대보다는 몇 년 일찍 시작했다고 말한다.
산후통 신경통 관절염 피부병에 효과
그러나 어느 업소가 더 일찍 시작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해수찜이 어떤 효능이 있고 그 근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해수찜은 돌을 소나무장작불에 달궈 해수탕에 넣은 뒤 약쑥이나 산모초 등을 넣고 짚으로 엮은 거적을 덮어두었다가 환부에 바르거나 몸에 물을 끼얹는다. 돌을 불에 달궜을 때의 온도가 1,300℃이고 해수탕에 넣었을 때의 온도가 80℃정도다. 그래서 처음에는 수건에 물을 적셔 환부에 올려놓기도 하며 물이 식으면 물을 끼얹고 족욕을 하는 순이다. 해수찜을 하는 동안 탕내는 수증기로 가득하고 탕 속의 약효가 체내로 들어가 나쁜 것을 몸 밖으로 배출해 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업소 측에서는 해수찜에 사용하는 유황석의 성분과 해수의 게르마늄, 약쑥 등의 재료가 혼합이 돼 약리작용을 한다고 간단히 설명한다. 사실 해수에 뜨거운 돌을 넣으면 물빛이 약간 푸르스름해지고 여기에 약쑥이나 산모초 등을 담그면 색깔이 더 짙어진다.
취재팀은 해수찜에 사용하는 돌과 해수의 성분을 분석한 연구논문을 입수해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1996년도 전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청구논문 ‘함평 해수찜에 사용되는 도석(陶石)의 암석화학적 연구’ (서관석 광주과학영재학교 교장, 지도교수 윤석태)가 그 비밀의 열쇠를 풀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주었다.
서교장의 논문에 따르면 해수찜에 사용되는 함평지역 도석(陶石)은 선캄브리아기 화강암질 편마암이 모암(母巖)이다. 중생대 백악기의 화산활동에 의해 변질되었으며 주로 석영, K장석, 미사장석, 견운모, 카오리나이트, 깁사이트, 녹염석 등과 같은 광물로 구성되어 있다. 해수찜에 사용되는 도석은 화산활동에 따른 열수작용과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풍화작용을 함께 받아 미량원소나 희토류원소를 함유하고 있다.
|
해수찜에 사용되는 도석의 미량 원소 중에는 Cr(크롬), Ni(니켈)은 다량, V(바다늄), Y(이트륨), Zr(지르코늄), Nb(나이오븀), Ba(바륨)는 소량, Ge, Zn, Co(미네랄 코발트), Cd(카드뮴)는 미량 용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도석을 구성하고 있는 점토광물은 입자가 매우 작아 표면적이 다른 광물보다 훨씬 크고, 결손격자의 발달이 양호하여 해수에 있는 Sc(스칸듐), Ni, Co, Y, Zr, Nb와 같은 중금속을 표면에 흡착하여 해수의 중금속을 감소시킨다, 반대로 점토광물을 구성하고 있는 Cu, Zn, Ge와 같은 성분은 해수에 잘 용출되어 해수찜 효과를 상승시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해수찜은 가열된 해수와 가열된 도석에 쑥, 솔잎, 짚, 뱀딸기와 같은 약초를 넣었을 때 인체에 Cu(구리), Zn(아연), Ge(게르마늄)와 같은 성분이 증가되어 해수찜의 효과가 상승된다는 것이다.
가열된 도석이 해수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흡착, 용출, 이온 교환작용으로 증가된 알카리 성분이 해수의 끈적거림을 감소시켜 머리를 감아도 린스를 사용한 것처럼 부드럽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해수찜에 사용하는 도석에 열이 가해지면 도석을 구성하고 있는 광물속의 성분들이 해수에 잘 용출되고 반면에 해수에 있는 유해한 원소들은 도석에 잘 흡착되어 해수찜 효과를 증가시킨다. 여기에 약초를 넣었을 때 게르마늄과 같은 유익한 성분 등이 증가해 해수찜의 효과가 더욱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약 150여전 전부터 전해지는 민간요법
한편, 주포 해수찜은 강원웅(61) 대표가 아버지 강갑수씨의 대를 이어 30년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가 50년, 그 아들이 30년을 이었으니 80년은 넘었고 할아버지 때부터 운영했다면 100년이 넘었다.
강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150년의 역사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얘기로는 1800년대 중엽부터 이곳 손불에서 해수찜이 시작되었고 당시에는 바닷가에 천막을 치고 찜질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포해수찜 앞 바닷가에는 사람들이 앉았다는 평평한 바윗돌이 있고 바닷물이 빠져나간 뒤에도 해수를 가둬두는 음푹한 늪이 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뒤 이곳에 있는 해수를 끌어올려 정제시킨 뒤 다시 높은 물탱크로 뽑아 올렸다가 소독하여 해수탕에 공급한다. 해수에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손님이 들어오면 해수를 공급하고 소나무 장작불에 넣어둔 도석(陶石)을 꺼내 해수에 넣는다. 여기에 말린 약쑥과 약초들을 넣어 짚으로 엮은 거적으로 덮은 뒤 온도가 적당해지면 몸에 물을 끼얹거나 족욕을 한다. 일련의 과정을 마치는 데는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과거에는 약쑥과 산모초(酸母草) 뱀딸기 등의 약초를 사용하였으나 산모초나 뱀딸기 등은 구하기가 어려워 현재는 약쑥만 사용하고 있다. 산모초는 괭이밥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시금풀, 시금초, 산거초(酸車草), 산장초(酸漿草) 등으로 부른다. 산모초는 작은 해바라기 같이 생겼는데 부인병과 기생성 피부병과 마른버짐, 부스럼, 증기, 옴 따위에 효험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거의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또 뱀딸기 풀은 아토피 피부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찜질할 때 별도로 요청을 하면 넣어준다.
|
신흥해수찜은 60년대 초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처음에 시작한 사람은 정영기 대표(78)의 당고숙인 김길동씨가 운영했으며 정씨가 이어받아 5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원래가 신흥해수찜이었는데 1988년 대구에서 이거해 온 사람이 신흥이라는 간판을 원해 넘겨주었다가 다시 되찾은 것이다.
이 집은 주포에서 둑을 건너가면 맨 첫 들머리에 위치하고 있어 찾기가 쉽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이 집도 바로 집 앞의 해수를 끌어다가 정수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다중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현대적 시설까지 갖춰 관광버스로 찾아오기도 한다. 이 업소 역시 도석을 소나무장작불에 데워 해수를 넣고 약쑥이나 뱀딸기 등을 넣는 것도 똑같은 방식이다. <061-322-9487>
한편, 30여개의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어 일박을 할 수도 있으며 이용료는 2사람이 사용할 경우는 1인당 16,000원씩 32,000원이며 한사람이 추가되면 11,000원이 추가된다. 그러니까 3명이면 43,000원, 4명이면 54,000원이다.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은 1인당 11,000원이면 된다.
해수찜을 즐기는 방식은 업소에서 내주는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네모난 탕이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해수탕에는 쑥이 든 망이 들어 있으며 시뻘겋게 달궈진 도석을 넣으면 해수가 끓는다. 이 도석이 30분정도 달궈지면 게르마늄과 같은 여러 원소들이 용출된다. 여기에 약쑥의 성분까지 더해져 온몸이 시원해진다. 온도가 어느 정도 식으면 몸에 끼얹고 이후 족욕을 하게 되는데 발끝에서 올라온 뜨거운 기운이 온몸을 순환하며 땀이 줄줄 흐른다.
해수찜을 하고 나서는 샤워를 하지 않아야 약효가 오래간다고 알려진다. 해수찜수는 바닷물과 달리 알칼리 성분이 많아 끈적거림이 없어 민물로 씻어내지 않고 그대로 말리는 것이 좋다는 것.
▲가는 길 : 광주에서는 광주-무안간 고속도로에서 함평읍으로 빠져 영광쪽으로 가다가 주포주유소에서 좌회전하면 주포가 나온다. 주포에서 우회전하여 간척지 둑을 따라 300여m를 가면 신흥마을이다.
서해안 고속도로 함평IC에서 함평읍으로 가다 보면 돌머리 해변 표지판이 나온다. 돌머리 해변은 석성리 석두마을에 있는데 바닷가에 석두(石頭)라 새겨진 큰 돌이 서 있다. 여기서 바닷가를 따라 1㎞ 남짓 가면 주포이고 300여m를 가면 궁산리다.
돌머리가 있는 석성리는 주변에 늘어진 기암괴석들이 있어 석두(石頭)라 불리게 된 것. 돌머리는 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돌머리 해변과 손불 앞바다는 간척지 쌀과 함평한우, 세계 5대 갯벌로 일컬어지는 갯벌에서 생산되는 굴(석화), 각종 미네랄과 아미노산이 풍부한 뻘낙지 등이 유명하다. 함평 한우가 유명한 것도 함평의 지하수에 게르마늄이 성분이 많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특히 게르마늄석화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돌머리 해변의 일몰도 장관이다.
손불(孫佛)이라는 이름은 산세가 손자스님이 할아버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양새(孫僧拜祖佛)라 하여 붙여졌다고 전한다.
<문화通 취재팀>
문화통 취재팀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