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문화수수께끼> 곡성에 제갈공명 사당이 있는 까닭은?
곡성출신 제갈하백이 1903년 예조의 허락을 받아 건립
기울어가는 가문을 일으키고 충의를 통해 抗日의식 표출
| 2017. 12.20(수) 13: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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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후사에는 ‘명수우주’라 새겨진 현판이 전해지고 있다. 이는 당나라의 시인 두보가 이곳에 들러 제갈량의 공적을 기리며 쓴 시의 한 구절이다. “이름이 온 천하에 울린다.”는 뜻이다. 또 사당의 중요한 문화재의 하나인 당비(唐碑)에도 제갈공명의 공적을 칭송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런데 이 고장 곡성 오산면 청단리에도 같은 한자어를 쓰는 무후사라는 사당이 있다. 이곳 역시 중국의 삼국시대 촉나라의 승상으로 신책(神策)을 부렸다는 제갈량(諸葛亮)을 제사하는 사당이다.
이곳 전라도 외딴 마을에 제갈량의 사당이 만들어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문화通 취재팀은 사당을 관리하고 있는 제갈량의 한국 후손들을 만나 수수께끼를 풀어냈다. 원래 우리나라에 제갈량을 봉사는 사우는 평양도 영유현(永柔縣)에 있었는데 1603년(선조 36년)에 세웠다고 전한다. 이곳에 사우를 건립한 것은 임진왜란 때 우리를 도와준 명나라에 감사하는 마음의 표현이었다는 설, 선조가 북쪽으로 피난 할 때 영유현에 오래 머물렀는데 현의 서쪽에 와룡산(臥龍山)이 제갈량의 호(號)와 같아 묘(廟)를 세워 읍(邑)을 높이고자 했다는 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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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당시에는 와룡사(臥龍祠) 또는 무후사(武侯祠)라고도 불렸다. 그 후 1695년(숙종 21)에 송나라 때의 충신 악비(岳飛)를 추배하였고 다시 1750년(영조 26)에 송나라의 문천상(文天祥)을 추배하게 되면서 1763년(영조 39)에 이를 삼충사(三忠祠)라고 개칭하였다.
곡성출신 제갈인문(諸葛仁文)이라는 사람이 1812년(순조 12년)에 평안도 영유현의 삼충사에서 제갈량의 영정을 모사해가지고 와서 이곳에 봉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영정은 제갈량의 젊은 시절의 모습이며 무후사건립후 고성 운곡서원에 기증했다. 이때까지는 나라의 허락을 받아 지은 공식적인 사당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곡성 오산면에 무후사가 만들어진 것은 1903년이다. 곡성 출신 제갈하백이 관왕묘에 모셔진 제갈양의 영정을 분리해 봉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상소를 올려 1902년 예조의 승낙을 받아 이듬해 건립한 것. 1948년과 1985년의 중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중국에는 관우(關羽)를 제사하기 위한 관왕묘가 많다. 명나라 초부터 관왕묘를 건립하여 서민들에까지도 전파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정유의 왜란 때에 명나라 군사들에 의해 관왕묘가 건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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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무후사의 제갈공명 영정은 관왕묘에 있는 영정을 분리해 와 봉안한 것. 그런데 영정을 분리해온 관왕묘가 어느곳(남원, 중국)인지에 관한 기록은 찾지 못한 상태다. 대구 영모재의 무후사는 이보다 앞서 934년에 건립되어 매년 제사하고 있다.
곡성의 무후사는 정문인 영정문(寧靜門)과 사당인 무후사, 그리고 계단아래 부의당(扶義堂) 등 3동의 건물이 있다. 부의당은 유림들이 제사를 준비하고 토론하는 장소로 사용하던 곳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음력 3월 보름날 유림들의 주관으로 제향을 가졌으나 현재는 3월 보름날과 가까운 일요일을 택해 후손들만 참석하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제갈하백(1855~?)은 19세기 후반과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곡성의 인물이다. 무후사 건립을 통해 몰락하는 가문을 일으켜 세우고 충의(忠義)를 일으켜 항일의식을 표출하려 했다. 자는 세량(細凉), 호는 담녕이다. 성리학자인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 1798~1879)의 문인으로《담녕집》을 남겼다. <곡성군지>에 ‘제갈하백이 계묘년(1903) 여름에 건립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제갈량(諸葛亮, 181년 ~ 234년)은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모신(謨臣)이다. 자는 공명(孔明)이며, 별호는 와룡(臥龍) 또는 복룡(伏龍)이다. 후한 말 군웅인 유비(劉備)를 도와 촉한(蜀漢)을 건국하는 대업을 이루었다. 유비가 제위에 오르자, 승상에 오르고 유비 사후에는 유선(劉禪)을 보좌하여 촉한의 정치를 주장하였다.
제갈량은 중국 역사상 지략과 충의의 전략가로 많은 이들의 추앙을 받았다. 그가 북벌을 시작하면서 유선에게 올린 출사표(出師表)는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며, 이를 보고 울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라고 평하는 명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서 잠시 제갈(諸葛)씨에 살펴보자.
제갈씨는 본래 중국 성씨로 시조는 제갈량의 아버지로 제갈규이다. 한(漢)나라의 태산군승을 지냈다. 그 뒤 그의 5세손인 제갈충이 위나라의 지배를 싫어해 신라 미추 이사금 때 우리나라에 와서 남양 제갈씨의 중시조가 되었다고 전한다. 일설에는 제갈규의 20세손인 제갈공순이 신라 흥덕왕 때 우리나라에 와 제갈씨의 중시조가 되었다고도 한다. 그 후 후손들이 제갈규를 시조로, 중국의 본관인 남양을 관향으로 삼아 세계를 이어오고 있다.
제갈씨는 고려 현종 때 제갈홍·제갈영 대에 이르러 형인 홍은 제씨로, 동생인 영은 갈씨로 분종했다. 따라서 제갈씨·제씨·갈씨는 이성이본(異姓異本)이지만 같은 조상을 가진 성씨이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의 성씨 및 본관 집계결과에 따르면, 제갈씨는 4,444명으로 151개 성씨 가운데 132위며 제(諸)씨는 19,595명으로 90위, 갈(葛)씨는 3,178명으로 144위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나라 성씨의 본관은 모두 36,744개로 조사되었으며 이 가운데 10대 성씨가 인구의 63.9%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 1,000이상의 성씨는 153개 성씨다.
<문화通 취재팀>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