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문화수수께끼> 유달산 다순구미에 생일같은 아이가 많은 까닭은?
바다에 나갔던 어부들이 조금 무렵 돌아와 집에 머물 때 受胎
| 2017. 03.27(월) 10: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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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시인의 ‘조금새끼’라는 시다.
여기서 조금은 조석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을 때를 말한다. 달-지구-태양이 직각을 이룰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조금은 음력 초여드레와 스물사흘께 나타나는데 보통 조금치라고 하여 날씨가 궂은 날이 많다. 때문에 바다에 나갔던 어부들이 귀항하게 된다. 반대로 음력 15일과 30일은 ‘사리’라고 하여 밀물과 썰물의 차가 커 개펄이 드러난다. 이때를 사리(한사리 준말)라고 한다.
목포 유달산 자락의 온금동(다순구미)에는 ‘조금새끼’라는 말이 있었다. 얼른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 내력을 들어보면 눈물이 난다. 다순구미는 따뜻(溫)하다는 다순과 후미진 구석을 뜻하는 구미가 결합된 말이다. 다순구미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달동네다. 주로 완도 노화도나 암태도 등 섬에서 뭍으로 나온 사람들이 시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움막같은 집을 짓고 살던 곳이다.
남편은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아내들은 그물망을 손질해 받는 품삯으로 생활을 영위했다. 그 시절에는 큰 배도 아니어서 풍랑에 전복되는 경우도 많았다. 때문에 고기잡이를 나가는 것은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목숨을 건 모험이기도 했다. 그래도 떠나야 한다. 아이들과 아내를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숙명이기에 죽음을 무릅쓰고 바다에 나갔던 것이다.
‘조금새끼’는 한마디로 조금에 잉태한 새끼라는 뜻이다. 조금치라는 사나운 날씨를 피해 집으로 돌아온 어부들이 모처럼 아내와 만나 정을 나누게 되는데 이때 임신한 경우가 많아 열 달 후에는 그만그만한 아이들의 줄줄이 태어났던 것. 부부가 살을 맞대고 같이 살아야 하는데 어부의 삶은 그러지 못했다. 언제 바다에 목숨을 바쳐할 줄도 모른다. 그러다가 덜컥 배가 전복되는 날에는 아비는 바닷귀신이 되고 집집마다 고만고만한 ‘조금새끼들’이 상주가 되어 상복을 입고 있으니 이 얼마나 서러운 이야긴가.
그래서 다순구미에는 조금새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삿날이 같은 집이 많다. 아비가 죽은 뒤 젊은 에미를 홀로 두고 멀리 돈 벌러 갔던 아이들이 돌아오는 제삿날, 그 아이들이 넘던 고개가 '아리랑 고개' 다. 유달산 노적봉에서 성옥기념관 쪽으로 내려오는 작은 언덕이 아리랑 고개다. 아리랑고개 왼쪽 마을은 서산동, 아리랑고개를 넘어가면 오른쪽에 있는 마을이 다순구미(온금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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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순구미에는 지금도 마을 이정표 같은 높은 조선내화 굴뚝이 서 있다. 조선내화가 1985년 광양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내화벽돌 공장이었고 이곳 주민들의 일터였다. 지금도 동네골목이나 빈 공장터에서는 어망을 손질하며 살아가는 할머니들이 있다. 젊은 아낙들이 남편을 바다에 묻어버리고 살아온 서러운 세월이 눈가에 촉촉하다.
아리랑고개를 넘어 다순구미로 내려오는 길은 작은 골목들이 핏줄처럼 얽혀 있다. 다순구미 끝자락 바다에서 육지로 깊숙이 들어온 선창이 ‘째보선창’이었는데 1981년 소년체전 때 새로 도로가 나면서 없어져 버렸다. 째보선창은 배가 들어오도록 ‘ㄷ’자 형태로 만들었다는데 그 모양이 구순구개열(口脣口蓋列)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에는 고깃배와 어부들이 바글바글했다는 곳인데 흔적조차 없어지고 없다.
이래저래 ‘조금새끼’‘째보 선창’‘아리랑고개’는 서러운 이야기다.
<문화通 취재팀>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