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운천저수지를 '西湖’라고 부르자는 이유는
| 2016. 08.19(금) 18: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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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하나의 품격 있는 문화도시를 가꾸기 위한 시민운동이다. 서구에는 두 개의 호수가 있다, 풍암저수지와 운천저수지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울뿐더러 워킹 코스로도 일품이다. 옛날 농업용수로 사용하던 저수지가 조경과 길이 잘 닦여져서 호수로 변모하여 현대화 되어가는 광주의 중심 서구에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상막한 도심 속에서 자칫 메마를 수 있는 시민의 정서에 물기를 촉촉이 적셔주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운천저수지는 빌딩숲 속에 있어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빌딩사이에 잔디공간만 있어도 좋게 보이는데 호수가 그 공간에 있으니 얼만 아름다운가. 광주의 한 논객은 서호가 서시(西施)를 기리는 호수라면 운천은 광주에 사는 가인(佳人)들의 호수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봄의 벚꽃, 여름의 홍련, 가을의 홍엽, 겨울의 석화가 가득한 곳이라는 것이다. 실로 ‘물과 숲과 꽃, 음악, 그리고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웃음이 가득하니 가히 신명승지라 할 만하다. 조금 과장하면 중국 항주의 서호보다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크기야 비견할 수 없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운천에 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운천저수지를 서호로 명명하자고 뜻을 모은 것은 시대가 변했고 도시화되고 디지털화 된 세상에 살면서 농경시대 용도로 불렀던 ‘저수지’ 이름을 그대로 쓰기보다 문화도시에 걸맞는 이름을 붙여 후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자는 것이었다. 생각의 전환도 문화운동의 하나다. 그 발단은 지난 2010년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문화운동가들이 운천저수지를 산책하면서 ‘西湖’라는 이름에 대해 관심을 갖가 시작했다. 서호는 서구에 있는 호수이니까 서호라는 애칭으로 부르면 좋겠다는데 동의했다. 이후 광주의 ‘중국통’으로 불리는 강원구 회장이 글을 통해 ‘운천저수지’를 일명 서호(西湖)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는 칼럼을 지방신문에 게재했는데 그 내용은 서울의 숭례문(崇禮門)을 남대문, 흥인문(興仁門)을 동대문으로 부른 것과 같은 이치라는 주장이었다.
이후 서호를 지날 때마다 중국 절강성 항주에 있는 세계의 관광객을 부르는 유구한 역사의 아름다운 큰 호수 ‘西湖’가 연상된다. ‘운천저수지’ 보다는 ‘서호’라는 이름이 얼마나 아름답고 낭만스러운가. 그곳에 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고, 맛있는 먹거리가 있을 것 같고, 깊은 역사가 숨어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운천저수지를 서호라는 애칭으로 불러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운천저수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품격과 역사가 한껏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서호라고 불러주는 시민이 늘어갈수록 운천저수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더욱 깨끗하게 가꿔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도 생길 것이다. 그러면서 광주의 서호에 의미를 하나씩 부여해 가는 것도 문화도시에 걸맞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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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호가 백낙천, 소동파, 임포 등의 대시인과의 관련으로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듯이, 광주 서호에도 문화인과 관련한 인물들의 의미를 살리면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가꾼다면 새로운 문화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중국 관광객이 광주에 오면 ‘가볼 곳이 없다’가 아니라 서호로 안내한다면 중국 관련도 되면서 우리 것을 보여주는 찬스도 되리라 본다. 필자도 일찍이 ‘광주문화21’ 문화저널을 발행하면서 광주8경 선정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무각사의 종소리’와 ‘운천저수지 야경’을 뽑아낸 바 있다.
서호에는 능수버들 사이로 팔각정도 있고, 무대도 있다. 광주의 수많은 문화단체를 활용하여 꼭 돈이 들어가서가 아니라 서호에서 시낭송도, 판소리도, 재즈음악도, 영상 등등을 펼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금새 유명세를 타게 된다. 산발적 분수쇼 보다 정기적 분수쇼를 진행하고 조명도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조명과 어우러진 분수쇼 하나만으로도 서호는 시민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될 것이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주변에 맛깔스런 음식점을 유치해 볼거리, 먹거리가 융합된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또 지하철 ‘운천역’ 보다는 ‘서호역’으로 불리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미 김종 시인 같은 이는 ‘운천호에서 서호를 낚다’라는 시로 그 의미를 증폭시켜 주고 있기도 하다.
서구사람이 동・북구에 있는 무등산을 오르고 남구의 옥녀봉을 오르고 광산의 어등산을 오르듯이 서구 호수 서호라 해서 광주사람과 구분되어 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에 12인의 이름으로 서호비를 제막하면서 문화운동의 또 다른 서막을 알리고자 한다.
탁인석(서호명명추진위원장)
문화통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