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시도 정장과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관람객들의‘오페라데이트’
인터미션 시간에는 샴페인이나 와인 마시거나 담소 나누며 기쁨 만끽
| 2016. 01.27(수) 16:03 |   |
|
또한 2월 달에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Anna Netrebko)의 리싸이틀 또한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의 공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연들을 직접 감상하고 관람하는 기쁨이란 정말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보통 이러한 오페라 공연들은 티켓 가격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Met의 이점은 이러한 높은 퀄리티의 공연을 다양한 좌석의 티켓 구매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할인 티켓으로 Met의 공연을 부담스럽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생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Rush ticket 이라고 해서 공연 당일 날 저렴한 값으로 티켓을 구매하여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의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공연을 25불(원화 약27,000원) 티켓에 황홀히 즐겼던 기억이 난다. Met 는 무대뿐 아니라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를 통해서도 공연 실황을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장치들이 대중들이 더 자주, 또 쉽게 Met 오페라를 찾고 관람할 수 있게 한다.
공연을 앞둔 Met 앞의 풍경은 드넓은 광장에 아름다운 불빛과 함께 분수가 떨어지고,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기다린다는 표현보다는 이미 그들은 공연을 즐기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자유로이 담소를 나누고 Met 로비의 오페라숍에 진열되어 있는 오페라 무대의상이나 소품들을 구경하거나 그 날 공연 내용에 대한 정보들을 팜플렛을 통해 미리 숙지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오페라를 보는 날은 조금은 특별한 일상이다. 남성들은 멋진 턱시도나 정장차림으로, 여성들은 우아한 드레스나 원피스 차림으로 공연을 관람하러 오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듯이, 그들은 오페라 데이트를 선택한다. 공연을 보러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공연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설렘을 머금은 듯한 미소와 함께 공연에 대한 기대가 가득하다.
|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있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높은 연령층이 눈에 띄게 많다는 것이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을 꼭 잡고 감상하러 온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모습들이 얼마나 훈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또한 인상 깊었던 점은 오페라를 정말 좋아하고 즐기는 관객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오페라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고, 좋아하는 오페라는 그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마다 찾아서 본다는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몇 번 있었다. 오페라 이야기를 신나서 하는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음악의 힘을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고, 관객을 보며 감동받게 되는 순
간이었다.
또한 바그너(Wagner)의 파르지팔(Farsifal)을 볼 때였다. 파르지팔은 공연시간만 무려 4시간 30분 가량이 되는 작품이다. 바그너 특유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긴 음악들로 3시간 이상이 넘어갈 즈음, 문득 나도 모르게 주변 관객들을 조심스레 둘러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것은 아마도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무대와 음악에 집중하고 있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무대와 음악에 압도되어 숨조차 쉴 수 없는 순간을 만났을 때, 이 순간이 관객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짜릿함이 아닐까 싶다. 숨죽이듯 아리아와 앙상블을 즐기고, 극적 상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리액션과 함께 이미 그 오페라를 꿰고 있는 듯한 관객들의 제스처는 그들이 진정 오페라를 즐기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오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절반 정도 분량의 막이 끝나면 인터미션 (intermission) 이라 불리는 중간 휴식타임을 20-30분 정도 갖는다. 1시간 이상의 연주에서는 흔히 인터미션 시간이 중간에 있기 마련인데, 이것은 무대 배경이나 장치를 옮기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고 연주자들의 경우 의상을 갈아 입거나 잠깐 쉬면서 체력을 안배하고 다음 내용을 체크할 수 있는 시간이다.
또한 청중들을 위해서도 잠깐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곳엔 인터미션 문화가 존재한다. 이 시간 관객들은 준비되어있는 와인이나 샴페인, 그리고 간단한 디저트와 함께 자유로이 공연의 뒷이야기와 같은 담소를 즐기며 흥을 돋운다. 이것 또한 오페라를 즐기는 또 다른 알짜배기 시간이 될 것 이다.
뉴욕의 Met 뿐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휴스턴, 시애틀, 마이애미 등 미국 각 지역에 자리한 오페라단들은 다양한 음악과 무대로 청중들의 오페라 관람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각 지역마다 지역을 이끄는 오페라 센터들이 중심을 잡고 있어, 지역 사회의 질 높은 문화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얼마 전, 이 곳 텍사스 오스틴의 롱 센터(The Long Center)에서는 쥬세페 베르디 (Giuseppe Verdi)의 아이다(Aida) 공연이 있었다. 몇 좌석을 제외하고 모두 매진될 정도로 공연장이 꽉 찼고, 이는 이 곳 사람들의 오페라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공연이 끝나면 연주자들에게 인사하러 온 사람들로 백스테이지가 북적인다. 연주자들과 청중들은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공연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무대 위의 카리스마 넘쳤던 연주자도, 이를 숨죽이듯 감상하던 청중들도 이 순간에는 모두 오페라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서 하나되어 자연스럽게 소통된다. 서로가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이 매우 자유스럽고 편안한 인상을 주었다.
이렇듯, 오페라는 음악과 공연으로써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다양한 측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어떠한 것을 즐긴다는 것은 그 것에 대한 열정과 기쁨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열정과 기쁨을 볼 수 있기에, 음악인으로서 더욱 더 즐거이 관객들을 위한 오페라 무대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조민영/ 연세대학교 성악과 및 동대학원 졸 / New England Conservatory 오페라과 석사 /
오페라 박쥐,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라보엠 등 주역 출연 / 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 교토, 오사카 및 미국 카네기홀 연주 / 미국 NATS 콩쿠르 입상 / 현재 텍사스 오스틴(UT) 오페라과 박사과정 중
조민영 통신원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