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운남과 신안 수도에 사도세자 사당이 있는 까닭은
사도세자의 죽음 이후 유배되었거나 피신해온 사람들이 만들었을 가능성
동암리에는 제각인 동암묘가 있고 수도에는 큰봉산 중턱에 石壇 남아
| 2021. 10.05(화) 13: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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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조가 왕위에 올랐던 그해 동암마을의 촌로(村老)인 성(成), 이(李), 박(朴)씨의 꿈에 마을 앞에 배 한 척이 나타나더니 한 귀공자가 내려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놓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사도세자인데 원한이 사무친 채 나라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이곳에 이르렀다. 이곳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내 영혼이 이곳에 머무는 것이니 그리 알라.”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꿈을 한 사람만 꾼 것이 아니라 세 사람이 꾸었다는 것이다. 다음날 ‘바다에 뭐가 떠내려 온다.’는 주민의 외침 소리에 가서 살펴보니 까만 궤(櫃) 하나가 바다에 떠 있었다. 그제야 이틀간의 현몽이 이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여기고 정성스럽게 제단을 쌓고 모시니 이것이 동암묘의 첫 번째인 단이었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아담한 제단을 세우고 매년 정월 초하루에 사도세자의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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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마을 사람들은 아무 연고도 없는 사도세자의 제사를 지내는 일에 소홀했는데 마을에 가뭄이 계속되고 역병이 번져 마을 사람들이 죽는 일이 일어났다. 이때 또 마을 사람들 꿈에 사도세자가 다시 나타나 혼백을 소홀히 한 때문이라고 호통을 쳤다는 것. 이에 마을 사람들은 고종 11년 1874년 제단을 새롭게 단장하고 농사일이 한가한 한식날을 택해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이후 폐서인이 되었던 세자가 그의 아들 정조에 의해서 복위되고 고종 대에 장조(莊祖)로 추존되면서 일시 제단을 폐하기로 했다. 그러나 또 사도세자가 다시 촌로들의 꿈속에 나타나고 마을에 재액이 생기자 세 번째는 1918년 사당을 세워 면민들이 제사를 모시게 되었다. 현재의 동암묘는 1971년에 중건한 것으로 이때 묘정비도 건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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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묘에는 사도세자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제사 때 사용하는 축문과 제물 목록이 적혀 있다. 또 1971년에 이 사당 중건 당시 참석자들의 명단이 실명으로 적혀 있다. 묘정비를 지나 내삼문을 들어서면 전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의 묘당이 있다. 이 묘당이 사도세자의 영혼을 모시고 있는 제각이다. 이곳에는 사도세자 신위와 세 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돌단에 제를 올리는 사람들 찾아와
신안군 임자도 수도(水島)에도 같은 사연의 사도세자의 단(壇)이 있다. 수도는 임자면 수도리의 부속 섬으로 물이 많아 ‘수도’로 불린다. 섬 중앙에 있는 산의 중턱에 사도세자의 단이 설치되어 있다. 수도는 지도읍 점암 마을에서 정기적으로 여객선이 운항되었는데 2021년 3월 임자대교가 개통되면서 뱃길은 멈췄다.
임자도는 백제 때는 고록지현, 통일신라시대에는 압해군의 영속인 염해현, 고려시대에는 임차현 소속이었다. 조선초기에는 영광군에 편입되었다가 후기들어 나주목으로 이속되었다.
임자도에는 숙종 때인 1711년 임자진의 설치와 함께 임자 목장이 개설되어 말 175마리를 길렀다는 기록이 있다. 임자도 목장 폐쇄를 결정한 임금은 정조(1752~1800)인데 이곳에 사당이 있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정조가 임자도 목장을 폐쇄한 것은 정조의 효성을 안 일부 신하들이 사도세자의 제사 비용 조달을 위해 건의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이곳에도 무안동암마을과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져 왔다 정조 원년에 임자도 옆 섬인 수도(水島)에 사도세자가 철마를 타고 나타났다는 전설도 있다. 수도에 이관중, 김석정, 채후천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정조 원년 10월 어느 날 밤 정조의 부친 사도세자가 3인의 꿈에 나타나서 “이 섬을 나의 탕목읍(湯沐邑. 공신 또는 특정인에게 목욕 비용으로 쓰게 한다는 뜻으로 국가에서 특별히 내려준 채지(采地))으로 삼고자 하니 유념토록 하라”고 했다는 것.
그러나 사람들이 이름 믿지 않자 다음 날 저녁에 다시 나타나 “포구로 가보면 그곳에 내가 타고 왔던 2필의 철마(鐵馬)가 있을 것이다. 단을 만들어 술을 올려라. 정성을 다해 청결히 하되 민폐를 끼칠까 두려우니 풍요롭게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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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세 사람은 같은 꿈을 꾸었다는 사실에 놀라서 급히 마을 뒤 후포로 달려 가보니 철마 2필이 있었다는 것. 그들은 사도세자의 영혼이 진짜로 왔음을 알고 산중턱에 석단(舞山壇)을 설치하고 제를 지내었다. 그 후 세 집안의 후손들은 매년 좋은 날을 잡아 이곳 무산단에서 제를 올렸는데 제를 올리는 날이면 바다가 울고 바람이 불었다고 전한다.
또 다른 설화는 마을의 뒷산을 ‘무산(舞山)’ 또는 ‘당산’이라 하는데 서른이 넘도록 장가를 못 가고 있던 봉씨가 하늘에서 선녀들이 목욕하러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섬으로 건너와 기다렸다는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산 이름이 ‘춤추는 산’이라 특이하다.
1908년에 작성된 지도군지(1908년)에 장조단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화가 상세하게 남아있다. 서쪽으로 10리를 가면 수도가 있다. 이 수도에는 무산(舞山)이 있으며, 형세가 거인(鉅人)의 큰 덕과 같이 근엄한 모습으로 아래를 굽어보는 모습이다. 무산의 산정에 장조황재(莊祖皇帝,사도세자)를 모시는 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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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마로서 증표를 삼아 단을 쌓고 한잔 현주(玄酒, 술 대신 올리는 찬물)와 정성을 다하여 청결하게 제사를 지내되 충족하게 차리지 말 것이니 백성의 폐가된다.”하였다. 곧 2필의 철마를 가지고 돌아와 석단을 쌓고 단 아래에 철마를 모셨다. 세 집안의 자손은 대대로 매년 길일을 정하여 사도세자의 빈 위패를 모시고 정성껏 제사를 지내왔다. 물론 오늘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지는 않으며 가끔 외지인들이 찾아와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장조단(莊祖壇)은 임자도 수도리 큰봉산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당집 같은 것은 남아있지 않고 현재는 담장을 두르고 그 가운데 돌로 된 단이 있다. 마을 주민 김윤복씨(67)는 “마을 어른들로부터 녹슨 철마를 본 기억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한다.
외딴 섬마을에 사도세자와 관련된 제단이 남아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두 마을에 흐르는 전설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고 아마도 사도세자와 관련되어 유배되었거나 그 계통에 있는 집안의 사람들이 이 인근으로 들어와서 거주하게 되면서 이러한 풍습이 만들어졌을 것을 가능성이 크다.
1762년(영조 38) 장헌세자(莊獻世子)의 폐위와 아사 사건을 계기로, 이를 동정하는 파와 영조의 처사를 옹호하는 파로 양분되었다. 전자를 시파(時派), 후자를 벽파(僻派)라고 했는데, 소론은 시파에 속하였다.
시파와 벽파의 대립은 소론·노론의 대립으로 번져 심화 되었다. 영조 말에는 영조 즉위에 공이 많은 노론의 벽파가 우세했으나, 정조 때에는 장헌세자를 동정한 소론인 시파가 득세하였다. 그 뒤 순조 때에는 다시 벽파가 정권을 잡았다. 1801년(순조 1)의 신유박해(辛酉迫害)를 계기로 시파인 소론과 이에 동조한 남인 세력은 몰락하고 노론 독주 시대가 조선 말기까지 지속되었다.
이 같은 사실에 비춰볼 때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돼 이곳으로 유배되었거나 도망쳐 나와 살면서 사도세자의 넋을 위로하고 자신들이 떠난 뒤에도 제사를 지내도록 하기 위해 이같은 이야기를 퍼뜨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지형원 발행인>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사도세자 어머니? 혜경궁홍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