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문화적 이름짓기 -브랜드 네이밍
| 2013. 06.24(월) 09: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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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화력의 발칸포도 불의 신인 불카누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여성 속옷 브랜드인 비너스에서 착안, 강함 뜨거움, 정열의 메시지를 남성속옷에 믹스하여 이름을 붙였다. 실제로 이 팬티는 남성의 중요부위를 분리하여 냉감을 배가시키는 기능이 있다. 남성들에게 정열적인 남성이 될 수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각인시킨 것이다.
나이키의 브랜드는 그리스의 신화에 등장하는 승리의 영신 니케에서 비롯되었다. 승리의 여신 니케를 본떠서 나이키라는 브랜드명을 만들었고 로고는 유명한 조각상인 ‘사모트라케의 니케’의 형상을 이미지화하였다. 피로회복제로 잘 알려진 박카스는 술과 추수의 신 바쿠스(디오니소스)를 따서 지은 상품이다. 술과 담배 등에 지친 간을 달래준다는 의미로 명명하였다. 사설이 길었지만 상품명이나 브랜드의 네이밍은 마케팅의 매우 중요한 요소다. 브랜드 그 자체가 제품의 첫인상으로 작용해 상품의 성패를 결정짓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22일~4월 18일까지 한 달 가까이 서울에서 열린 공연예술축제의 이름이 ‘봄’이었다. 현대무용, 연극, 무용, 음악, 영화, 미술, 퍼포먼스 등 현대예술의 전 장르를 아우르는 국제다원예술축제다. 페스티벌 주최자가 사단법인 ‘페스티벌 봄(Festival Bo:m)’이고 축제의 이름도 ‘페스티벌 봄;’이다. 여기서 ‘봄’은 봄에 열리는 축제라는 뜻과 보는 방식이나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 축제는 지난 2007년 공연예술축제의 홍수 속에서 시작되었다. 축제라는 것이 최소한 3년은 지나야 정체성과 지속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축제는 출발부터 시선을 집중시켰다. 키워드는 ‘혁신’이었다. 스펙타클한 대형공연이 아닌 예술가들의 실험적이 시도와 형식으로 만들어져 현대예술의 경향을 읽을 수 있다. 올해도 13개국 26개 작품이 28일간 서울 곳곳에서 펼쳐졌다.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페스티벌 봄’이라는 네이밍이 얼마나 쉽고 간결하며 의미가 깊은가.
우리 광주에서 개최되는 공연예술 관련 축제의 명칭은 ‘페스티벌 오 ! 광주- 브랜드공연축제’다. 이 브랜드공연축제에는 5,6월에 열리는 공연예술축제, 9월에는 ‘정율성 축제’, 10월에는 ‘아리랑 축전’, 11월에는 ‘여성합창축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축제의 이름 앞에 모두 ‘페스티벌 오 ! 광주’라는 것이 접두사처럼 붙어 있다. 무엇이 진짜 브랜드 축제인지 알 수가 없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에서 ‘진짜 브랜드’ 작품 하나 만들어 내고 싶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브랜드가 될 수도 없고 아직까지는 브랜드로 내세울만한 작품도 없었다. 차제에 좋은 이름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부산에서 만들어진 시민오케스트라의 약칭이 BCO (비코, Busan Citizens Orchestra)로 정해졌다. 쉽고 친근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약칭은 ARCO(Arts Council Korea)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의 미술관은 아르코미술관이라고 부른다. 이 역시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도 쉽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약칭은 GMA (Gwangju Museum of Art)다. 하지만 GMA라는 명칭은 거의 사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분관의 이름은 더욱 문화적(?)이지 않은 것 같다. 광주시립미술관 상록분관,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 라이트 갤러리라고 불렀던 서울 분관은 ‘갤러리 GMA라고 부른다. 서울분관은 뮤지엄과 갤러리가 겹친 꼴이다. 차라리 ‘GMA 서울’, ‘GMA 상록’ , ‘GMA 금남’ 등으로 통일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작은 이름하나부터 문화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것도 문화가 아닌가.
지형원< 문화통 대표 . 발행인>
지형원 mtong@mtong.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