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문화수수께끼> 영암 쌍계사 석장승 흉측한 모습, 그 까닭은?
전라도문화수수께끼(4)
| 2013. 06.20(목) 11: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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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周將軍’과 ‘唐將軍’이라 새겨진 이들 석장승은 장방형 자연석 화강암을 깨지 않고 살려낸 황소눈처럼 튀어나온 왕눈과 세 개의 작은 구슬 같은 코, 음각 처리한 두터운 눈썹, 격쇠를 아래로 걸쳐놓은 듯이 턱 전체에 길게 선각한 일자(一字) 입 등 그 표정 하나하나가 우습다.
이 같은 조각수법은 고려조와 조선조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걸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건립 시기도 18세기 이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석장승은 다른 것들과는 달리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또 가슴에 새겨진 ‘周將軍’과 ‘唐將軍’은 무엇을 말하는가.
쌍계사의 창건 중수 연혁을 파헤쳐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쌍계사는 854년 선종의 일파인 감제종(監濟宗)의 법통을 이은 백운대사가 창건, 1065년과 1263년에 중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석장승이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조 중엽인 16, 7세기경에 천연두(두창)가 극심하였다. 백성들은 중국에서 온 역신인 호귀마마가 우리나라에 전국 방방곡곡에 병을 퍼뜨린다는 생각에 중국의 장군 이름을 붙인 무서운 장승(법수, 벅수)을 마을 동구나 고갯마루에 세웠다. 그 당시 소국인 조선의 장군이나 신의 이름으로는 대국인 중국의 역신이 깔본다는 생각에서다.
천연두(두창)은 서기 2,3세기경에 인도에 발원하여 중국을 거쳐 4,5세기경 우리나라에 전파되었다. 19세기 말 지석영의 종두법이 보급되기 전까지 천연두(두창, 마마)는 가장 광범위하게 유행하여 많은 인명을 앗아갔던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이 석장승을 맨처음 발견한 민속학자 김두하씨는 보고서에서 “周와 唐은 각기 8백여년, 3백여년 동안 중국을 지배해 온 왕조이므로 그 시대의 용장들을 명문화함으로써 어떤 기적을 간절히 바란 것”이라고 해석한다.
다시 말해서 이들 나라의 장군을 내세워 중국에서 오는 두창(천연두, 호귀마마)이나 괴질(콜레라) 수두(작은 마마, 뜨리)등을 물리치려고 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런 두창의 방역 기능을 가진 장승의 이름은 주장군, 당장군 외에 남원 운봉면 서천리 당산의 진서대장군과 방어대장군, 장흥 관촌면 방촌리의 진서대장군, 해남 대흥사의 수소대장 등이 있고 국내에서 떠내려가서 일본에서 발견된 아미산 하교, 진위대장군 등의 목장승(벅수)이 있기도 하다.
또 이 석장승이 무섭고 흉측한 몰골을 하고 있는데 대해 해석은 이렇다. “장승은 불법을 보호하는 일, 즉 염불기도에 의해 요괴나 질병을 다스리는 임무 뿐 만아니라 벽사나 유행병에 대한 방역의 임무도 갖추고 있는데 무서운 형상을 만들어 세움으로써 이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민초들이 자신들과 벗하여 서로의 아픔을 덜어 줄 수 있는 친근한 신상을 만들고자 했던 의미도 담겨 있다고 알려진다.
한편, 영암 쌍계사 석장승은 1973년에야 발견돼 1985년 지방민속자료 제 17호로 지정되었다. <通>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