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혹부리영감과 음치도깨비’를 보고…
| 2012. 05.01(화) 21: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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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영감 이야기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설화이다. 본래 이야기는 한 혹부리영감이 도깨비를 만나 노래를 부르고는 혹에서 노래가 나온다고 하자 도깨비들이 혹을 떼어가고 재물을 주고 갔는데 이 소식을 들은 다른 심술쟁이 혹부리영감이 도깨비를 찾아가 같은 과정을 반복하지만 도깨비들은 거짓말쟁이라며 다른 혹마저 붙여주어 망신만 당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오페라는 약간의 설정변경이 있다. 도깨비들은 무서움의 대상이 아니고 혹부리영감(진씨)의 딸(달래)과 친구가 되는, 그래서 인간과 친숙해질 수 있는 존재로 등장하며 심술쟁이 혹부리영감은 심술 대신 잘난척하는 자칭 마을 노래왕으로 등장한다.
자칭 노래왕 혹부리영감은 마을로 초대된 도깨비들에게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한 이론과 긴 수업으로 지치게 만들고 화가 난 대장도깨비는 이전의 혹까지 노래왕 혹부리영감에게 붙여버린다. 하지만 진씨와 달래의 활약으로 결국에는 해피엔딩을 맞는다. 진씨의 가르침으로 축제에서 도깨비들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고 초대된 인간들과 함께 어울려 춤추며 합창하고 어울린다. 또 노래왕 혹부리영감의 두 혹도 떼어버리면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의 오페라이다.
우선 이 오페라는 어렵지 않았다. 선율은 친숙하여 금방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고 어린이 합창단이 열연하는 도깨비들은 귀엽기까지 하다. 도깨비는 어린 달래와 친구가 되어 우정을 나누고 서로 초대하며 오간다. 재미난 설정의 좋은 대본에 적절한 작곡, 그리고 재미난 연출로 오랜만에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금 섭섭했다면 극적인 장면에서 들리는 타악기의 소리들이 노래를 덮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 합창단의 가녀린 목소리는 관현악을 뚫고 나오기에는 역부족이어서 가끔 가사가 전달이 안되는 부분이 있었다. 신나게 기쁨을 나누며 뛰노는 장면 등에서는 어린이 합창단의 예쁘고 가냘픈 두성발성보다는 자연스러운 육성발성이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고 값진 창작물의 탄생이었다. 강숙자 오페라라인의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정유하<음악평론가>
mtong@mtong.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