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시인 화필에세이 『자궁에서 왕관까지』
| 2023. 02.16(목) 14: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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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꽃들의 추상어법」이라는 화려한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을 펼치면 선물로 담은 가로 70cm에 달하는 「월인천강을 거닐다」의 대형 그림이 흡사 무지개처럼 펼쳐진다.
내용은 “백두산 천지가 왕관이 된 사연”, “계림에서 만난 산이 된 사람들”, “그리하여 인간의 다음 밥상은?”, “키가 자라는 산‘들 등 4부로 편집되어 있다. 김종시인이 그림을 작업하면서 사유했던 예술적 직관과 창작의 시간들이 38편의 에세이로 집약된 것이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림과 한 편의 시 같은 그림의 제목들, 그림과 그림 사이에 어우러진 진솔한 문장들이 책 한 권을 단숨에 독파하게 한다.
작가는 서문에서 “미로를 헤쳐 가듯 대리석에 숨어있는 비너스를 찾아내는 일이 이날까지의 나의 예술의 작업방식이었다. 나에게도 미켈란젤로 같은 극광의 재능이 있을까 싶어 ‘막고 퍼내기’나 ‘어둠에다 구멍을 뚫는 일’로 대신하였었다. 그처럼 목숨줄로 매달려서야 백두산천지에서 민족과 국토의 영광인 ‘왕관’을 건져 올리고 한라산백록담에서 한반도를 분만한 ‘자궁’을 만나고 무한권력에 도전하는 ‘태양에게 덤비는 수탉들’, 천 개의 강에 띄운 천개의 달을 그린 ‘월인천강을 거닐다’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를 담은 ‘상팔담에 꽃잎 띄우고’ 무등산의 무한평등의 정신을 표현한 ‘무등에 살기 위하여’ 대자연의 형상에서 사람과 정신을 찾은 ‘산이 된 사람들’ 등등을 수확할 수 있었다. 작가의 예술세계에서 ‘돈오頓悟’의 순간은 항시 불시에 몰려오는 것이기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의 시간들을 연속적으로 헤엄쳐왔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주목할 것은 『자궁에서 왕관까지』라는 제목이 갖는 상징성이다. 겨레의 가슴을 흐르는 국토통일, 민족통일에의 염원이 김종시인이 상징언어로 제시한 『자궁에서 왕관까지』의 단 8자에 압축되어 있다. 여기에서 ‘자궁’은 한라산의 백록담을 상징하고 ‘왕관’은 백두산의 머리에 올려진 ‘천지’를 상징하는 어휘여서 이는 한마디로 “한라에서 백두까지”가 된다.『자궁에서 왕관까지』처럼 작가는 이미 통일된 조국을 가슴에 뜨겁게 녹여서 포옹하고 있는 것이다.
강경호평론가는 “시와 에세이, 회화, 서예가 시‣서‣화라는 3절의 세계로 격의 없이 어울리며 서로에게 상상력을 제공한다. 『자궁에서 왕관까지』라는 책의 이름처럼 분단 현실에서 ‘자궁’으로 상징되는 한라산과 ‘왕관’으로 의미화 된 백두산을 껴안는 이번 화필에세이집은 은유를 넘어 우리 민족의 하나 됨을 위한 메시지를 웅변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하였다.
김종 시인은 1966년 단국대 주최 전국고교 시조 현상공모에서 당선됐고 1971년 제8회 월간문학 신인상과 시조문학 추천을 받았다. 이후 19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장미원’이 당선, 시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 동양서예대전의 초대작가와 한국추사서예대전의 초청작가, 서예계의 최고 권위인 ‘추사 김정희선생 추모 전국휘호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동안 ‘장미원’, ‘밑불’, ‘그대에게 가는 연습’, ‘간절한 대륙’ 등 13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광주문인협회장을 지냈고 광주시민대상 문화예술부문과 민족시가대상, 새천년문학대상, 영랑문학대상, 한국펜문학상, 한국가사문학대상, 백호임제문학상 본상, 박용철문학상 등등을 수상했다.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