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박주하 20회 개인전
3일부터 9일까지 이화갤러리
| 2022. 11.01(화) 10: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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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20번째 개인전이자 4년만에 갖는 이번 전시회에는 작가의 오랜 테마인 ‘념(念)’ 과 ‘향(鄕)’ 시리즈 작품을 중심으로 동심과 귀소 등 자연회귀의 꿈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불의 나라’인데 고희를 넘긴 화가의 열정과 새로운 도전을 암시하는 듯하다. 아마도 작가는 앞으로의 작업은 더욱 강렬한 색채이미지를 도입해 생의 환희를 향해 매진할 것 같은 예감을 준다.
한국민속의 보고로 불리는 진도에서 태어난 박주하 작가는 설흔이 넘어 전남대학교 예술대학에 입학해 서양화를 전공했다, 유년시절을 진도에서 보낸 박주하의 그림은 무속신앙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다시래기와 씻김굿으로 대표되는 진도의 무속신앙은 생과 사에 대한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죽으면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그리 슬퍼할 일도 아니라고 믿는다.
때문에 박주하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기하학적 화면분할은 그런 의미에서 생과 사, 현실과 초현실, 과거와 현재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 선이 넘나들 수 없는 경계가 아니라 언제나 오갈 수 있는 자유로운 경계라는 점이 특징이다. 그런 경계를 배경으로 돌, 산, 나무, 달 등의 소재를 단순화시켜 마음 속의 풍경들을 채워간다.
또 하나의 특징은 색과 명암의 분명한 대비다. 화려한 유채색과 절제된 무채색의 대비, 또는 강한 명암 대비로 화면을 분할하여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연출한다. 직선과 곡선의 화면 분할 또한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자연의 이미지로 해석된다. 자연은 흰색, 검은색 등 단색으로 처리한 반면 여인은 화사한 색으로 채색해 강한 대조를 보여주기도 한다.
빨간색과 녹색의 나무의 색채대비도 기이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사실적인 데생과 몽유도원에 있는 듯한 환상적인 세계의 이중주, 기하학적으로 분류되거나 위아래로 이등분된 화면 역시 이원론적 세계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박주하는 40대 후반을 넘어서면서 꼼꼼하게 재현하거나 묘사에의 집착을 버리기 시작했다. 사물의 외형을 과감히 생략하거나 사상(捨象)시켜 본질이나 핵심만 드러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산은 직삼각형 한 두 개로, 바다는 하나의 횡선으로 희거나 검게, 또는 푸르게 색칠되어 나타난다.
박주하 그림의 예술적 근원은 도가 사상에서 시작해 이를 형상화하기 위해 이중적 화면을 사용한다. 또한 신성한 자연과 원초적 인간의 모습 합일시켜 자연의 모습 뿐 만 아니라 그 자연이 품고 있는 전통적, 정신적, 본질적 의미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합일, 조화를 추구하는 화가 박주하는 미술뿐 아니라 우리의 민속음악까지 소화할 줄 아는 끼 많은 예술가로 통한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