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숙 제 5시집 ' 저녁, 그 따뜻한 혀' 출간
4부로 나눠 60여편 실어
| 2021. 12.08(수) 09: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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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숙 시인은 2007년 『시와사람』 신인상으로 등단해 『나이든 호미』, 『눈물에게』, 『아버지의 손』, 『꽃잎의 흉터』,『저녁, 그 따뜻한 혀』등 시집을 출간했으며 나주예술문화 대상,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 백호임제문학상, 한국Pen문학상, 한국가사문학대상 우수상, 고운최치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중견시인이다.
이번 시집의 주제어는 ‘혀’라고 할 수 있다. 전 시인은 어머니가 인간 존재의 샘자리인 것처럼 혀를 삶과 생명 정신의 샘자리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 의에서 시인은 혀와 어머니를 동의어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폭풍우 지나간 폐허에 서서/ 누군가 말한다/
생은 바람을 겪어내는 일이라고/
저녁이 살금살금 기어오르고 있다. 마중나온 굴뚝 연기는 뒷짐지고 서성이고 노을은 늘어지게 하품하는 하루를 핥는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일상이 굽은 허리를 펴는 언저리에 혀가 태어난다.
저녁을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바람에 시달린 저녁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꽃지는 목련나무는 모락모락 밥냄새를 피우고/
어느새 물클한 만복이 온몸에 퍼진다/
저녁을 품기 위해 어둠은 넓어진다./
어둠 침대에 하루치의 바람을 내려놓는 길고양이/
관절펴는 소리 /낮아지는 숨소리/
하루를 소화시키는 되새김질소리/
바람을 재우는 저녁의 소리는 혀처럼 부드럽다/
하를 쓸어주고 핥아준다/
저녁의 형용사는 혀라고 달의 분화구에 새겨본다/
달빛이 쑥내민 혀로 폭풍에 휩쓸린 길고양이를 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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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표제어인 ‘저녁, 그 따뜻한 혀’의 전문이다.
전시인의 시어들은 지극히 일상의 언어들이디. 그 시어들 속에는 근본적으로 사랑이라는 김정이 내재 되어 있다. 혀에도, 아버지의 회초리에도, 그리고 어머니의 손쓰다듬에도... 그런 의미에서 전숙시인은 우리 인간이 희구하는 사랑을 노래하고 갈구하고 실천하려는 시정신이 깊숙이 살고 있다.
아픈 5.18의 이야기나 제주 4.3항쟁이 이야기 속에도 사랑이 담겨 있다. 가해자를 증오하기보다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을 어루만지는 일이 먼저다. 먼저 위로하고 쓰다듬는 응급처치를 끝낸 뒤 가해자들을 꾸짖고 응징하는 내찬 결의를 드러낸다.
‘주먹밥의 밀도’에서도 시인은 ‘죽음도 떼어놓지 못하는 밀도로 주먹밥을 뭉친 친구들은 은하수가 되었을까? / 오월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은하수 한가운데 주먹밥처럼 엉긴 궁수자리석호성운에 어깨를 걸고 있는 일등성끼리 서로의 빛을 비추고 있다’ 고 노래한다. 조건없이 나누던 그 주먹밥의 밀도는 죽어서 은하수가 된 아이들이 서로를 사랑을 비추고 있다는 신선한 발상이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