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 조각전 '비움과 채움'
7일부터 13일까지 서울 G&J광주전남갤러리
| 2019. 08.06(화) 09: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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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의 조각은 재현이 아닌 모더니즘 조각에 가깝다. 즉 형태의 재현이 아니라 양감과 질감, 그리고 물성만으로 본질을 구성해낸다. 모더니즘 조각은 형상을 최소화하면서 나무면 나무, 돌이면 돌, 철이면 철 고유의 물성이 부각시킨다, 조형적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자연 소재 고유의 본성이 부각시키는 것이다.
공병의는 오브제의 도임에 주저함이 없다. 식칼과 무쇠 솥과 같은 생활 오브제들이 자연 소재와 어우러지도록 조화시킨다, 재료의 물성과 본성을 읽어내는 감각적 혜안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미술평론가 고충환은 이런 관점에서 조각가 공병의를 모더니스트 조각가이자 자연주의자라로 명명한다, 자연주의적 모더니스트라고 본 것이다,
작가는 근작에서 나무와 돌과 철 대신 아크릴을 소재로 취한 것이다. 단순히 소재가 변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여기에는 단순한 소재 변화 이상의 괄목할 만한 차이(그리고 이를 통한 자기 확장성)가 있다.
아크릴은 투명성과 투과성, 반영성과 왜곡성이 특징이다. 착각(착시)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통해 있음과 없음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만든다, 때로 작가는 아크릴과 함께 거울을 도입해 이런 반영적인 설질을 강조하고 극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크릴 조형물은 그림자를 만든다. 조형과 그림자, 실재와 그림자, 실상과 허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조형의 가시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공병의 작업은 빛이 투명한 아크릴 덩어리를 통과하면서 일어나는 일이고, 그 표면에서 일어나는 유희(감각적 유희?)다. 그러면 그 빛을 어떻게 붙잡고 표현할 것인가. 그 빛은 어떻게 실감될 수가 있는가. 바로 빛살을 조형함으로써 그렇게 한다. 그래서 작가는 빛살을 조형한다.
그리고 작가는 색채를 도입해 조형에 변화를 꾀한다. 미묘한 빛살과 부분적으로 도입한 현란한 원색과의 대비가 관념과 물질, 질료적 대상과 관념적 대상이 하나로 합체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여기에 평면과 입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그 둘이 하나로 합치되는 제3의 조형 가능성을 예시해주고 있다.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