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칼럼>聖學十圖 병풍
| 2016. 07.06(수) 21: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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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은 한학과 보학(譜學)의 대가였다. 필자도 한문과 보학에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손룡정사를 찾아가곤 하였다. 선생의 거처에는 병풍이 하나 있었는데, 나는 갈 때마다 그 병풍이 눈에 띄었다. 조선 선비의 품격과 문기(文氣)를 집약한 병풍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퇴계 선생의 '성학십도(聖學十圖)'를 10폭 병풍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선조가 17세에 임금이 되었을 때 당시 68세의 노학자였던 퇴계가 선조에게 올린 제왕수신(帝王修身)의 요체가 성학십도이다. 10개의 도표와 간단한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전라도 선비였던 산암은 율곡보다 퇴계를 더 흠모하였던 것 같다. 산암은 젊은 시절 충청도 보은의 99칸 '선(宣)부자집'에서 일체의 경비를 대어 운영하였던 관선정(觀善亭)이라는 서당에서 공부한 바 있다. 관선정 선생은 당대의 선비 홍치유(洪致裕·1879~ 1946)였다. 그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머리 좋은 학생들이 관선정으로 모여들었다. 홍치유 밑에서 배출된 제자가 후일 지곡서당을 세운 임창순과 그리고 변시연이다. 홍치유의 학맥을 거슬러 올라가면 성재 권상익을 거쳐 서산(西山) 김흥락(金興洛)으로 소급된다. 퇴계학맥이다. 김흥락은 학봉(鶴峯)의 후손으로서 퇴계의 적전(嫡傳)을 이은 제자이다. 호남의 변시연은 퇴계학맥에서 공부했던 것이다.
퇴계학파의 전통 가운데 하나가 '성학십도병풍'이다. 이 병풍은 아무나 만들 수 없었다. 퇴계학맥 가운데서도 학문과 그 인품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 있는 제자만이 집안에 성학십도병풍을 가질 수 있었다. 급(級)이 안 되는 사람이 이 병풍을 집에다 해 놓으면 욕을 먹었다. 근래에 안동의 학봉종가에 가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대청 마루에 이 병풍이 놓여 있었다. "병풍 9도(圖)에 나오는 경재잠도(敬齋箴圖)를 중시하는 것이 우리 집안의 가풍입니다." 일상에서 공경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종손 김종길(76)의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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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동양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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