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윤씨 댁의 역사와 문화예술 ‘녹우당’ 출간
열화당 펴냄
| 2015. 08.11(화) 09: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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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해남윤씨 가의 해언전 개발과 도서 연해 경영’으로 목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윤섭이 썼고 사진은 충남 천안 출신으로 중앙대 사진과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하고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 사진기자를 역임한 서헌강이 맡았다,
녹우당은 해남읍 연동에 있는 해남윤씨 어초은파(漁樵隱派) 종택의 사랑채다. 고산 윤선도 공재 윤두서 등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녹우당은 풍부한 경제적 부를 기반으로 학문을 증진시키고 새로운 문화예술의 창조를 주도하여 호남 문화예술의 한 맥을 차지할 만큼 그 문화적 공간의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특히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과의 일치를 꿈꾸었던 고산 윤선도의 취향처럼, 이곳에 터를 잡은 이래 녹우당 사람들은 오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온갖 세월의 풍파와 시련을 다 이기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녹우당’이라는 이름은,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의 형인 옥동 이서(1662-1723)가 짓고 써 준 당호로, 덕음산을 뒤로하고 주변 오십만 평에 달하는 자연의 영역에 자리하고 있어, ‘녹색의 장원’이라 할 만큼 인간과 자연이 잘 조화된 이상향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녹우당 사람들은 열린 사고 속에서 새로운 학문과 예술을 추구하며 시대에 부딪히면서 살았다. 녹우당 사람들은 고답적인 성리학적 규범 속에 갇혀 살지 않았다. 이들은 항상 새로운 학문과 사상을 수용하고 선도했다. 중흥조인 어초은 윤효정(1476-1543)으로부터 시작된 『소학』의 실천윤리를 바탕으로 고산 윤선도(1587-1671)가 추구했던 박학, 이후 공재 윤두서(1668-1715)가 선도한 실학적 학풍과 예술의 세계, 그리고 정약전·정약용 형제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가 된 윤지충(1759-1791)에 이르기까지, 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흐름은 녹우당 사람들의 독특한 가풍의 결과라 여겨진다.
‘녹우당이 이처럼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라는 의문에서 이 책은 씌어졌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중시조인 8세 윤광전 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헌 자료에 의하면 윤광전이 터를 잡고 산 곳은 탐진 즉 지금의 강진군 도암면이었다. 그러다가 12세 윤효정 대에 와서 비로소 해남에 입향하게 되고, 가문을 일으켜 세우면서 ‘해남윤씨’라는 본관을 얻게 되었으니, 윤효정은 가문의 득관조이자 중흥조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후 이 집안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인 고산 윤선도가 조성한 수정동, 금쇄동, 보길도 등의 원림들, 그리고 그의 문학세계를 비롯하여 윤이후, 윤두서, 윤덕희 등 굵직한 인물들의 문화예술 세계를 이 책은 조명하고 있다.
한편 조선 16세기 사림정치 시대에 김종직을 필두로 어떠한 학맥과 인맥으로 해남윤씨가 사승, 사우 관계를 맺어 왔는가를 짚어 보고, 바다에 인접해 있는 지역적 조건에 따라 해남윤씨가에서 이뤄낸 간척사업과, 이를 통해 축적한 부를 어떻게 경영해 왔는지도 살펴본다.
녹우당에는 현재 「지정 14년 노비문서」(보물 제483호)를 비롯하여 『해남윤씨 가전고화첩』(보물 제481호), 윤고산 수적 및 관계문서(보물 제481호) 등 약 5,000여 점의 전적과 서화, 고문서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문헌의 의미와 이에 얽힌 이야기를 살피고 있으며, 끝으로 근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변화과정도 다루고 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녹우당 사람들의 역사, 문화예술, 학문적 가풍, 자연과 하나됨을 추구해 온 독특한 원림 조영의지, 그리고 바다를 향한 개척정신 등을 통해, 우리는 한국의 으뜸가는 이 가문이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해남을 중심으로 한 인근의 지역사地域史와 그 시대적 흐름의 면면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한편 열화당에서는 『선교장』과 『녹우당』에 이어, 조선 후기 소론의 영수였던 윤증 선생의 집인 ‘논산 명재 고택’의 역사, 건축, 문화를 다루는 책(글·사진 차장섭)을 출간할 예정이며, 그밖에 우리나라 유수의 고택을 선별하여 그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기웅 발행인은 서문에서 “어느 종가든, 그 외태를 관리 보존하는 것이 매우 힘든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외형의 보존 관리뿐 아니라, 종가의 실체라 할 수 있는, 오랜 세월 그 집안에 서려 온 큰 생각, 즉 가풍을 이어 나가는 일이 더해져야 하며,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그 종가의 가치가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하면서, 이어서 “나는 종종, 한 국가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국민, 영토, 주권의 세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듯이, 종가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종산宗山과 종인宗人들, 그리고 그들의 종가정신 즉 종혼이랄까, 이 세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나의 생각을 강조하곤 했다”고 말한다.
작가 소개
정윤섭은 전남 해남 출생으로, 목포대학교 대학원에서 2003년 석사학위를, 2011년 「조선후기 해남윤씨가의 해언전 개발과 도서・연해 경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에서 일하면서, 해남윤씨 녹우당에 관한 자료를 집중적으로 조사 연구해 오고 있다. 저서로 『해남윤씨가의 간척과 도서경영』(민속원, 2012)이 있다.
서헌강은 충남 천안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했다.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 사진기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고교생활」(1986), 「보트피플」(1989), 「에이전트 오렌지」(1994), 「인간문화재 얼굴」(2003), 「신들의 정원」(2011) 등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국보대관』 『문화재대관』 『조선왕릉』 『종가의 제례와 음식』 등 문화재 관련 사진작업에 참여했다.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