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화 소설집 ‘키스가 있는 모텔’
| 2014. 02.05(수) 10:09 |   |
|
이 책에는 은행나무에 대한 소고’ ‘키스가 있는 모텔’ ‘핑계’ ‘해 저무는 봄날’‘쑥떡 한 덩이’‘물수제비를 뜨다’‘노을 속으로 날아간 새’ 등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원화는 이 시대 많은 소설가들이 형식적 실험이나 파격적 서사를 도입하여 문학의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직하게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증언하려 한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우리의 이웃이며 그들이 겪는 일들은 현실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믿겨질 만큼 개연성이 있다.
「물수제비를 뜨다」와 마지막 작품 「노을 속으로 날아간 새」를 제외하면 수록작 전체는 가난한 여성을 전면부에 세워 놓고 있다. 돈과 힘을 가진 남성들은 자신의 재력을 뽐내며 이들을 부려먹고, 종종은 모멸적인 성희롱이나 잔혹한 강간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은행나무에 대한 소고」에서 치매가 걸린 노인들을 뒷바라지하는 양로원의 간호사들이나, 클림트의 「키스」가 있는 모텔에서 일하는 조선족 명화처럼 싫어도 먹고 살기 위해 감내해야 한다는 점은 전혀 다르지 않다. 「해 저무는 봄날」에서 주인공 소현을 만나 합방을 전제로 만나면 그 대가로 월 300만 원을 주겠다는 남자 또한 ‘싫어도 견뎌야 할지도 모르는’ 대상이다.
이원화의 소설은 구질구질한 현실 속에서 꽃필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찾으려고 한다. 이주노동자가 겪는 사회적 폭력이 그려지는 「키스가 있는 모텔」로 시작하여 생사를 초월한 사랑이 나오는 「노을 속으로 날아간 새」로 끝날 때까지, 진실한 관계에 대한 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원화는 완도 금일 출신으로 방송통신대와 광주여자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2006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소설집 『길을 묻다』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으며, 광주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가 채희윤은 “이원화는 현실을 영악하게 잡아내는 재주가 있고 영롱한 문채나 수려한 문장보다는, 독특한 그녀의 수다스러움으로 아무것도 아닐 듯한 이야기를 소설로 직조해 낸다”고 평했다.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