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정 첫 시잡 '검은 발목의 시간'
| 2013. 09.03(화) 10: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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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정시인은 서정시이면서도 서정적 주체는 시의 뒤에 숨어 있고 대신 각각의 사물들이 빚어내는 이미지가 만개한다.
모두 5부로 구성된 시집에서 1부는 ‘안과 밖’ ‘노을 소리’ ‘꽃의 무게’ 등 12편, 제 2부에서는 ‘송풍기는 강물을 돌리고 있다’ ‘아베마리아’ 등 제 3부는 ‘정오1’ ‘정오2’에서부터 ‘정오 12’까지, 제 4부는 ‘부적’ ‘작두’ 꽃살문‘ 등 14편, 제 ’트르소‘ ’옹기의 아가미‘ ’나비를 위한 알리바이‘ 등 12편을 실었다.
문학평론가 박수연은 이것을 "분해되는 사물들, 비극적 형상으로 떠도는 현실의 알레고리"로 읽었다. 분해되어 관계를 중지시킨 사물들, 개별화된 존재들은 그 중지로써 인식론적으로는 새로운 관계 구성을 꿈꾸고 정치적으로는 새 세상을 통한 해방을 꿈꾼다는 것이다.
표제 시 '검은 발목의 시간' 전문이다.
그는 자신의 편자를 한껏 달구었다/벌겋게 활활 타오르고 있는 그것을/내 발에 맞춰 끼웠다/다 그런 거라고/냉소 속에서 열망은 차갑게 식어 가고
하나, 둘 못이 박혀 가는 걸/망치 소리로 알 수 있었다/가끔/짐이 너무 무겁다고 느껴질 때/웅덩이에 고여 있는 물을 마시다가,/ 문득 얼굴을 마주할 때
생각한다/내 편자는 또 어느 발에 끼워졌을까/구부러진 길 저쪽/물방울 울리며 가고 있을까/질퍽질퍽한 땅 어디쯤/발자국 하나 새겨져/이따금 거기 비 내리고
/조금씩 물이 넘쳐 날까
박수연은 “최미정의 시에서 압도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의 현상은 분해되는 사물들이다. 그의 시는 차라리 분해되고 분산되어 비극적 형상으로 떠도는 현실의 알레고리라고 해야 할 것이. 그의 시는 의미의 불가능성이 아니라 의미의 현상을 현실의 양상 그 자체로 드러낸다. ”고 평하고 있다.
또 곽재구 시인은 “ 최미정의 시는 범상한 일상의 풍경이 꾸는 꿈들로 가득하다. 서로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아파하는 이승의 꿈들은 그가 빚어내는 언어들의 꿈과 맞물리며 자신들이 머무는 공간에 빛을 뿌린다.”면서 “ 그의 시에는 시간의 문이 지닌 낡고 허름한 꽃살문 문양이 스며있고 채송화꽃들이 둘러싼 장독대의 모습이 들어 있다. 장독의 뚜껑을 여는 순간 부항을 뜨는 언어들의 모습과 원적지로 날아가는 새 떼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말한다.
문의: 062-651-6968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