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여인’ 앞에 선 ‘그때 그 여인’

김혜숙씨, 임직순 추모전 찾아

2011. 05.31(화) 00:09

모델과 작가. 작가는 세상을 먼저 떠나고 모델은 자신이 묘사된 그림 앞에서 긴 침묵에 빠진다. 그림 속의 모델은 아직도 스무살 안팎인데 그림 앞에서 모델은 회갑을 넘긴 초로(初老)의 여인이 되었다.

故 임직순 (1921~1996)의 추모전이 열리고 있는 조선대 미술관에 40년 전의 그 모델이 찾아왔다. 임씨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모자를 쓴 소녀’의 실제 모델인 김혜숙씨(64). 김씨는 1981년부터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현재 대뉴욕지구 호남향우회 여성회장을 맡고 있다.

김씨가 임 교수의 모델이 된 것은 서양화가 황영성 화백 (광주시립미술관)의 권유에서다. 당시 건국대 의상학과를 갓 졸업하고 광주에서 의상실을 운영하고 있을 때인데 황 화백으로부터 모델을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임교수를 만났다. 한 달여 동안 학동에 있던 임 교수 자택에 머무르며 모델을 선 작품은 8점으로 이 작품들은 1974년 현대화랑 개인전에 출품돼 호평을 받았다.

‘모자를 쓴 소녀’ (캔버스에 유채 145X97cm)는 푸른 색 옷과 샐비어의 강렬한 색감이 잘 매치된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40년 만에 ‘모자를 쓴 소녀’를 직접 대한 김씨는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는 소감을 밝혔다는 알려진다. 이번 임직순 추모전에는 ‘모자를 쓴 소녀’와 ‘실내창에서’, ‘정원에서’ 등 김씨를 모델로 한 작품 3점이 전시 중이다.


손옥연 기자 soy1164@mtong.kr        손옥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