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공연장 초대
| 2011. 04.30(토) 12: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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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들이 그러하겠지만, 처음 이 마당에 접어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들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 낯설어 하면서 스친 것이 벌써 8년째라니, 원하지 않아도 흐른다는 세월의 의미가 다시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웃고 즐기면서 간혹은 가슴에 커다란 바위를 안아보는 쓰라림도 있었던가…. 가끔은 이 길에 접어들지 않았으면, 아니면 시작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
70년대 초반에 몇 년간 그들과 함께 지냈던 아스라한 기억과 함께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무엇이 좋아서인지 누가 원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마냥 좋아서 함께 했던 기억들…. 그 당시 함께했던 장신덕 선생님이 자주 생각난다. 지금도 뵙게 되면 마냥 좋을 것만 같다.
연습 끝나고 헤어질 때면, “병열이~ 그냥 가려고…?” 하시던 음성과 함께 아무런 부담 없이 아쉬워하시던 친근한 선생님의 모습이 다시 보고 싶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을 어디 두었는지 찾고 다니는 내가, 40년 전의 까마득한 일인데도 그 당시의 느낌이 며칠 전의 일처럼 되살아난다. 그래도 좋은 기억을 오래도록 가지고 있으니 다행이다.
일주일 쯤 전에 우편물이 왔는데, 오페라 공연 초대장이다. 오페라 쪽으로는 전혀 아는바가 없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단체에서 보낸 초대장을 우편으로 받아들고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들었다. ‘내가 초대장을 받았는데, 어떤 분이 보내셨는가요’ 하고 물으니, 자기가 보냈다면서 이름을 말한다.
알고 보니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는 성악가인데, 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나에게까지 배려를 해주는 것에 더하여 전화 목소리를 기억해주니 무조건 감사할 뿐이다. 사람이(어쩌면 나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바뀌는 모양이다. 오페라 공연은 거의 안 가던 사람이, 나를 기억해 준다는 고마움 하나로 공연장에 가서 좋은 시간을 가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출연자들의 공연이 다른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아주 잘하는 공연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한술 더 떠서 그들을 초청해서 함께 공연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다.
며칠 전에도 등기 우편물이 왔다. 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하는 한국무용 공연 초대장과 프로그램이 정성스럽게 배달되어 왔다. 잘 알지 모르는 분야이지만 초청자의 성의를 생각하며 공연장으로 갔다. 출연자들이 고등학생들이어서인지 관람자 또한 거의 모두가 고등학생이었다.
그래도 좌석권 바꾸어 자리를 찾았다. 초대권은 좋은 자리였는데, 바꾼 좌석권은 출연자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맨 끝 모퉁이 좌석번호이다. 입장권을 구입하지도 않았으니 좌석 위치가 문제이겠는가 싶어 그냥 앉으려다가 매표소로 가서 경위를 물으니 한마디로 ‘자리가 없어서…’ 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공짜 표를 가져온 사람이 별걸 다 따진다’는 말투였다.
그냥 표를 돌려주고 나오려고 하자 ‘잠깐만요’ 하면서 좌석권을 다른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씁쓰레한 기분으로 공연장을 나섰다. 학예회 같은 공연이면 학부모들만 초대하든지 일반인을 초대했으며 예의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학생들이 동원되는 모습이 언제나 사라질까…. 관객동원에 자신이 없으면 소극장에서 공연하면 될 것을 굳이 대극장을 고집하면서 초대권을 남발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초대권이 꼭 필요한 것일까. 조그만 것 하나에 감동하기도 하고, 속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일반인들에게 초대권을 남발하면, 공연준비에 들어간 비용은 누가 냈을까….
누구나 말하고 있는 문화수도 광주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본다.
정병열<문화신포니에타 단장. 유러피안대학교(European University, Swiss)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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