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 목포에서 사랑을 찾다
신작 장편 ‘영란’ 통해 잃어버린 자화상 찾기
| 2010. 10.31(일) 06: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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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선창가의 허름한 영란여관. 여관과 식당을 겸하고 있는 할머니가 무심코 붙여준 이름 ‘영란’이다. 열 살 때 의붓아버지의 집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한 ‘나’는 간호조무사 일을 하던 중 남편 한상준을 만난다. 세상 사람들은 ‘나’의 아들을 자폐아라고 부르지만 더 없이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아이가 ‘나’는 사랑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그 아들이 물놀이 익사 사고로, 남편은 차량 전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남편 선배의 친구이자 작가인 이정섭의 손에 이끌려 목포의 낯선 상가집에 갔다가 무작정 주저앉고 만다.
식당일을 도우며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가는 영란은 주변 사람들이 한결같이 상처받은 가슴을 다독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새 힘을 얻는다. 임자도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친구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짊어지고 평생을 살아온 정영술 선생, 청각 장애인인 모란, 딸을 묵묵히 돌보는 모란의 아버지 황진생, 진짜 남도 사나이 완규….
가족이 남기고 간 빈 자리를 사람 냄새나는 목포에서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슬픔 때문에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영란이 점차 말의 자연스러운 발화를 회복하는 또 다른 과정을 보여준다.
슬픔이 지나간 자리마다 꽃은 핀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피 한방울 나누지 않았지만 ‘슬픔의 가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공선옥은 “지금 슬픈 사람들이 자신의 슬픔을 내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제는 슬픔을 돌볼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선옥은 목포의 영란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잊고 사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