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특별한 순간’을 말하다
계간 ‘시인세계’ 18명의 시인 특집
| 2010. 08.14(토) 07:17 |   |
함경북도 경성 출신인 원로시인 김규동은 "두만강은 나에게 있어 청춘과 시를 엮는 뜨거운 원천이었고 사랑의 촛불이었다"고 말한다.
"지금 두만강엔/옛 아이들 노는 소리 남아 있을까/통일이 오면/할 일도 많지만/두만강을 찾아 한번 목놓아 울고 나서/흰 머리 날리며/씽씽 썰매를 타련다/어린 시절에 타던/신나는 썰매를 한번 타보련다."('두만강' 중)
김종해 시인은 박목월 시인이 펴내던 월간 '심상'의 편집을 돕던 시절인 1975년 쓴 시에 얽힌 잊지 못할 순간을 전한다. 밤 11시가 다 돼서야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서 교통사고로 튕겨져 나가던 한 사내의 몸을 목격했다.
그는 " 돌아오지 않을 한 가장을 '밤새도록 기다릴 그의 아내와 아이들에 때문에 한잠도 자지 못했다“ 며 "인간과 죽음에 대한 그때의 통증은 지금도 내 몸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늘을 향하여 당당하게 누운 그 사나이/사나이의 부르쥔 두 주먹이 풀어지고/그 속에서 눈부신 영원이 쏟아지고/우리의 마지막 상계동행 만원 버스는 눈을 가렸죠"('이야기' 중)
시 '겨우'로 유명한 장석주 시인은 "썼다기보다는 시가 내게로 왔다"며 "'은버들 한 쌍 같은 네 관자놀이와 쇄골을 더듬는다'라는 착상이 번개치듯 먼저 오고, 그 나머지 구절들은 저절로 씌어졌다"고 말했다.
"겨우, 라는 부사로써만 발설될 수 있는/사랑이 있다면 그 사랑으로 무구한 개와 고양이들만/태어나라, 나는, 겨우, 살아 있으니까/겨우, 사랑을 견딜 수 있을 뿐이니까."('겨우' 중)
이 특집에는 그 외 강은교, 문정희, 김승희, 조정권, 김광규 등 총 18명의 시인의 시 속에 담긴 생의 특별한 순간을 전한다.
김 연 기자 kimyun@mtong.kr 김 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