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정길수 교수 ‘구운몽 다시 읽기’
| 2010. 07.27(화) 07: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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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 교수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했던 논문들을 엮은 것으로 '구운몽'의 구조, 인물, 창작원리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학계의 원문본 논쟁도 정리했다. 또 지금까지의 연구가 판본 검토나 주제 연구 등에 집중됐던 것과는 달리 '예술성'을 기준으로 텍스트 내적 연구에 천착한 점이 도드라진다. 그는 구운몽'을 중심으로 17세기 장편소설의 형성과정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바 있다. '구운몽'이 한 남성의 여성편력이 소재라는 점에서 남성들의 환상을 자극하는 남성본위의 소설인 것 같지만 독자층은 남녀노소를 아우르고 있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10년간 이 소설과 씨름했다.
그는 이 소설을 여성 본위의 소설로 분석하는데 작중 여성들이 합심해 주인공인 양소유를 속이고 골탕먹이는 장면을 예로 든다, 양소유의 첫째 부인인 정경패는 자신의 몸종인 가춘운을 선녀로 가장시켜 양소유에게 접근하도록 하고, 일곱 번째 부인인 심요연은 자객을 가장해 비수를 품고 양소유의 침소에 들어갔다가 자신의 본심을 고백하고 인연을 맺는다.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양소유를 속이고 조롱해 독자들의 웃음을 유도하는 점 등은 구운몽'이 많은 여성독자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것.
'구운몽'을 당대(17세기) 동아시아의 대표적 여성편력소설인 중국의 '육포단(肉蒲團)'과 일본의 '호색일대남(好色一代男)'과 비교하고 있다. ‘육포단'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힘을 성적 능력을, '호색일대남'에서는 돈에 찾았지만 '구운몽'에서는 문예를 통한 사대부적 교양으로 여성들을 유혹하는 점을 들면서 '구운몽'은 속(俗)의 세계에 놓이겠지만, 다른 두 작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히 아(雅)의 세계에 다가서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