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김경내 '안부'

2024. 09.23(월) 09:30

나팔꽃이 울타리를 타고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울타리 맨 꼭대기에서
집안을 들여다봅니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
일어나셨는지
무탈하신지
기웃이 들여다봅니다

<해설>
이 세상 모든 것을 모으면 무엇이 될까? 그것이 해라면 눈 부심으로 바라볼 수 없음이니, 헛됨을 버려야 할 것이다. 달이라면 바라보더라도 어둠을 견디고 새벽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바람이라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음이다. 이걸 다른 말로 바꾸면 세월이자 역사이니 켜켜이 쌓아서 교훈으로 삼음이다. 김경내 시인의 동시집 ‘꿈꾸는 돼지 꼬리’의 동시 ‘안부’는 지나감과 다가옴의 삶을 되살펴 보게 한다. 외로운 할머니의 무탈을 기원하는 울타리 맨 꼭대기의 나팔꽃보다도 못한 그저 막무가내 저만 잘난 세태가 답답할 뿐이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