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윤영훈 '함께 하면 좋잖아'

2024. 07.29(월) 15:17

한참 맛있게 먹다가
마지막 남은 사과 하나
친구가 건네주었다

반쪽 쪼개서
함께 나눠 먹으면 좋잖아

갑자기 비 오는 날
가방 속 우산 하나
나는 망설이다가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아니야,
한 우산 속에
어깨동무하고 가면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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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1937년이다. 소련은 극동 지역 연해주의 고려인 17만여 명을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이주시켰다. 3~4일 전에 통보, 화물 열차에 짐짝처럼 싣고 한 달여 뒤 9천여Km 떨어진 낯선 땅에 내려놓았다. 고려인들은 토굴 움막에서 콩 한 톨, 물 한 그릇을 나눠마시며 맨손으로 옥토를 일궜다. 윤영훈 시인의 동시 ‘함께하면 좋잖아’는 공동체 인간의 본령을 노래하고 있다. 영하 수십 도에 꽁꽁 언 사람의 몸을 뜨거운 열로 살려내지 못한다. 사람의 체온 36.5도로 녹여야 한다. 먼저 손 내밀어 나누고 어깨동무하면 좋은 이유이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