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임성규 '재주꾼 거미 아빠'

2024. 04.01(월) 09:51

아슬아슬
제 키 수천 배 되는
배롱나무 우듬지에서
줄을 달고 오르고 있는
거미 아빠

펄럭펄럭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휘청휘청
줄달고 나무에서 나무로
외줄 타기 재주부리지

-조금만 기다려
곧 사냥터가 만들어질 거야
태풍에도 끄떡없는
우리 집도 생길 거야

아빠의 말에
환호성 지르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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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임성규 작가의 동시 ‘재주꾼 거미 아빠’는 치열한 삶의 노력과 의지라는 원인이 행복이란 결과와 상관관계임을 말해준다. 아버지, 어머니 이마의 주름과 손과 발의 굳은살은 한 가정을 이루는 희망의 원천이다. 하지만 이 희망이 곧 행복이란 결실이 되는 건 아니다. 넉넉한 사냥터와 태풍에도 끄떡없는 우리 집이 있어야 한다. 더하여 우리 사회의 빈부 양극화, 국민 갈라쳐 갈등 부추기기, 저성장, 저출산, 기후위기는 제 키 수천 배 되는 배롱나무 우듬지에 줄을 달고 아슬아슬 오르고 있는 거미 아빠 앞의 또 다른 장벽이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