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칼럼> 우린 어디까지 환자인가?
| 2022. 03.22(화) 09: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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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에서 기다리는 10분이 길게 느껴졌다. 조금만 체온이 올라도 이렇게 불안에 떠는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모임을 못 가진지 벌써 3년째, 확진자 숫자는 천정처럼 높고, 사람 만나기가 두렵다. 밥 먹을 때도 마스크를 챙기고 주변엔 온통 감염 관련 얘기뿐이다. 오미크론이 ‘심한 독감 정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양성인데도 2~3일 아프거나 아예 증상 없이 지나치는 사람도 많아졌다.
전 국민이 집단감염 단계에 들어서는 조짐일까? 어느 단계이건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재앙이다. 10분, 짧지 않은 기다림이다. “다행히 음성입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눈앞이 환해졌다. 그렇다고 비환자는 아니다. 장염 처방을 받아 약을 사 들고 집에 돌아왔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죽는 날을 향해 하루씩 죽어가는 생물체다. 죽을 때까지 한 번도 환자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를 번역한 생물학자 최재천교수는 1999년 ‘옮긴이 서문’에서 “아무리 건강한 인간이라도 노화라는 병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우린 모두 환자다”라고 말한다. 최교수는 ‘기왕에 해야 하는 환자 생활이라면 훌륭한 환자가 되는 법을 배우라’며 “스스로 생명의 본질과 질병의 기원에 관한 지식을 갖추고, 의사와 함께 예방과 치료에 적극 참여 하라”고 권한다. 생물학자다운 처방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코로나에 관련되는 한 모두가 환자다. 걸렸거나 안 걸렸거나 불안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변이까지 계속 일어나 안전지대에 있는 사람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죄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원죄의식처럼, 지구에 사는 죄로 모두가 환자의식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기왕에 환자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환자가 되기보다 스스로 의시 겸 환자가 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만성중이염, 만성축농증, 잦은 위염, 대장염, 변비, 만성피로, 고혈압 초기 증세(145/95)로 고생하던’ 임동규 가정의학 전문의는 47세 때(2004년) 의사 생활을 아예 접고 지리산 산골에 들어가 텃밭 농사를 지으며 몸을 치유했다. “진료실에 앉아 환자들에게 자연치유법을 권하는 자신의 모습이 모순처럼 느껴져, 병원을 정리한 뒤, 지인이 있던 지리산 산청으로 무작정 내려갔다.” 그는 55세 때(2012년) 쓴 <내몸이 최고의 의사다>에서 그렇게 얘기한다.
그는 ‘45세 때 과체중 상태의 몸(키 167cm, 체중 74kg, 허리 34인치)을 식생활 개선과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3개월 만에 체중 57kg, 허리둘레 27인치로 줄일 수 있었다’고 이 책에 공개한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즐기던 술, 담배, 육식을 끊고 현미밥에 채식하고 아파트 10층을 걸어 오르내리라’는 ‘최고의 의사, 내 몸’이 내리는 처방을 실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디까지 환자인가? 내 몸이 나에게 내린 처방은 무엇인가?
김종남<언론인>
김종남 위원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