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칼럼> 여행하듯 삶을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
| 2021. 11.30(화) 10: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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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지루한 일과 일상으로부터 탈출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부활동이 오랫동안 위축된 지금 더욱 절실해진 이유다. 미국에선 ‘코로나 이후 가장 가고 싶은 나라, 1위가 한국’이란다. 동남아는 물론 유럽 나라들도 한국여행을 바라고, 더 나가 한국어 배우기도 인기다. BTS, K팝 열풍에 이어 오징어게임, 지옥 등 K드라마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덕분에 ‘한국여행 바라기’도 세계적 트렌드가 되었다.
누군가 우스갯말을 한다. 코로나가 끝나면 한국 사람들은 다 외국으로 나가고 한국은 외국 사람들로 꽉 찰 것 같다고. 그러나 꼭 마스크 벗고 해외로 몰려다녀야 여행인가? 가까운 데서 여행과 휴가를 즐기면서 업무도 보는 1석3조, ‘워케이션(일work + 휴가vacation)’도 있다. “소나무 군락지에 노트북 펴놓고, 숲속에서 화상회의를 하고, 별을 헤며 맥주 한잔 즐긴다.” 며칠 전 신문기사 내용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선다. 지난해부터 삿포로 등 온천 관광지역들은 워케이션 족에게 숙박비를 크게 낮춰주어 빈 호텔방들이 환하게 불을 밝혔다. 지방소멸 방지책, 지역활성화 측면까지 따지면 1석5조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는 남도도 빠질 수 없다. 여수, 순천, 구례, 곡성, 담양 등 전남 14개 시군은 지난 4월부터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를 모집하며 워케이션 체험여행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 비대면 시대, 디지털 세상이 만든 새로운 여행문화다. 그러나 워케이션족이 되어 워케이션을 즐기려면 카페에서 공부하고, 메일도 쓰는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MZ세대를 닮든지, 하는 일 자체가 디지털로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어야 한다. 현장에서 몸을 움직여, 일을 해야 하는 직업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다. 몸을 움직여 일하면서 휴가나 여행하듯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없는가?
‘노동과 삶이 하나가 되는 인생’을 이야기하는 책,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가 생각난다. 오카야마역에서 전철로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산속의 빵집, 그 시골 빵집은 일주일에 사흘씩 쉬고, 매년 한 달은 장기휴가로 문을 닫으면서도 운영이 잘된다. 그러고도 이윤을 남길 수 있나! 2015년 9월 30일 서울에 온 ‘시골빵집’ 주인이자 책 저자인 와타나베 이타루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한다.
“우리 가게의 경영이념은 이윤을 남기지 않기다.-- 맛있는 것 먹고 가족이 건강하고 맥주 한잔 먹을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나? 맛있는 것을 모르고, 먹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돈에 휘둘린다.” 최근, 와타나베 이타루는 시골 빵집 속편 <시골 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를 발간했다. ‘자연에 가까운 삶, 모든 존재가 행복에 다가가는 삶’을 실제 생활한 기록이다.
일 자체가 휴가이자 여행인데, 여행하려고 안달복달 ‘이윤 남기기’에 매달릴 필요가 있나. 어느 시인 말처럼 ‘인생은 어차피 죽음이라는 집을 향해 가는 여행’이다. 코로나가 끝났거나 안 끝났거나, 우리는 지금 여행 중이다.
김종남<언론인>
김종남 위원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