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김재창 ' 바닷가에서'

2021. 08.17(화) 09:28

게들이 뻘밭에 글씨를 쓴다.
뻘밭은 게들의 칠판
너도나도 몰려나와 괴발개발…
그게 글씨냐?
파도가 지우면 또 쓰고…
지우면 또 쓰고

게들은 날마다 시를 쓴다.
그게 시냐?
파도가 지우면 또 쓰고
지우면 또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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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글씨라면 한석봉이다. 한석봉 어머니는 영암 독천장에서 떡 장사를 하며 영암읍 농덕리 신희남 선생의 ‘죽림정사’에서 공부하는 아들 뒷바라지를 했다. 예전에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와 책 읽는 소리, 논에 물들어가는 소리라고 했다. 꼬나 쥔 연필심에 침 묻혀가며 글씨 쓰는 손주를 보고, 입이 귀에 걸리던 할아버지의 너털웃음을 보기 힘든 세상이다. 하지만 한석봉의 글씨가 아니고 괴발개발이면 어떠랴? 파도가 지우면 쓰고 또 쓰는 아들, 딸, 손주랑 함께 사는 게들은 참 좋겠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