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정희정 '걷기의 마법'

2021. 02.15(월) 10:00

마음이 쓸쓸할 때
울적할 때

혼자서 실컷 울고 싶을 때
그냥 걷는다

복잡한 머리와
무거운 마음 그대로 걷는다

걷다 보면
동네를 한 바퀴 돌다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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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무념무상은 선정 수행과정에서 그릇된 분별이나 집착을 떠난 상태이니, 마음을 비운 무아와 무심의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돈오돈수냐 돈오점수냐의 논쟁이 있지만, 닭이 먼져냐 알이 먼저냐처럼 그 논쟁이 아무리 치열해도 깨달음을 주지는 않는다. 그저 동네 한바퀴를 도는 것으로 마음을 바꾸는 ‘걷기의 마법’은, 원효대사의 깨달음과 맞먹는 마법의 동시이다. 오랜 기간의 문학수업과 문예지 신인상으로 등단한 정희정 시인의 시심은 그 밑바탕이 단단하며 무아무심의 여백이 넓다. 이 시는 동시집 ‘내 맘도 모르고’에 있다.

김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