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칼럼>‘ 저출산 문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19. 08.21(수) 07:34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책읽기 모임이 끝나고 잡담을 나눌 때였다. ‘저출산 문제’라니? 말문이 막혔다. 그날 읽은 책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 가벼운 주제도 아니다. 사실 청년들이 취업을 못해 연애, 결혼마저 포기하는 세상인데 ‘무슨 아이 낳는 문제까지’라는 생각도 있었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풍조는 육아를 책임질 부모입장, 특히 아이를 직접 낳고 키우는 주체인 어머니로서 여성의 입장, 태어난 아이가 살아가야할 사회의 입장, 아이를 미래생산동력으로 여기는 국가의 입장, 더 크게 보자면 종족보존이라는 인류의 입장 등이 서로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다. 더군다나 그 자리에는 가장 중요한 입장을 말해줄 청년이나 여성도 없었다.

저출산 문제가 관심을 끌만한 무슨 계기라도 있었나! 질문을 던진 사람은 요즘 지방자치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다. 아마 칼럼 쓰는데 참고하려는 것 아닐까.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지방시 군이 인구감소로 ‘지방소멸’까지 걱정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지방정부가 출생아를 늘리기 위해 수 백 만원 씩 지원금, 보조금을 경쟁적으로 쏟아 붓고 있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다.

‘애 낳는 사람이 없어 군 지역 산부인과가 문을 닫고, 입학생이 줄어 농어촌 초등학교가 통폐합하고, 지방대학들도 폐과 투성이다.’ 이미 오래된 옛날 뉴스다. 저출산이 인구감소로 이어져 지방 대학, 이제는 지방 시청 군청 존립까지 위협하기에 이른 모양이다. 지방이 흔들리면 지방이 모여 세운 중앙도 흔들린다. 수숫대 팔다리(지방시군)가 수박 머리통(서울 경기)을 지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프랑스에 유학 간 어느 학생부부는 세 자녀 낳고 그 지원금만 갖고 생활했다.’ ‘아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부담과 고통이 아닌 즐거움과 보람, 삶의 의미가 되도록 의식부터 바뀌어야한다.’ 프랑스는 몇 십 년 골치를 앓던 저출산문제에서 헤어나고 있다. 우리도 지원금을 그만큼 주면 출산율이 오를까. 아니 그보다, 청년들이 애 낳고 키우는 일을 피하지 않고 보람으로 여기는 사회가 가능할까.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인구과잉이다. 아프리카에선 오히려 저출산을 장려해야할 판 아니냐.’ 얘기가 나라밖으로 번지자 저출산 논의는 뿌리부터 흔들린다. 사실 30~4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는 인구과잉을 염려했었다. 나라가 주도하여 아이 적게 낳기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다 방향이 바뀌면서 2006년부터 출산율을 올리는데 80조원을 쏟아 붓고 있다.


상황이 바뀌니 입장도 바뀐다. 아이 적게 낳기에 호응하여 정관절제수술까지 받은 노년 세대는 바뀔 입장이 별로 없다. 그날 얘기는 그렇게 끝났다. 집에 와서 ‘저출산’을 인터넷 검색해보았다. <저출산, 무엇이 문제인가>, <인구절벽에 대비한 해외정책 및 사례연구>, <인구전쟁 2045>, <한국이 소멸한다>….관련 책들이 엄청 많다. 저출산은 ‘인구충격, 인구절벽, 인구붕괴, 인구전쟁’, 심지어 ‘한국소멸’이란 극한까지 이어진다.

“왜? 대한민국은 세계지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가 되었나”. <인구전쟁 2045> 표지에 적힌 질문이다. 세계 미래학자들은 몇 해 전 만해도 세계지도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로 일본을 지적했는데 최근 옥스퍼드 대학 인구문제 연구소는 ‘대한민국이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라고 발표했단다. 이제 한국남성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병역의무처럼 출산의무를 실천해야할 판이다.

미국여성 15명은 에세이집 <나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에서 “어머니가 되는 일은 우주보다 큰 무한책임을 치는 일, 모든 여자가 어머니가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출산문제, 최후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국여성의 입장은 무엇일까!

<언론인>

김종남 위원 mht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