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서예가 운암 조용민 선생 별세
"막힘없고 자유로운 행초의 대가" 평가
| 2017. 04.10(월) 19:28 |   |
|
발인은 10일 오전 광주 그린장례식장에서 진행되었으며 고향인 곡성의 선영에 안장됐다
전남 곡성 출신인 운암은 마흔이 넘어 송곡 안규동 문하에 입문했으나 전남도전, 국전, 동아미술대전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 전국서단에 이름을 날렸다. 국립현대 미술관 초대작가,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위원, 중국 무릉대학 명예교수 등 서예가로서의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1980년부터 운암서예원을 열어 많은 후학들을 길렀으며 전라남도 문화상, 남도서예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독학으로 천자문을 썼고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서예에 대한 재주가 있었다. 아버지는 면사무소 직원이었으나 펜글씨나 골필 글씨로 유명했고 어머니는 또한 시집오기 전 여러 권의 한글 이야기책을 베껴 쓴 적이 있을 정도로 글씨쓰기를 좋아했다.
1980년 광주에 운암 서예원을 열고 제자들과 함께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던 그는 2년 만에 가진 첫 번째 개인전을 계기로 한국 서단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개인전을 가진 뒤에도 공부에만 정진해 환갑이 넘은 64세에 동아미술상 서예부분 최고상인 우수상을 수상하게 된다.
운암은 전·예·해·행·초 각 체를 두루 잘 쓰는데 그 중에서도 행·초서가 좋다는 평을 받았다. 그의 행초는 막힘이 없기 때문에 시원하고 자유롭다. 운암의 행초 가운데 비교적 작은 행초는 마치 까칠한 필획이 일품이다. 또한 행서는 풀 먹인 광목홑청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스며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는 운암이 고법에만 얽매이지 않고 촌스러움이 수반된 자유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가끔 쓰는 전서와 예서도 천진함과 정성스러움이 있다.
젊어서 자동차부품상을 경영하며 큰돈을 벌었던 그는 1980년에 외상으로 나간 부품 값이 3천만원이 넘었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금이 되지 않자 어느 날 차용증서, 외상장부 등을 모두 태워버렸다. 당시의 심정을 묻는 제자들의 물음에 "고것, 마른 종이라서 그런지 한번 불 붙여놓으니까 잘 타데. 잉."라고 답했을 정도로 폭이 크고 온화한 인품의 소유자다.
그 누구라도 품어줄 것만 같은 넉넉함과 편안함을 갖고 있기에 서단에서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다. 제자들로 구성된 일묵회(一墨會)의 회원도 100여명에 이른다.
운암은 유명해진 뒤 전국 각지에 굵직한 비와 현판에 글씨를 남겼는데 팔순이 넘어서도 매일 새로운 창작을 모색하여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글씨에서는 그 글씨를 쓴 사람의 냄새가 나야 한다는 생각느오 먹을 갈았다. 운암은 나이 들어 광주근교 나주 남평에 서실을 겸한 거처인 진옥헌(振玉軒)을 마련하고 2층 전시실에 평생 수집한 선인들의 작품과 자신의 작품을 전시해놓고 늘 글씨를 연구했다.
생전 많은 휘호를 남겼다. 정절공조려선생사적비(貞節公趙旅先生史蹟碑).고려태조비왕후오씨유적비(高麗太祖妃王后吳氏遺蹟碑)장흥위씨시조회주군사적비(長興魏氏始祖懷州君史蹟碑) 진각국사유적비(眞覺國師遺蹟碑) 도갑사사적비(道岬寺事蹟碑), 경복궁현판, 백양사 일주문, 도갑사 일주문 등이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