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현 소설집 '눈내리는 마을' 출간
| 2016. 12.21(수) 13: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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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성현은 진도 출신으로 전남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민족현실과 문학운동』에 「구암리 사람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광주․전남소설가협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작품집에는 표제작 ‘눈 내리는 마을’을 비롯해 ‘하늘 보는 집’ ‘ 잃어버린 갈매기섬의 퍼즐’ ‘밀고자’ ‘엘리베이터’ ‘선로의 섬망’ ‘팔암리 사람들’ 등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조성현의 소설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현실세계의 판 위에 올려놓고 사실과 상상의 경계 사이에 세워둔다, 그런데 서사의 바람을 불어제치면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흔들리고, 흔들릴 때마다 등장인물들은 사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혼돈 속에 빠진다.
그리폰의 모습이 소동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지우려고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흰둥이 얼굴이 그리폰 얼굴 위에 겹쳐졌다. 흰둥이도 개였고 그리폰도 개였다. 흰둥이가 개울가에 웅크리고 앉아 비둘기 한 마리를 물어뜯고 있었다. 흰둥이조차 그리폰같이 이런 짓을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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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마을」부분
조성현의 소설집은 내장 속에서부터 역류하여 끓어오르는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하지 않고 희망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저항의 흔적이다. 오래된 감옥에 갇힌 죄수가 끝이 뾰족한 물건으로 자신을 자해하는 게 아닌 벽에 지나간 날짜를 기록하며, 창문 너머의 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날만을 갈구하는 마음으로 기록한 상상의 나래다. 그 “길고 괴로운 방황과 미혹의 세월”을 견디며 써 낸 이야기가 단순히 상상에서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의 근저에서 떠도는 것도 저자 자신 또한 등장인물들처럼 현실이라는 땅 위에 머무르기 때문일 것이다.
조성현의 이번 소설집은 분노와 혼돈, 상실감과 적개심마저 이겨 내고 그것을 글쓰기라는 문화적 소비 형태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다. 즉, 사실도 넘고 상상도 넘어서 언제나 새롭게 쓰려고 노력하는 문화적 글쓰기라 할 수 있다.
문의: 010-2680-9426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