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시조시집 ‘종장’ 출간
노시인 바라본 94세의 감회 100여편에 담아
| 2016. 06.17(금) 11: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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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로 태아난 몸/ 자연 속에 자랏기에/ 선하고 형제 같은/ 벗들이 많았으니/ 한세상/ 이만함도 족하기에/ 즐거움도 얻었어라./ 이 나이 되어서도/ 애 같은 마음 남아/ 고국을 떠나 살며 얽매임이 그리 없어/ 이토록/ 홀가분하게/ 한 생애를 접는 것을/ 더러는 돌부리에/격랑에도 휩쓰리다/ 크고 작은 인연들이/ 힘을 입어 막다른 곳./ 어디로/ 행할지 설레지만 /가물가물 모르는채-/ 아득히 돌아보면/ 꿈일레라/ 가진 것 하나 없이/ 빈손엔 바람 한 줌/ 끝끝내 / 무지갤 쫓던 우를/ <종장>으로 갈음하는 …/
언론인이자 시인, 시조시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폈던 허 연(94)선생이 시조집 ‘종장을 출간했다. 위 시는 시집의 맨 마지막 쪽에 실린 <종장>의 전문이다. 지난 2012년 시집 ’그냥 그렇게 흘러갔으면‘ 시조집 “ 내 혼만은 정녕코’를 펴낸 뒤 4년만에 내놓은 시조집이다.
왜 시인은 시집의 제목을 <종장>을 하고 그 종장을 시집 마지막 페이지에 실었을까? 시인은 특히 ‘아득히 돌아보면 꿈일레라’ ‘ 빈손엔 바람 한 줌’이라고 말로 인생의 종장을 노래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1장 길고도 긴 71년, 2장 밤비, 3장 매화꽃 동산에, 4장 가슴별 꽃처럼, 5장 세 살짜리 은자동이. 6장 별 하나가 남아서 등으로 나눠 모두 100여 편을 상재했다. 표지화는 서양화가 김영태 선생의 ‘해바라기(10호)’다.
시인은 고국을 떠난지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나주의 완사천, 친구 백열 김영태 선생과 손동 화백에 대한 찬, 운정 박진동 선생에 대한 그리움 등을 빼곡이 담았다.
시인 허 연 선생은 호남신문 편집국장과 광주문화방송국장, 광주시립박물관장 등을 두로 역임한 문화계의 원로로 25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고 있는데 이번에 내놓은 시집도 자녀들이 아버지에게 바치는 시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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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에 실린 ‘별 하나가 남아서’ 이다.
창틀에 기대서서/ 별 하나 찾아내어/ 영혼까지 달려 나가 /반가이 맞아본다/ 그대여/ 기별도 없이/ 몇 만 년을 달려 왔나/ 어릴 제 마당에는/ 멍석을 깔고 앉아/ 수많은 별을 보고 / 세다 말다 하였는데/ 어쩌다 / 내 눈과 마주친/ 별 하나가 있었던가/ 이토록 나이 들어/ 적막해진 세월이라/ 여러 날을 벼르다가/ 맘먹고 나왔는데/ 별 하나 / 짚불처럼 남아서/ 깜박이고 있구나/
유년시절 마당에 멍석을 깔고 바라보았던 유난히 빛난 별이 짚불처럼 남아 깜박이고 있다고 썼다.
허연 시인은 영산포 출신으로 시집 ‘향나무’ 동시집 ‘새싹’을 발간한 뒤 현대문학지에 천료를 받아 문단에 데뷔했다. 시조집 ‘불망비’ 과 시집 ‘얼굴’ ‘산란초’ 등을 펴낸 바 있으며 향촌 허연 시선집, 시집 ‘백수가 다시 되어도’를 출간했다. 전남도문화상, 현산문화재단 문학부문 특별상, 시조월드 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도서출판 예원 1만원.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