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김영자 화백 별세
토속적 소재를 서양화로 표현-크로키도 유명
| 2015. 12.28(월) 21: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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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유학을 거쳐 1938년 제17회 선전에서 반찬의 재료’가 입선하면 화단에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작가는 6.25의 와중에 남편을 여의고 여자의 몸으로 혼자서 자녀를 키우며 고구분투했으며 80년대 중반 광주 개인전을 계기로 고향으로 돌아와 토박이 모임인‘예목회’를 결성해 후진 양성에 힘썼다. 구순을 넘긴 최근까지 작품 활동을 폈고 대표작으로‘아낙’과 ‘탈출’등이 있다. 빈소는 목포 삼성장례식장, 발인 30일 오전, 장지 목포 보현정사.
김경자는 지난 여름 작고한 것으로 알려진 천경자(1924년생) 화백과 일본에 유학한 한국 여성미술의 선구자다. 목포갑부이자 시의원을 역임한 김용문의 외동딸로 국민학교 3학년때 일곱살 위의 박문석과 결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편과 함께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김영자가 화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고교 5학년 때 취미삼아 그린 「반찬재료」란 그림이 제 17회 선전에 입선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로 일본 유학을 떠나 남편은 동경 중앙대학 법과에, 자신은 우에노 미술전문에 입학했다. 여기서 오가와(小川) 선생을 만나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김영자는 유학시절 스승으로부터 ‘천재’라는 칭찬을 받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이자 어머니, 학생으로서 살아야하는 어려움 때문에 그림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중퇴하고 말았다. 김영자가 직업화가로서 그림을 시작한 것은 6.25 직후의 일이다. 목포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남편이 ‘남경호 침몰사건’으로 사망한데 이어 아버지마저 양곡창고 도난에 따른 화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길거리에 나앉게 된 것.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목포를 떠나 이리-전주-군산-부산 등지를 떠돌며 그림을 그려 팔았다. 이렇게 전국을 떠돌며 가진 전시회가 60여회에 이른다.
김영자가 다시 목포로 돌아온 것은 1984년. 광주전시회를 마치고 아버지 묘소에 들렀다가 고향 목포에 눌러 앉아 노화가로서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김영자가 그리는 작품들은 풍경과 풍속화다. 젊은 시절에는 나무를 즐겨 그렸지만 노년의 작품에는 농악 등 풍속화와 유달산 삼학도 등이 자주 등장한다.
젊은 시절 나무를 즐겨 그린 나무가 스물여덟에 잃은 남편의 ‘혼의 그림자’였다면 노년에 그린 자연들은 세상을 초월한 ‘초연의 산물’인 셈이다. 특히 영감의 필치로 긁어내는 크로키는 독특한 경지를 일구었다. 또한 대표작이라 할 「군무」와 「탈춤」 등은 여성화가 답지 않게 굵고 강한 터치와 원색의 입체감이 화면을 지배한다.
김영자 역시 초기에는 사실주의 기법의 정적인 그림들을 즐겨 그렸지만 나이가 들면서 농악놀이 등 우리고유의 풍속들을 생동감 있는 터치로 재구성해 ‘속도감이 느껴지는 영적(靈的) 필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갑이 넘어 목포로 돌아온 김영자는 예향목포인연합회 회장을 맡아 일하면서 그림으로 그릴 수 없었던 한 많은 이야기들을 자서전으로 남기기 위해 노익장을 불태우며 살았다.
김영자 회뱍은 한 색조로 생동감 있는 그림과 서양화이면서도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소재로 독특한 화풍을 세계를 선보였다. 유화 크로키’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