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칼럼> 세계최강의 기를 받으려면…
| 2015. 06.29(월) 08: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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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 하고 돌아오는 길, 산보삼아 ‘도청앞 분수대’에 들렀다. 금남로의 시작점, 분수대광장에는 높다랗게 별모양을 하늘로 향한 붉은 꽃탑이 3개나 세워져있다. 2015 광주하계 유니버시아드를 경축하는 꽃탑이다. 밤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인데도 분수대광장은 젊은이들로 붐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젊은이들이다. 얼추 30여명쯤 되는 것 같다. 바퀴달린 좁은 널빤지를 타고 급정지, 급회전한다. 금남로의 번쩍이는 헤들라이트 불빛이 스케이터들을 더 돋보이게 한다.
‘젊은이들의 올림픽’ 유니버시아드가 광주에서 열린다. 세계 140여 개국에서 1만2천여 젊은 스포츠인 들이 광주에 몰려온다. 육상경기, 수상경기, 수구, 테니스, 펜싱, 배구, 농구, 체조, 태권도 등 21개 종목에서 기량을 뽐낸다. 광주가 생긴 이래 가장 큰 행사이다. 올림픽에 버금가는 국제종합스포츠 이벤트, 기대가 큰 만큼 걱정도 작지 않다. 서울 사는 고교동창이 카톡으로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유니버시아드 걱정을 했다. “그나저나 메르스 여파로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걱정되는구먼!” 몸은 멀리 서울 살지만 고향이 치르는 세계적인 행사가 걱정 안 될 수 없겠지….
“그나마 광주는 청정지역이어서 다행이다. 시련과 고난을 이겨야 더 값진 열매가 열린다는 각오로 잘 넘겨야할 터인데…”라고 답신을 보냈다. 사실은 광주시민인 나 자신에게 보내는 다짐이다. 열심히 대회를 위해 일하고 있는 진행요원들, 자원봉사자들, 서포터즈 또 시민들에게 보내는 염원이다. 더 나아가 광주를 찾아온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모든 시련과 고난에는 메시지가 있다. ‘메르스 불안’이라는 시련이 광주시민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큰 시련은 큰일을 해낼 사람만 단련한다. ‘절규’를 그린 화가 뭉크(1863~1944)의 일생도 질병에 대한 불안과 공포의 세월이었다. 뭉크는 어릴 때부터 병약한데다 정신분열증에 시달렸다. 또 가족들을 잇달아 질병으로 잃었다. 5세 때 어머니를 결핵으로 잃었고 14세 때는 누나를 같은 병으로, 26세 때는 아버지가 우울증으로 타계했고 32세 때는 두 살 아래이던 남동생이 사망했다. 불안, 공포, 병고에 시달리던 뭉크의 20~30대, 그는 극단적인 선과 색채로 ‘병든 아이’ ‘절규’ 등 명작을 그렸다. 뭉크는 40대에 정신병을 고친 후 81세로 영면할 때까지 평온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평온한 생활 때 작품들은 불안에 떨던 젊은 시절 작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위안을 주지 못했다.
모든 시련은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그 결실의 크기가 달라진다. 뭉크는 고난 때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불안과 공포를 예술로 승화시켜 날려 보냈을 것이다. 예술재능이 없는 우리는 어찌해야하나. 이 시련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세계최강 스포츠인들의 기(氣)를 받을 수 있다면 간단히 넘어설 수 있을 텐데!’ 생각해본다.
‘메르스 여파’도 머잖아 지나갈 것이다. 세계 최일류를 자랑하는 한국의료진이 전력투구하고 있으니 곧 끝날 것은 불 보듯 틀림없다. 문제는 막바지 이 고비에 1만2천여 세계인을 맞이하는 시민들의 마음자세와 몸 움직임이다. 손님을 초대한 주인이 불안에 떨고 있다면 잔치는 어우러지지 못한다. 판이 깨진다. 6천 여 억 원을 들이고도 광주는 얻을 것이 없다.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는 광주가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느냐 남도의 시골도시로 주저앉느냐를 가름하는 시금석이다. 세계에서 가장 힘찬 젊은이들의 기가 광주에 모이고 있다. 그 기를 받으려면 열심히 쫓아다녀야 한다! 땀을 흘려야한다.
김종남<언론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