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칼럼> 길은 가까운 데 있다는데…
| 2012. 05.20(일) 15: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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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는 한문 원서다. 고전원문을 척척 읽을 실력은 아니다. 그저 훈장님이 풀이해주시는 대로 따라 새기며 듣는다. 수 천 년 전 성현들의 말씀이 지금 이 첨단문명시절에도 여전히 맞아 떨어지는 느낌에 깜짝깜짝 놀랜다. 세상을 사는 진리는 세월 흐름에 관계없다고 배워왔지만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맹자 이루장離婁章에 “길은 가까운데 있는데 왜 먼 곳에서 구하며(道在爾而求諸遠) 해야 할 일은 쉬운데 있는데 왜 어려운데서 구하느냐(事在易而求諸難)”는 구절이 나온다. 지금처럼 어려운 때, 이 말은 가슴에 탁 닿는다. ‘가까운 데 쉬운 해결의 길이 있는데 왜 멀리로만 도느냐?’는 말로 들린다.
어느 시절이나 어려운 일은 있다. 지금 물질 만능시대는 빈부격차와 사회 불균등문제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대학 졸업생 열 명 중 여섯 명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방황하고 있고, 고령화로 부양받아야할 사람은 부쩍부쩍 늘어만 간다. 얼마 전 20대 80이던 빈부비율은 1대 99로, 극한적인 상황으로 까지 몰려가고 있다. 자살하는 사람이 왜 이리 많아졌나. 심지어 못살던 시절처럼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들까지 다시 나타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시대는 무한경쟁시대이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점에서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와 다를 게 없다. 춘추전국시대는 수 십 개의 나라들이 오늘은 아군, 내일은 적군이 되어 서로 물고 물리는, 힘이 없으면 죽는 시대였다.
지금도 비슷하다. 1%가 세계 부富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달러가 국경도 없이 세계를 휩쓸고 몰려다니며 기업과 나라를 죽이고 살린다. 부익부빈익빈시대, 돈이 최고의 힘이 된 시대이다.
다들 아둥바둥 살길을 찾아 뛰고 있다.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산성을 올리고, 수출을 늘리고, 더 돈을 벌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우리는 이 난세를 벗어날 길을 제대로 찾고 있는 것 일까.
사업하는 친구 한명이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시골에 사는 젊은 가난뱅이가 서울에서 최고로 돈 잘 버는 부자를 찾아갔다.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간청했다. 부자는 젊은이를 서울역에 데려갔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서울역에 그를 놓아두고 그곳에서 ‘돈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젊은이는 역을 휘젓고 다녔다. 동전이라도 떨어져있지 않나 땅바닥도 훑었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몇 시간 후 그 부자는 허탈에 빠진 그 젊은이를 광장에 세웠다. 보아라! 바로 네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로 이 사람들이 돈이다. 사람이 돈이다’.”
돈을 만든 것도 사람이고 돈을 쓰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이 결국 돈이다. 돈을 벌고 싶으면 사람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겠다.
이 일화가 일러주는 진리가 또 하나 있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가까운 데 있는 것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맹자 이루장은 “왜 먼 곳만 헤매고 있느냐, 가까운 곳을 보라”고 방향만 제시하고 끝내지 않았다. 바로 뒤이어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사람사람마다 자기 친족을 친밀히 하고 연장자를 공경하면 천하가 태평할 것이다(人人親其親長其長而天下平)”
천하가 어지러울 때일수록 가까이 있는 친족을 친밀히 하고 연장자를 공경하면 춘추전국시대 같은 난세도 평화로워진다고 말했다. 몇 천 년 전 현자도 가장 가까운 데 있는 사람을 통해 세상일을 해결해 나가라고 확실하게 일러준 것이다.
지금 우리들에게 가까운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아내와 아들딸, 부모, 친척 또 동료, 친구, 후배, 선배, 상사일 것이다. 인연이 닫는 모든 사람들이다. 혈연관계이든 사회적 관계이든 다 나와 인연을 맺은 가까운 사람들이다.
사람 사람마다 인연이 맺어준 가까운 사람들을 가까이 하고 아끼고 사랑하고 공경한다면 안 풀릴 어려운 일이 있을까. 가장 가깝고 쉬운 일 같은데….
김종남<언론인>
mtong@mtong.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