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칼럼>‘불평없는 세상이 있을까
| 2012. 01.20(금) 11: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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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왜 그렇게 불평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단군이래로 지금처럼 잘 먹고 잘 산 적이 있었던가. 옛날 진시황도 못 타본 자동차 타고 다니면서 ----.”
좀 황당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웃자고 한 말 일까? 아니면 담화를 불붙이려고 ‘고춧가루’ 뿌린 격일까. 어찌되었건 담론은 방향이 바뀌었다. “탈세해서 돈 번 친구나 부자아버지를 둔 친구가 값비싼 벤츠 굴리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내차는 진시황 가마보다 낫다’고 생각할까?” “배고픈 것은 참지만 남과 비교해서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성 아니냐!” “요즘세대는 6·25시절 얘기도 호랑이 담배 먹던 이야기로 듣는다.”
결말이 날 화제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보자면 不平은 不平等이나 不公平에서 나온 것 아닌가. 평등하지 못한데 대한 불만이다. 그러나 ‘무엇이 평등인가’를 따지는 것은 ‘왜 불평이 많은가’에 답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완전한 평등이란 세상에 있을 수 없다. ‘평등하다’고 다른 사람들 모두가 말해도 내 마음이 인정 못하면 그건 여전히 불평이고 불만으로 남는다.
결국 ‘마음’이 문제인데 그 마음은 또 수시로 변한다. 아파트만 있으면, 자동차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은 마음일 때도 있었다. 가난을 체험해본 사람이더라도 ‘지금 자동차를 굴리고 다니니 잘살게 되었다’고 행복해 할까.
‘불평없는 세상’은 진정 있는 것인지? 부탄 생각이 난다.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십 분의 일도 못되는 가난한 나라, 부탄은 아시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로 꼽힌다. 국토 대부분이 해발 2천미터가 넘는 히말라야 산맥 속의 작은 나라, 농경지가 국토의 3% 밖에 안 되는 척박한 땅에 농업비중은 80%, 그들은 어디서 행복을 찾았나.
부탄을 소개한 화면을 본 적이 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그들의 전통가옥이었다. 3층집, 1층에서는 젖소를 기르고 2층에선 대가족이 살고 3층엔 불상을 모셔놓았다. 아침에 깨어나 3층 부처님 앞에 식구수대로 맑은 접시 물을 올리고 예불을 드린 후 하루 일을 시작한다.
대가족이 한 집에 모여 사는 부탄사람들은 먹을 것을 스스로 마련한다. 젖소의 우유를 짜서 버터와 치즈를 만든다. 1층은 자급자족의 생산현장이고 2층은 주방과 주거생활공간, 3층은 정신적인 안식을 찾는 신앙공간이다. 한 집안에 일과 사랑과 기도가 다 모여 있다. 칸트가 말하는 행복의 요소가 다 합쳐져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세계에서 열 번째 안에 드는 최상위권이다. 반면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이다. 한국국민은 머리 좋고 부지런한 국민으로 세계에서 알아준다. 그런 국민이 그동안 산업화의 선두주자 미국 일본을 쉬지 않고 쫓아왔다. 이제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산업시대의 우등생이 되었다.
그만큼 경제력을 키우고 물건이 풍족해지면 다들 불만이 없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절대적 빈곤은 줄었지만 상대적 빈곤은 더 커졌다. 양극화가 심각해져 ‘현재생활에 그런대로 만족을 느끼는’ 중산층은 오히려 크게 줄었다. 불평이 더 늘어난 셈이다.
지상천국 부탄에서 한 수 배울 수 있을까. 부탄은 대가족이 한집에 살며 먹을 것을 자급자족한다. 우리도, 60년 전만해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농사지어 쌀을 수확하고 수돗물 대신 샘물 길러먹고 앞개울에서 빨래하고 텃밭에서 상추 무 배추 캐먹었다. 그 시절로 돌아가라?
대가족이 같이 일하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곳은 농촌사회뿐이다. 그러나 수출에 목을 매달고 있는 무역대국 한국이 다시 농경사회로 돌아가기는 틀린 것 같다. 더군다나 개인적으로도 농사를 지어 자립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부탄의 1층 자립하는 자급자족 생활, 2층 가족애가 넘치는 대가족 생활, 둘 다 우리가 본받아 실행할 여건이 안 된다. 남은 건 3층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는 신앙생활뿐이다. 1층 2층을 빼고 3층만 본 따라 집을 짓는다? 몸통은 없고 머리만 있는 것처럼 불가능해 보인다.
‘불평없는 한국’은 불가능할까. 10년 전 읽은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를 다시 찾아 읽어본다. “불교의 나라 라다크 사람들도 일상의 음식보다 잔치를 좋아하고, 불편하기보다는 편안하기를 좋아하고, 아프기보다는 건강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쪽이든 저쪽이든 정말로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종남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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