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현(弄絃)
| 2011. 10.01(토) 21:30 |   |
가야금의 주된 장르는 산조(散調)이다. 대략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에 걸쳐 '산조'라는 틀이 정형화되었다. 그러니까 '가야금산조'가 정립된 역사는 100년 남짓으로 봐야 한다.이전까지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여러 소리들을 이 시기에 모아서 정형화시킨 셈이다.
월출산(月出山)의 바위굴 속에 들어가 가야금 소리의 진수를 터득하였던 영암사람 김창조(金昌祖·1856~ 1919)를 비롯하여, 한숙구(韓淑求), 박팔괘(朴八卦) 등이 산조를 정착시킨 원조들이다. 가야금 산조의 묘미는 농현(弄絃)에 있다. 농현은 여운이기도 하다.
외국 종 소리는 '땡-땡-땡' 소리가 나면서 끊어진다. 우리나라 종은 치고 나면 '우-웅-웅' 하면서 그 여운이 십 리 밖의 들판에까지 멀리 퍼지는 데에 묘미가 있다. 농현의 묘미도 이와 같다. 농현 없이 그냥 줄을 뜯으면 하프이고, 농현이 있어야만 가야금 소리인 것이다. '하늘 소리를 땅으로 끌어내리고, 땅 소리를 사람이 하늘로 올려 보내는 소리'가 가야금 소리이고, 농현인 것이다.
국악에 식견이 부족한 내가 농현을 이해하기 위해서 몇 년간 자주 들었던 CD는 김일륜(金日輪·48) 교수가 연주한 '농현'이다. 최옥산류 가야금 산조를 연주한 것이다. 최옥산은 최승희 춤의 '사도성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장면의 반주를 국악기만으로 연주한 인물이다. 농현을 터득한 김일륜은 유년시절부터 가야금 애호가인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훈도를 받은 타고난 연주가이다. 최옥산류뿐만 아니라 성금연류, 김병호류, 김죽파류, 황병기류의 산조에도 능통하다. 내일(28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리는 김일륜의 가야금 독주회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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