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명장(名匠)

2011. 10.01(토) 21:10

어떤 분야가 되었건 그 분야에 10년 정도는 종사해야만 비로소 입문했다고 볼 수 있고, 20년을 하면 어디에 나가서 크게 얻어맞지는 않는다. 30년을 하면 대가 소리를 듣고, 그 이상을 하면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른다. 가야금 만드는 일을 55년이나 계속해온 최태진(崔泰珍·68) 장인. 이 양반은 13세 때부터 가야금을 만들던 고모부를 따라다니면서 현재까지 가야금을 만들어왔다. 말하자면 입신의 경지에 이른 장인인 것이다.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는 최태진 장인이 만든 가야금이 지난 1982년부터 전시되어 있다. 용인 민속촌 앞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가보니 담벼락과 지붕 위에 온통 판자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다. 오동나무 판자들이다.

가야금과 거문고의 윗 나무는 오동나무를 쓰고, 밑바닥 나무는 밤나무를 쓴다. 가야금의 소리는 오동나무의 재질이 어떠냐에 따라 결정된다. 오동나무는 공기가 통하는 성질이 있다. 좋은 소리가 나오려면 오동나무 속에 박혀 있는 나무의 진을 빼는 일이 중요하다. 진을 빼야만 소리가 맑고 잘 울린다.

진을 빼는 방법은 평균 3년 정도 야외에다가 내놓고 건조를 시켜야 한다. 비도 맞고 바람도 맞고 햇볕에 쪼이면서 진이 빠지면서 시커먼 액이 나온다고 한다. 진이 빠지면 ‘트집’이 없어진다. 또한 틀어지거나 트는 현상이 사라진다. 오동나무도 묵은 나무일수록 소리가 좋다. 나무가 어리면 어린아이 소리밖에 안 나온다. 굵고 무거운 어른 소리를 못 낸다. 100년 정도 된 오동나무에서는 깊은 소리가 나온다. 100년짜리는 요즘 구하기 어렵고 30년산을 많이 사용한다. 오래된 나무는 연하면서 강하다. 나이든 사람과 비슷한 이치이다.

가야금 줄은 명주실을 꼬아서 쓴다. 이 명주실에서 가야금 고유의 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제일 가는 줄은 32가닥이고 굵은 줄은 130~140가닥을 꼬아 만든다. 이 명주실 줄에서 서양악기에는 없는 가야금 특유의 농현(弄絃)이 이루어진다. 떠는 소리, 찍어서 내는 소리, 꺾는 소리, 눌러서 내는 소리를 모두 낼 수 있다. 최태진씨는 60대 후반임에도 얼굴이 훤하다. 55년 동안 가야금을 만들면서 세상근심을 모두 잊은 얼굴표정이다. 입신의 경지에 오른 장인의 얼굴은 이런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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