麗水

2011. 10.01(토) 21:04

우리나라의 지명에는 예언이 함축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지명의 의미대로 이루어진 곳이 많다는 말이다. 따뜻할 온(溫)자가 들어간 지명이 있는 곳에서는 나중에 온천(溫泉)이 개발되는 수가 많다. 날 비(飛)자가 들어간 비상리(飛上里) 비하리(飛下里)라는 지명을 가졌던 지역에는 비행기가 오르고 내리는 비행장(飛行場)이 들어선 경우도 있다. 수백 년 전에 그러한 상황이 도래할 줄을 미리 알고 이름을 지었던 작명(作名) 고수(高手)들의 내공에 그저 감탄을 금치 못할 뿐이다. 이런 연유로 어떤 지역에 처음 답사를 갈 때에는 그 지역의 지명부터 먼저 분석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한국의 지명에는 근원적인 고급정보가 내장되어 있는 셈이다.

그동안 필자가 전국을 답사 다니면서 풀지 못한 지명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남 여수(麗水)라는 이름이다. 바닷물은 다 비슷비슷한데 왜 여수에만 빛날(고울) ‘여(麗)’자를 썼을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여수는 1년 평균 일조량(日照量)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풍부한 지역에 해당된다고 한다. 날씨가 좋고 햇볕이 많이 쬐는 지역이니까 여수의 바닷물도 반짝반짝 빛이 날 것 아닌가. 이는 바닷물이 곱고 밝게 보인다는 의미가 된다. 바닷물에 내리쬐는 일조량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니까 ‘여수’라는 이름이 성립될 수 있다. 과연 옛날 도사들도 이 사실을 알고 이름을 지었을까?

요즘 여수가 2012년 세계박람회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다. ‘빛나는 물’(麗水)이 일렁거리는 곳에서는 세계인이 모여 진귀한 물건들을 박람(博覽)할 만하다. 듣자 하니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여수에 땅을 사 놓았다고 한다. 소라면 사곡리 궁항마을 일대의 2만 5000평이다. 이곳은 저녁에 지는 낙조가 일품인 지점이다. 부동산에 대해서 대단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통일그룹은 이 회장보다 한발 앞서 여수에 300만 평의 땅을 사 두었다. 화양면 장수리 일대이다. 이곳에서는 고흥의 외나로도가 절경으로 바라다보인다. 호텔, 골프장, 요트장이 함께 들어가는 해양관광레저단지로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여수가 그동안의 침체기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고 있다. ‘빛나는 바닷물’이 사람들을 부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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