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신(地神)밟기

2011. 10.01(토) 12:19

우리 민속에 '지신밟기'가 있다. 충청이나 전라도에서는 '마당밟기' 또는 '뜰밟기'라고 불렀다. 벽사초복의 목적을 지닌 민속이다. 한민족은 수천년 동안 지령(地靈)의 존재를 믿었다. 땅속에 신령(神靈)이 있다는 믿음이다. 인물은 지령이 어려 있는 땅에서 그 기운을 받아 태어난다고 여겼다. 진주 비봉산 아래의 비봉루(飛鳳樓)에는 고려 말에 포은 정몽주가 적어 놓은 칠언절구가 하나 걸려 있는데, 그게 바로 '지령인걸강하정(地靈人傑姜河鄭)'이다. 진주는 지령이 좋아서 인걸이 많이 태어나는 고을이고, 강씨, 하씨, 정씨가 바로 그 인물들이라고 읊었던 것이다.

사대부 집안에서는 그 집터 가운데 가장 땅기운이 센 곳에다 아이를 낳는 산실(産室)을 만들었다. 이 산실에는 출가한 딸들은 거처할 수 없고, 오직 이 집의 며느리만 들어올 수 있다는 게 관례였다. 입태(入胎)와 출태(出胎)가 땅기운이 강한 곳에서 이루어지면 인물이 나온다. 그러나 지신(地神), 즉 땅기운이 지나치게 강력한 곳은 보통 사람이 살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220볼트가 아닌 500볼트가 흐르면 이를 조절해 주는 변압기가 필요하다. 그 변압기 역할이 바로 지신밟기가 아니었나 싶다. 220볼트로 조절해 주는 것이다.

특히 집을 새로 지었을 때에는 아직 그 땅의 기운이 사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조절이 필요하다. 땅기운을 흡수 통제할 수 있는 정신계의 고단자가 그 집에 일정기간 머무르는 것도 방법이다. 고려시대에는 고승들이 가끔 터가 세다고 소문난 속가(俗家)에 초대받아서 이 역할을 수행하였다. 많은 사람이 새로 지은 집을 방문해서 먹고 노는 '집들이'도 이 기능을 염두에 둔 것이다. 수백명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사람의 에너지가 땅에서 솟아나오는 에너지와 맞닥뜨리면서 융화를 이루는 것이 '집들이'에 내포된 의미이다.

꽹과리·징·북·장구를 치면서 동네를 도는 지신밟기는 그 시끄러운 악기소리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한 방법이다. 특히 쇳소리는 귀신을 쫓는다고 여겼다. 지신(地神)을 사람이 밟아주는 '땅밟기'를 하고 나면 일반적으로 재수가 있다. 땅밟기는 재수 좋으라고 하는 수천년 전통의 우리 민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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