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랑은 나중, 지금은 연극이 최고"
극단 청춘 대표 겸 연극 배우 오설균
| 2011. 03.10(목) 16: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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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걱정도 이만저만은 아닐 터.
한 번은 명절에 집에 간 그에게 “결혼은 안 할거냐?”며 어머니가 다그치자, 그는 조용히 말했단다. “돈 천만원만 있으면 줘보시라고.” 왜냐고 묻자 그의 대답은 간단하고도 명료했다. “그 돈으로 태국이나 필리핀에서 결혼 할 사람 데리고 오겠다고.” 그 말에 어머니는 “외국 여자는 싫다”는 말로 고개를 저었고, 그 뒤부터 결혼하라는 잔소리는 일단락되었다.
그런 그가 2011년 새해가 되자 마자, 또 한 건 사고를 쳤다. 척박한 연극계의 사정을 모르지도 않는 그가, 돈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소극장을 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15년째 극단 청춘의 대표를 맡아 온 배우 오설균씨. 그가 소극장 ‘통’을 개관하게 되기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가 연극을 처음 접한 건 1985년 고등학교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다. 내성적인 편이라 다른 사람들과 쉽게 다가가지도 못했던 그가 연극을 선택한 건 막연한 동경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는 고등학교 3학년때부터 연극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최대 이유였다.
처음엔 마찰도 많았다. 돈도 안되는 힘든 일을 하겠다는 데 찬성할 부모가 몇이나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연기를 하고 싶었고, 연극을 할 때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다른 것을 생각할 수도 없었다.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하는 방법이 없었던 만큼 극단적인 방법, 가출을 시도하기도 여러 번. 결국 지금에 와서는 부모님도 어쩔 수 없는 연극쟁이가 되어버렸다.
1988년 ‘유랑극단’과 ‘방황하는 별들’이 그가 처음 출연한 작품들이다. 작품이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대사 외우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의 방법은 무식할 정도의 반복이었다.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면 외워지듯이 대사를 읽고 또 읽었다. 외워질 때까지 읽다 보면 입에서 단맛이 날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읽고 또 읽어도 도무지 암기되지 않는 대사도 있기 마련이었다. 혀가 꼬이고 발음이 엉켜 막막하기도 했고, 같은 음절이나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 같은 경우에는 외우느라 밤을 꼬박 새기도 했다.
힘들 게 밤새 외운 대사를 무대에서 연기할 때, 오씨는 뭔지 모를 희열을 느꼈단다. 마치 살아있는 느낌이랄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고, 자신의 표정과 손짓에 주목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관람객에게 뭔가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좋았고, 낯설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내성적인 성격은 점차 달라지게 되었다.
배우 오설균과 연출가 오설균의 차이는 없다고 말하는 그. 단지 작품 안으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위태위태하게 작품 밖에서 서성이냐의 차이일 뿐이란다. 연기를 할 때보다 연출을 할 때 더 떨리는 건 이 때문이다. 자신이 연기를 할 때와는 달리 공연이 시작하면 그것을 지켜보는 일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떨리는 게 두 배라고 말한다.
연극인 오설균씨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고, 광주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무작정 버스를 타고 광주를 벗어났다. 연극 밖에 할 줄 몰랐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식당일. 튼튼해 보이는 덩치 때문인지 일을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 때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얘기를 안 들었다면, 광주로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의 가출은 3개월 만에, 또 그렇게 끝이 났다. 그렇게 또 몇 년 연극에 참여했고, 극단 ‘청춘’에서 일을 하며 생활했다.
그러다 문득, 연극이 아닌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서울로 올라간 적도 있었다. 서울에 있는 기획사에 들어가 홍보, 콘서트 매니저 일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가 돌아온 곳은 연극이라는 무대였다.
그가 연출한 작품 ‘시민 K’, ‘붉은 배꽃 피어날 제’를 비롯해 출연작 ‘피고지고 피고지고’, ‘페르조나’, ‘미래는 없다’, ‘제비집’ 등 70편의 작품은 그가 살아온 삶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특히 2006년 전국연극제 본선진출작 ‘피고지고 피고지고’는 생각만해도 아직 머리가 아프고, 힘든 작품이기도 한다. 그 이유는 하나다. 그가 출연한 작품, 연출한 작품이 늘어갈수록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늘어가고, 무대에 올리고 나면 늘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란다.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드는 생각이 공연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며 “다른 사람들도 그런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오설균씨.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 소극장을 활성화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연극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고, 모든 관객들이 자신의 연기에서 눈을 못 뗄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기도 하고, 배우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도 싶다. 아직 그는 연극이 많이 고픈 상황이다.
1969년 광주 출생
1998년 극단 청춘 대표
2000년 광주연극제(전국연극제 광주시예선)최우수상
2002년 광주연극제(전국연극제 광주시예선)최우수상
2003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강사 (연극)
2004년 한국연극협회 광주광역시지회 사무처장
광주연극제 남자연기상
2006년 광주연극상(광주연극협회)
2007년 한국연극배우협회 광주광역시지회 부회장
광주연극제(전국연극제 광주시예선)최우수상
2009년 한국연극배우협회 광주광역시지회 감사
작품 시민 K, 붉은 배꽃 피어날 제 외 10여편 연출
피고지고 피고지고, 페르조나, 미래는 없다, 제비집 외 70여 편 출연
손옥연 기자 soy1164@mtong.kr 손옥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