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아픔, 희망 담고 싶었다"
창작 오페라 ‘무등둥둥’ 작곡자 김선철 교수
| 2010. 05.11(화) 17:53 |   |
|
김씨는 " 광주의 아픔과 광주의 희망을 담고 싶었다'면서 예술가는 시대상을 바로볼 줄 알아야 하고 예술로 저항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1999년에 초연된 '무등 둥둥' 말고도 최근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모티브로 5월 광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작곡하는 등 혼이 있는 음악을 구가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클래식 공연 전문 기획사를 차렸다. 그에게 음악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제 광주에도 제대로 된 공연기획사가 하나 생겼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15년 동안 광주에 살면서 수많은 음악회를 기획했고 직접 발표회를 갖기도 하면서 전문기획사의 필요성을 절실히 실감했다.
“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연주자는 일정만 주고 모든 것을 다해주고 싶습니다. 공연장 대관에서부터 포스터 작업, 팸플릿 발송, 언론홍보, 티켓 판매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해주고 싶어요.”
그는 아내이자 피아니스트인 김정아교수(광주대 음악학과)의 연주회 기획을 해주다보니 연주자는 연주회 준비에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고 그만큼 안정되고 깊은 연주회를 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에도 광주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슬픔의 노래’ 연주회를 직접 기획, 완벽한 연주회를 이끌었다.
공연기획자란 명함을 가진 그의 희망은 광주에서 ‘공짜 티켓’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자신이 기획한 독일 피아니스트 페터 폰 빈하르트 독주회부터 유료관객만 입장시켰다. 관객 없는 연주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연주자에게도 충분히 이야기해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그 자신 몇 명이나 들지 궁금하고 초조했다. 언젠가는 시행해야 할 일이라 생각으로 실행에 옮겼다. 역시 유료관객은 역시나 많지 않았지만 연주회의 질은 그 여느 때보다도 좋았다는 평을 받았다. 연주회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만 모였으니 그만큼 몰입도도 높고 연주자와 관객과의 소통은 만족스러울 정도였다.
‘초대권 없는 연주회’ 운동
지난 5월초에 열린 김정아 교수 피아노 독주회에도 같은 방법으로 진행했다. 절반정도의 관객들이 자리했지만 김정아씨는 그들과의 깊이 있는 교류를 통해 얻은 정신적인 만족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연주자들의 만족도를 듣고 그의 결심은 더욱 확고해졌다. 앞으로 그가 기획하는 공연은 초대권없는 유료관람객들로 자리하게 할 것이다.
“연주자들은 연습에 집중해 관객들에게 보다 완성도 있는 음악을 제공하고 관객들은 이를 위해 초대권이 아닌 입장권을 구매해야 합니다.”
김교수는 이러한 공연문화의 바로세우기 위해 문화운동차원에서 이 같은 일을 계속하겠다면서 시민들의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만의 음악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해설이 있는 공연’을 시도했다. ‘클라비노바’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그날 들을 곡들을 관람객들에게 해설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듣게 될 음악적 특성과 당시 사회성, 연주자와 악기의 특성 등을 설명하며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몇 년전부터 ‘해설이 있는 음악회’가 유행이었지만 공연 도중에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김 씨는 공연시간 1시간 전에 미리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공연장의 사례를 벤치마킹 한 것이다. 설명회가 정착되면 광주의 새로운 클래식 공연문화가 탄생되는 것이다.
김 씨는 국내 음악계에서 상당히 유명한 작곡가다. 역시 5월 광주를 담은 오페라 ‘무등둥둥’과 오페라 ‘낭랑공주’ 작곡자이기도 하고 실내악 ‘부용산 주제에 의한 변주곡’ ‘아리랑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 수준높은 음악들을 만들어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가 ‘ 실내악과 바리톤을 위한 운명이다’를 비롯해 수많은 피아노곡과 합창곡, 성악곡들을 작곡했다. 그의 작품들은 국내에서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연주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립쳄버오케스트라 연주회, 북 헝가리 심포니오케스트라 옥연에서도 연주될 정도로 음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부산출신의 ‘경상도 사나이’
그는 그동안 광주를 위한 많은 곡들을 섰지만 실제로 광주사람이 아닌 ‘경상도 사나이’다. 그는 연세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오스트리아 빈시립음악원에서 작곡이론을 공부고 독일로 옮겨 폴란드를 오가며 작곡실기에 열중했으며,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악대학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였다. 유학시절 빈에서 광주출신의 피아니스트 김정아씨를 만나 ‘광주인’이 된 것이다.
그는 유학시절 독일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세미나에 참가해 작품발표회를 가졌고 중부 독일 방송국 주최 현대음악 발표회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펴왔다. 그는 독일의 음악을 좋아한다. 민족성을 반영하여 외면적인 효과보다는 정신적 내용을 중요시하며, 논리적인 구성과 중후한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도 전반적으로 사색을 필요로 하는 깊고 중후한 음색이 특징을 이룬다.
5•18 민주화운동 그린 창작오페라 ‘무등둥둥’
그는 1999년 광주대학 최덕식교수(광주대. 빛소리오페라 단장)로부터 5.18를 주제로한 창작오페라 작곡을 제의 받았다. 문화관광부 특별지원을 받은 최교수가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명예를 높일 수 있는 곡을 만들어 달라며 위촉 작곡을 부탁해온 것이다.
|
고 조태일 시인과 김준태 시인이 공동집필한 대본을 바탕으로 2막의 2시간짜리 오페라곡 ‘무등둥둥’을 쓰기 시작했다. 임신 8개월의 최미애씨가 남편을 마중 나갔다 목숨을 잃은 사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대본에는 조태일 김지하 신경림 김남주 고은 곽재구 문병란 김준태 등 11명의 시인 18작품이 들어 있다. 그는 항쟁 이전인 동학혁명과 6.25, 그리고 광주항쟁으로 이어지는 비극적인 죽음을 고발하고 오월광주항쟁동안 사건의 윤곽을 크게 그렸다. ‘무등 둥둥’은 무등산처럼 평등한 세상, 광주의 진실을 북소리처럼 널리널리 알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시와 대본이 주는 내용을 동서양을 넘나드는 음악양식으로 표현해냈다. 주요 동기의 반복과 발전을 통해 통일성을 주고 조성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귀에 익숙한 전래동요를 패러디했다. 창작민요, 국악장단을 사용하며 푸가형식을 사용하거나 동서양악기를 동시에 사용하며 비전통적인 악기사용법과 함께 자유로운 변박으로 시대와 동서양을 넘나들며 포스트모더니즘적으로 오월항쟁을 재현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김선철’ 이라는 이름은 광주인들의 마음 속에 심어졌다. 이후 창작오페라 ‘낙랑공주’를 작곡하기에 이른다. 아직 초연은 못했지만 갈라콘서트 형식을 빌어 2007년에 중요 아리아는 발표한 바 있다.
신진연주자 발굴기회 마련
그가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다양한 공연기회를 마련해 지역 연주자들의 서울연주나 해외연주도 도와주고 싶은 바람이다.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충분한 실력을 가진 이들에게 더 큰 무대에 서도록 도와 줄 예정이다.
“광주에는 우수한 음악인들이 많습니다. 수많은 해외유학파를 비롯 쟁쟁한 음악인들이 광주에서 빛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김씨는 이들을 위해 뭔가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