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아이들의 어머니로”
소프라노 김청자씨, 봉사자의 삶 선택
| 2010. 03.18(목) 09: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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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자 문화일보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로 정년퇴임한 김씨가 전 재산을 정리하고 오로지 ‘봉사’만을 위해 오는 9월 아프리카 말라위로 떠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것.
김 씨는 70년대 독일 수습 간호사로 파견되었다가 빈 국립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적인 성악가로 성장한 의지의 한국인이기에 그녀의 제 2의 인생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강원도 춘천의 공무원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나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따로 음악공부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일랜드 선교사들로부터 풍금연주를 배우고 혼자 작곡을 공부해 음악대학에 합격했다. 고교시절 서울 외가에서 살면서 한양대 음대 콩쿠르에 작곡부문에 참가 , 1등 없는 2등을 차지해 입학이 확정되었으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학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았다. 독일에 가면 음악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독일 수녀원 간호사 교육프로그램을 거쳐 간호견습생이 되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그 당시 간호하던 부인의 도움으로 레오폴드 모차르트 음대에 진학, 피아노와 성악을 공부해 꿈에 그리던 오스트리아 빈국립음대에 진학했다. 그리고 1970년에 스위스 배른 시립오페라단이 공연한 오페라 ‘티토왕의 자비’에 출연하면서 한국인 최초로 유럽무대에 섰다.
이후 스위스 베른 시립오페라단의 전속단원, 독일 칼스루헤 오페라단, 뒤셀도르프 오페라단과 전속계약 성악가로 활동하며 많은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했다. 이렇게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유학파로서 1970년대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해 온 김씨는 1994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양성에 힘썼다. 그러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1982년 공연차 떠난 영국 런던 행 비행기 안에서 운명처럼 만난 남편과 결혼해 아들 다니엘 글라젤을 낳았으나 1996년 결별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런 일이 있은 뒤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밖으로 드러냈던 삶을 내려놓게 되었다. 상업적 이익을 위한 노래 부르기를 중단했다. 환갑을 맞은 2005년에는 안식년을 신청해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자신의 노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프리카에서 그곳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사는 수녀님들을 보며 깊은 마음의 울림을 느꼈다.
“ 육체의 고향이 한국이고 음악적 고향이 독일이라면 감히 영혼의 고향은 아프리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아프리카와 잠비아를 여행하면서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춤추며 노래하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아프리카 인들을 보았던 것이다. 그 후 아프리카, 잠비아, 모잠비크, 말라위를 9차례 방문한 그녀는 후원자들과 함께 모은 후원금을 1년에 2회 전한다.
현재 그녀는 '김청자의 아프리카 사랑(http://cafe.daum.net/iloveAfrica)'까페에서 함께 활동 중인 200여명의 후원자들과 식수원 확보를 위한 우물파기, 환자들을 위한 침대보내주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10년 전 예쁘게 지은 전원주택도 아프리카 후원기금으로 쓰기 위해 팔려고 내 놓았다. 그 돈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설과 우물, 약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제2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탄자니아 국경 근처 타롱가 지역의 루스빌로(말라위어로 ‘희망’을 뜻함) 공동체 하늘위에 희망의 무지개로 떠오를 것이다.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100만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또 다른 성악가의 삶이 사뭇 궁금하다.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