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시와 삶은 동의어”
이성부 시집 '도둑 산길' 출간
| 2010. 03.02(화) 22: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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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산에 오르느냐"는 질문에 시인은 끝없이 이유를 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30년 간 이어온 산행은 시인에게 더 밝은 눈을 주기도 했고, 욕망의 부질 없음에 대한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 "더 높이 오르려는 뜻은 / 맑게 눈 씻어 / 더 멀리를 바라보기 위함이다 // 멀리 첩첩 산 굽이에서라야 / 나는 내가 잘 보인다"('산1')
산길에 드러난 나무뿌리나 높은 데 혼자 누워있는 바위, 뼈마디 굵은 고목 한 그루에서도 깨달음을 얻는 시인에게 도처에 있는 '안 가본 산'은 큰 즐거움이다. "아직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사랑의 속살을 찾아서 / 거기 가지런히 꽂혀진 안 읽은 책들을 차분하게 펼치듯 / 이렇게 낯선 적요 속으로 들어가 안기는 일이 / 나에게는 가슴 설레는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안 가본 산' 중)
2005년 간암 진단을 받기도 했던 시인은 후기를 통해 현재 석 달에 한 번씩 재발 여부를 확인하면서 글쓰기와 책 읽기, 걷기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시인은 "산과 시와 삶은 나에게 하나의 동의어"라며 "불교의 '심우도'에서 소를 찾아 거친 숲을 헤쳐가는 목동처럼, 나는 산과 시와 삶의 진정한 핵심이 무엇인지를 찾아 끝없이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광주출신으로 경희대 국문학과를 나와 59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바람'이 당선돼 등단, 77년 한국문학작가상, 2001년 대산문학상, 2007년 제1회 가천환경문학상 시부문 등을 받았다. 124쪽. 9천원.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